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벳 골드마인>의 한 장면
(주)엔케이컨텐츠
성의 자유를 외치던 1970년대가 끝나고 맞이한 1980년대는 화려하고 매혹적인 파티 후에 찾아오는 숙취처럼 공허하고, 한때 브라이언과 친밀한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의 현재는 (영화가 그리고 있는) 뉴욕처럼 어둡고 우울하며 황폐하기까지 하다.
그들 모두는 브라이언을 처음 만난 순간부터 그에게 매료되었고, 그들 자신이 기억하는 잔혹한 방식으로 그에게 버림받았다. 브라이언이 얼마나 매혹적이었는지, 그가 자신들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 그와 함께 한 시간들에 대한 증언을 들으면서 아서는 자신의 과거 또한 회상한다.
아서는 기자회견장에서 양성애자임을 스스럼없이 밝히는 브라이언을 TV로 보면서 마네킹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 있는 보수적인 부모에게 '저 사람이 바로 나'라고 외치고 싶으나 그럴 수 없다. 분명 세상은 변하고 있고, 거리엔 브라이언처럼 꾸미고 다니는 사람들이 넘쳐나는데 그가 속한 세상에서는 브라이언을 모방하는 것이 금기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아서가 현실과 욕망 사이에서 오랫동안 방황했던 반면 브라이언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주 어릴 때부터 확실히 알았고, 그에게 욕망은 족쇄가 아닌 해방이었다. 록 스타를 꿈꾸던 꼬마는 댄디한 소년으로 자랐다. 그는 원하는 것을 갖기 위해, 그것이 물건이든 사람이든 자신이 가진 성적 매력을 적극 활용할 줄 알았다.
브라이언은 무엇이 사람들을 열광시키는지, 스타의 본질이 무엇인지 본능적으로 알았다. 가면을 씀으로써 비로소 솔직해질 수 있다고 말한 그는 음악이라는 마스크를 쓰고 사람들이 감히 드러내지 못하는 욕망을 가장 화려한 모습으로 표현했다. 젊은이들은 그에게 열광했고, 기성세대는 그를 경멸했다.
무엇이 그의 진짜 모습일까
▲<벨벳 골드마인>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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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은 '맥스웰 데몬'(데이빗 보위가 '지기 스타더스트'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했던 것처럼)이라는 또 다른 자아를 만들어 무대에 오르지만 브라이언 슬레이드라는 이름 또한 그의 본명은 아니다. 무엇이 그의 진짜 모습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아무리 쫓는다고 해도, 맨디가 수년을 그와 함께 살고도 결국 그에 대해 몰랐던 것처럼 우리는 절대 답을 구하지 못할 것이다. 대중은 시대의 아이콘이자 세상을 바꾼 개척자로 그를 기억하지만 진실은 그 역시 시대의 일부였을 뿐이고, 글램 록의 종말과 함께 그도 사라져버렸다는 것이다.
아서는 취재를 이어가면서 브라이언의 현재에 그 누구보다 가까이 다가선다. 아서는 브라이언 슬레이드로서 극적인 퇴장을 연출했던(결국 실패 했지만) 그가 이제 1980년대의 대중들이 열광하는 다른 마스크를 쓰고 여전히 록 스타로서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아서의 기사가 무산되면서 진실 또한 묻혀버린다.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은 결국 스타일
▲<벨벳 골드마인>의 한 장면 (주)엔케이컨텐츠
토드 헤인즈 감독이 바라본 1970년대 글램 록스타들은 모두 오스카 와일드의 후예들로서 금기된 것을 근사한 것으로 포장해 사람들을 유혹하고, 화려한 타자의 삶을 곧 자신의 것이라 착각하게 만드는 재주를 가졌으며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저주에서 축복으로 승화시킨다. 결국 남는 것,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은 스타일이라는 것을 이들은 말한다.
<벨벳 골드마인>은 브라이언 슬레이드라는 록 스타의 전기를 다룬 뮤직 드라마이자 미스터리한 사건의 실체를 쫓는 추리극이며 두 뮤지션의 사랑을 담은 멜로드라마, 풍자와 유머로 시대를 통찰한 코미디이기도 하다.
급격한 카메라의 움직임(줌인, 줌아웃, 패닝)과 극적인 조명, 화려한 세트는 당시 뮤직비디오 촬영 기법과 많이 닮아있다. 그리고 한편의 콩트와도 같은 장면들이 광고처럼 감각적으로 이어진다.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있어도 브라이언 이노에서부터 루 리드까지 (데이빗 보위를 제외한-영화의 제목 역시 그의 노래에서 가져왔음에도) 당시 활동했던 뮤지션들의 음악과 1990년대 최고 뮤지션들의 음악, 그리고 시들기 직전의 만개한 꽃처럼 화려한 영상에 2시간 동안 취하게 된다.
주인공 브라이언을 연기한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의 존재는 마치 외계에서 온 것처럼 캐릭터의 신비로움을 극대화하고 그 외에 다른 배우가 이 배역을 맡는 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그는 훌륭하게 역할을 소화해 냈다.
이 영화를 통해 그는 소위 유명세라는 것을 얻게 되지만 캐릭터의 강렬함 때문인지 꾸준하게 작품 활동을 했음에도 꽤 긴 시간 동안 대표작이라 할 만한 작품을 만나지 못했다. 그러다가 2005년 우디 알렌 감독의 <매치 포인트>을 통해 섬세하고 위태로운 매력을 어필하고, 곧이어 TV 드라마 <튜더스>에서 헨리8세를 맡으며 필모그래피를 차근차근 쌓았다. 특히 <튜더스>에서 그의 카리스마는 그 어떤 작품에서보다 빛이 난다. 그럼에도, (그는 아직 젊고, 앞으로도 많은 작품들을 찍을 테지만) <벨벳 골드마인>는 언제나 그의 대표작 리스트의 처음에 자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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