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트루먼 쇼>의 한 장면
해리슨앤컴퍼니
크리스토프는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씨 헤이븐 아일랜드를 추잡한 현실세계와 다른, 완전한 세상으로 규정하고, 그 곳에 살고 있는 트루먼을 선택받은 인간이라 말한다. 트루먼이 느끼는 사랑과 고뇌가 진짜라 말하면서도 현실, 진짜 세상과 구분 짓는 것이 이율배반이 아닐 수 없다. 잠든 트루먼의 얼굴이 대형 스크린을 가득 채우고, 크리스토프는 마치 제 자식을 쓰다듬듯 화면을 어루만진다. 그에게 트루먼은 자신이 만든 완전한 세상(이로써 그는 '신'과 다름없다.)을 완벽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존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어떤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트루먼을 떠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폭풍우를 뚫고 '씨 헤이븐 아일랜드'와 현실의 경계에 도달한 트루먼은 자신의 인생이 모두 가짜였다는 진실 앞에서 무너지지 않고, 용감하게 출구로 발걸음을 내딛는다. 죽음보다 두려운 공포를 극복한 트루먼의 감동 휴먼 드라마를 지켜본 전 세계의 시청자들은 그의 선택에 환호를 보낸다. 만일이 넘도록 방송을 멈춘 적이 없던 '트루먼 쇼'는 이렇게 끝이 나고, 시청자들은 여운을 느낄 틈도 없이 'tv 가이드'를 뒤지며 다른 볼거리를 찾는다. (한 남자의 생사를 건 도전이 시청자들에겐 한낱 오락거리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영화 <트루먼 쇼>의 한 장면해리슨앤컴퍼니
이 영화가 나오고 지난 20년 동안 셀 수도 없이 많은 콘셉트의 '리얼리티 쇼'들이 쏟아졌으며 기술의 발전과 함께 SNS가 등장하면서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는 것이 우리 삶의 중요한 일부가 되어버렸다. 팔로워가 많은 '인플루언서'가 가진 영향력은 그가 올린 게시물이 가져 온 경제적 이익으로 증명되고, 사생활의 경계가 모호해진 사람들은 너도 나도 '보여주기 위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온라인에서의 삶이 오프라인에서의 삶을 잠식해버린 오늘, 어쩌면 우리는 자진해서 트루먼이 되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짐 캐리는 이 영화로 1999년 골든 글로브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대중이 기대하는 익살스러운 모습과 예상치 못했던 진지한 모습을 영화의 성격에 맞게, 절묘하게 보여준 그의 연기에 관객들의 극찬이 쏟아졌다. 이후 <맨 온 더 문>(1999)이나 <이터널 선샤인>(2004)과 같은 영화에서 전과는 또 다른 연기를 펼쳐 보이며 '배우는 역시 배우구나.'하는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최근 몇 년간 활동이 뜸하긴 했으나 곧 육십 살을 바라보고 있는 그가 앞으로 더 많은 영화 속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 줄 수 있는 배우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추신.
대중매체와 그것을 소비하는 대중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이 돋보이는 코미디 <트루먼 쇼>의 대본을 쓴 앤드류 니콜은 <트루먼 쇼> 전후로도 미래 사회에 있을 수 있는 윤리적 고민들을 드라마로 풀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전작 <가타카>(1997, 각본과 연출을 모두 맡았다.)에서 미래 사회에 일어날 수 있는 '차별'을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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