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한 장면
프라임엔터테인먼트
47년의 찬란하고도 비극적이었던 삶을 두 시간으로 요약하는 것은 애초에 무리였을지도 모른다. 유년 시절부터 죽음까지. 그녀 삶의 단편들을 엮은 이 영화를 통해 우리는 에디트 피아프라는 한 인간의 내면과 예술가로서의 고뇌보다 그녀가 겪었을 행복과 불행에 공감하게 되는데 영화를 가득 채우는 그녀의 노래와 에디트 피아프로 분한 마리옹 꼬띠아르의 놀라운 연기가 이 공감을 최대한으로 끌어낸다.
실존했던 누군가의 인생을 연기한다는 것은 배우에게 있어 굉장한 도전일 것이다. 특히 그 누군가가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스타라면 더더욱. 단지 외모와 말투를 따라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머릿속에 이미 각인된 이미지를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작품 속에서 자신의 새로운 해석을 표현해야 할 테니까 말이다.
마리옹 꼬띠아르는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던 거친 소녀, 무대 공포증으로 한껏 움츠러들었던 신인 시절을 거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최고의 가수로 성장한 에디트 피아프의 자신만만한 모습, 성숙해가는 그 과정을 설득력 있게 연기했다. 또한 사랑에 빠진 여인의 수줍은 미소와 사랑을 지키기 위해 희생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슬픔, 그리고 사랑을 잃고 무너지는 고통과 그 모든 것을 다 겪은 후에도 사랑을 예찬하고 노래하는 에디트 피아프를 감정의 과잉이나 모자람 없이 연기했다. 이 영화를 통해 마리옹 꼬띠아르는 세계적인 스타가 된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비롯해 각종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독식했으며 할리우드와 유럽을 오가며 지금까지도 활발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배우이자 극작가이며 연출가이기도 한 부모의 영향을 받았는지 마리옹 꼬띠아르는 어렸을 때부터 연극 무대에 올랐고, 예술학교를 졸업 후 성인이 되고서는 tv와 영화를 오가며 단역, 조연할 것 없이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간다. 뤽 베송이 제작한 <택시> 시리즈로 얼굴을 알리고, 팀 버튼 감독의 <빅 피쉬>, 장 피에르 쥬네 감독의 <인게이지먼트>, 2006년에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어느 멋진 순간>까지 꽤 알찬 필모그래피를 채워가지만 작품 속에서 그녀의 존재감은 그리 강렬하지 못했다.
▲영화의 한 장면프라임엔터테인먼트
<라비앙 로즈>는 배우와 캐릭터가 서로를 빛나게 해준 완벽한 조합으로 그녀에게 날개를 달아준 작품이다. 이 작품을 전후로 그녀의 필모그래피는 완전히 달라진다. 마이클 만, 크리스토퍼 놀란, 우디 알렌, 롭 마샬 등 할리우드 감독들과의 작업은 물론이고 자끄 오디아르, 다르덴 형제 등 유럽 거장들과의 작업까지. 그녀는 각기 다른 장르의 영화 속에서 완벽히 다른 캐릭터들을 연기하며 자신의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은지를 증명하고 있다. (<내일을 위한 시간>에서 우리는 복직을 원하는 평범한 노동자로서의 그녀를 보지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의 신비로운 프랑스 여인이나 명품 브랜드 '디오르'의 뮤즈로서의 그녀를 보지 않는다.)
<라비앙 로즈> 중반부에 미국 공연 후, 식사하려는 에디트 피아프에게 독일의 전설적인 배우 마를렌 디트리히가 다가가 고맙다고 인사하는 장면이 있다. 에디트의 노래 한 곡으로 파리에 다녀온 것 같다고 마를렌은 감동을 전한다. 겪어보지 않은 향수를 느끼고 뉴욕에서 파리를 여행할 수 있게 하는 힘. 그것이 음악이 가지는 힘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영화도 마찬가지다. 마리옹 꼬띠아르의 연기를 통해 우리가 에디트 피아프의 인생을 간접체험한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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