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의 한 장면
감자
리타는 <길다>의 리타 헤이워드 이름을 따 자신을 리타라고 소개했다. 1940년대, 관능적인 매력으로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스타 배우가 된 리타 헤이워드는 "내가 알았던 모든 남자는 길다와 사랑에 빠졌고 나와 함께 정신을 차렸다"고 말한 적이 있다(영화<노팅 힐>에서 줄리아 로버츠가 연기한 안나가 이 말을 인용하며 배우로서의 고충을 고백하기도 했다). 이는 환상과 실제 사이에서 무엇이 진짜인지, 그 경계가 모호해지는 곳, 할리우드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말이 아닐까?
나오미 왓츠가 연기한 베티와 다이앤은 모두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베티는 희망으로 가득 차 있고, 다이앤은 절망으로 가득하다. 후자가 현실에 더 가깝다고 봤을 때, 베티는 아마도 다이앤이 꿈꾸는 자신의 모습, 리타는 자신이 바라는 연인의 모습이 투영된 인물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이야기의 수수께끼들에 대한 답을 두 번째 이야기가 쉽게 던져주지는 않지만 좌절과 상처로 점철된 현실(두 번째 이야기)은 미스터리로 가득한 꿈(첫 번째 이야기)에서도 불안한 기운을 뿜어내며 제 존재를 상기시킨다.
▲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의 한 장면감자
영화는 데이비드 린치 감독 최고 작품 중 하나라고 평가를 받았으며, 나오미 왓츠의 연기에도 찬사가 쏟아졌다. 베티와 다이앤의 상반된 모습을 완벽하게 보여준 나오미 왓츠의 연기는 이 영화 이전에 그녀가 십년이 넘는 시간동안 무명이나 다름없는 배우였다는 사실이 이해가 가지 않을 만큼 놀랍다. 어쩌면 배우로서 셀 수도 없이 많은 실패와 좌절을 경험했기에 <멀홀랜드 드라이브>에서 그녀의 연기가 설득력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후 그녀는 제임스 아이보리,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피터 잭슨, 우디 앨런, 미카엘 하네케와 같은 거장들과 작업하며 승승장구한다.
<멀홀랜드 드라이브>속 베티가 꿈꾸었던 것(배우로, 또 스타로 성공하는)을 나오미 왓츠는 모두 이루었다. 더 나아가 제작자로서도 활약하며 영화인으로서 그녀의 위치는 이미 굳건하지만 이제 쉰을 갓 넘긴 그녀의 연기 스펙트럼이 공포, 코메디, 멜로, 판타지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세월과 함께 계속해서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녀는 내일이 더 기대되는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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