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로마의 휴일>의 한 장면
Paramount Pictures
세상물정 모르는 순진한 공주와 한량기질이 다분한, 특종기사로 한탕 해보려는 기자가 그 이름만으로도 특별한 로마에서 함께 보내는 하루는 관객들에게 잊을 수 없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끊임없이 진화하고 변화하는 장르 영화의 무리한 도전을 무색하게 만드는 로맨틱 코미디의 원형인 <로마의 휴일>을 재미없다고 하는 사람은 감히 단언컨대 없을 것이다. (이는 다른 고전 명작들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동화와 현실의 적절한 조합이 돋보이는 데다가 어디 하나 빈 틈을 찾아 볼 수 없는 이야기 속에서 인물들은 각자의 특성에 맞추어 제 역할을 다 하고 있다.
오드리 헵번은 이 영화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신인 여배우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영광인데, 이 영화가 가져온 성공과 이 영화 안에서 오드리 헵번이 보여준 매력을 생각하면 백번이고 수긍 가능한 수상이다.
관능적인 배우들이 각광을 받던 당시 할리우드에서 발레리나처럼 깡마른 오드리 헵번(그녀는 실제로 무용수로 활동했었다)의 등장은 신선한 것이었다. 보호본능을 불어 일으키는 가냘픔과 애가 타는 무지, 천진함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무엇도 침범하지 못할 순수함과 우아함을 가진 앤 공주 역할에 오드리 헵번의 이미지는 완벽하게 부합했고(그녀가 실제로 유럽 어느 나라의 공주라고 해도 전혀 의심이 가지 않을 정도다.), 영화사 전체를 통틀어, 지금의 젊은 배우들을 포함한다 해도 그녀 외에 다른 사람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로마의 휴일>은 오드리 헵번의 영화로 기억되고 있다.
▲영화 <로마의 휴일>의 한 장면Paramount Pictures
<로마의 휴일>이후로 10년 동안 그녀는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게 된다. 이 기간 동안 그녀가 출연했던 영화들(<사브리나>, <화니 페이스>, <파계>, <티파니에서 아침을>, 등등)을 살펴보면 캐릭터의 다양성에 있어서는 조금 아쉬우나 처음부터 그녀를 염두에 두고 제작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만큼 그녀의 존재감이 영화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은퇴 후, 유니세프 대사로서 인권운동과 자선활동에 헌신적인 모습을 보여준 오드리 헵번은 대중들의 사랑을 넘어 존경을 받는 배우가 되었다. 암 투병 중에도 소말리아를 방문해 봉사활동을 멈추지 않은 것은 이미 유명한 이야기다. 아름다운 외모만큼이나 아름다운 마음, 타인에게 귀감이 되는 모범적인 삶을 살아온 그녀는 이미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나고 없지만(1993년 1월 20일 결장암으로 사망했다.)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그녀의 영화를 통해 10년 후에도, 100년 후에도 영화가 존재하는 한, 대중들의 사랑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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