▲영화 <몬스터>의 한 장면.
무비즈엔터테인먼트
'여성 혐오'로 가득 찬 남자 손님을 받았을 때 에일린은 그의 폭력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정당방위로 총을 뽑아 든다. 이후 에일린은 돈을 주고, 성을 사려는 중년의 남자들은 자신의 총에 맞아 죽어 마땅하다고 자신의 범죄를 합리화 한다. 철저하게 자신을 기만하고 배신했던 남자들에 대한 혐오가 그녀를 '몬스터'로 만든다.
첫 살인 이후, 경찰에 잡힐까 겁이 난 에일린은 매춘을 그만두고 평범한 직장을 갖고자 하지만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않고, 경력도 없는 그녀에게 일자리를 주는 사람은 없다. 평생 남자들을 상대해 온 그녀지만 세상에 대해 얼마나 무지하고 순진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남자아이들에게 가슴을 보여주면 그들이 나를 좋아해주지 않을까, 어리석었던 어린 시절의 그녀와 다름없는 어리석음인 것이다.
"사람들은 매춘부가 쉽게 돈을 번다고 생각하고 우리를 무시하지만, 우리가 매일 밤 어떤 마음으로 일을 나가는지는 모를 거야"라고 에일린은 말한다. 매춘부라는 이유로 그녀가 당하는 수모는 참으로 끔찍하다. 남자들은 그녀의 면전에 욕을 하고 주먹을 날리고 멸시의 시선을 보낸다. 그녀를 돈을 주고 산 이상, 그들에게 에일린은 막 대해도 되는, 그래야 마땅한 매춘부다.
남자들을 죽이고 갈취한 돈으로 연인 셀비와 함께 고급 식당을 찾은 에일린 역시, 자신이 돈을 지불한 만큼 자기 마음대로 행패를 부리려 한다. 돈을 가진 자가 권력을 가지는 세상에서 살아온 그녀에게는 당연한 일이다. 이렇게 꼭 성이 아니더라도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에 대해 가지는 인간의 저질스러움을 우리는 의외로 많은 곳에서 목격하고 경험한다. 내가 월급을 주는 사람이니까, 내가 비싼 돈을 내고 이 옷을 구입했으니까, 내가 돈을 냈으니까 '갑질' 해도 된다는 생각은 천민자본주의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샤를리즈 테론 맞나? 싶을 만큼 완벽한 연기 변신
▲영화 <몬스터>의 한 장면.무비즈엔터테인먼트
에일린은 자신의 인생에서 선택의 순간은 없었다고 말한다. 그녀의 불우한 유년시절과 현재를 보면 그 말에 상당부분 동의하게 되지만 결국 그 말은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한 변명에 지나지 않게 된다. 자신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은 나쁜 놈이 아니라 선량한 사람들이었다는 그녀의 고백은 시궁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녀가 저지른 일들이 선량한 사람을 해치고 결국 죄책감으로 자신을 힘들게 한다는 말로도 들린다.
한 인생의 끝없는 추락을 보는 것은 분명 괴로운 일이지만 샤를리즈 테론의 연기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세상을 향한 증오로 가득 찬, 그러면서도 사랑을 원하는 에일린이 느끼는 불안과 슬픔, 기쁨과 절망을 인상적으로 잘 전달했다. 정말 샤를리즈 테론이 맞나? 싶을 만큼 그녀는 철저히 망가짐으로서 오히려 영화에서는 완벽하게 빛이 났다.
'여신'이라고 불릴 만큼 완벽한 외모의 그녀가 서른이 넘은 거리의 여자를 연기하기 위해 살을 찌우고, 눈썹을 밀어버리고, 망가진 피부 표현을 위해 특수 분장을 하고 이에는 보철을 끼웠다.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변신하는 것이 배우의 책무라고 하나 이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여배우들을 향한 미디어와 대중의 외모 평가가 잔인하리만큼 혹독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체중조절은 자기 관리의 기준이 되고, 자기 관리는 배우의 중요한 덕목이 된다.
외모 변신도 인상적이지만 그는 이 영화를 통해 단독 주연 영화를 이끌 수 있는 카리스마와 연기력을 가졌다는 것을 증명했다(그의 필모그래피는 분명 <몬스터> 전후로 나뉜다). 영화에서는 온전히 캐릭터가 되었다가 광고나 행사장에서는 다시 '여신'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그에게 사람들은 열광한다.
영화 <매드 맥스>에서 퓨리오사를 연기하기 위해 자진해서 삭발을 했고, 곧 개봉하는 <툴리>에서는 아이 셋을 둔 육아에 지친 엄마를 연기하기 위해 다시 살을 찌웠다. 사람들은 그의 외모 변신에 먼저 주목을 하지만 결국 연기에 감탄하며 극장을 나오게 된다. 이러한 그의 출연이 관객을 끄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40대 중반의 그녀가 앞으로 어떤 영화에서 어떤 변신을 보여줄지 관객으로서 기대한다. 또 그녀의 현명하고 용기 있는 작품 선택에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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