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스틸컷
Buena Vista International
시간이 흐를수록 롭은 로라가 얼마나 좋은 사람이었는지, 또 자신이 그녀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그럼에도 자신이 얼마나 자기중심적이었는지 깨닫는다. 관계가 깊어지면서 마주하게 되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그는 회피해왔다. 서로에게 익숙해지면서 그녀의 소중함을 과소평가했으며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소한 자극, 유혹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자신에게 일어날 수 있는 다른 가능성들을 저울질했다. 그는 이제 환상과 현실을 비교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일인지 안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극한의 슬픔을 겪으면서 자신의 솔직한 마음, 자신의 마음이 롭에게 있음을 마주한 로라가 롭에게 돌아가고, 이제 사랑이 뭔지, 관계가 뭔지 알겠다는 롭이 로라만을 위한, 그녀가 좋아하는 노래들로만 가득한 노래 테이프를 만들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는 푸념과 자기성찰이 잘 어우러진 한 남자의 연애사를 가볍고 재미있게 풀어낸다. 국내에서 영화 <어바웃 어 보이>의 원작자로 더 유명한 닉 혼비의 재치와 개성이 돋보이는 원작의 매력과 영화에 걸맞은 각색, 그리고 전작들에서 장르를 불문하고 뛰어난 연출력을 보여준 스티븐 프리어즈 감독과 흠 잡을 데 없는 연기를 보여준 배우들의 만남이 인상깊다. 게다가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카메오부터 팀 로빈슨, 캐서린 제타 존슨, 조앤 쿠삭, 리사 보넷 등화려한 조연 군단까지.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는 사랑과 음악에 대해 끊임없이 얘기할 거리들을 많이 던져주는 매력적인 영화다.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스틸컷Buena Vista International
이 영화가 가진 수많은 미덕 사이에서도 잭 블랙의 매력은 특히 눈에 띈다. 괴팍하고, 고약한, 곁에 있다면 절대 좋아할 수 없는 인물이지만 그렇다고 꼭 미워할 수도 없는, 그래서 작품 속 캐릭터로서는 누구보다 매력적인 인물을 잘 살려낸 그는 이 영화를 통해 주연으로서의 가능성도 보여주었다.
잭 블랙은 1년 후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에서 당시 최고의 스타였던 기네스 팰트로의 상대역으로 출연해 흥행에도 성공하면서 자신의 가능성을 증명한다. 2003년 <스쿨 오브 락>에서는 코미디뿐만 아니라 자신의 음악적 재능까지 가감 없이 보여주는데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에서 그가 연기한 베리가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그의 원맨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스쿨 오브 락>과 <나쵸 리브레>(2006), 웃음기를 뺀 <킹콩>(2005), <로맨틱 홀리데이>(2006), 그리고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 <쿵푸 팬더> 시리즈에서 주인공 포의 목소리 연기까지. 지난 20여 년 동안 캐릭터의 한계에서 벗어나, 다양한 작품 속에서 그의 매력은 빛을 발했다.
추신. 그가 출연한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신작 <돈 워리>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