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귀여운 여인>의 한 장면
Buena Vista Pictures
상류층인 에드워드의 데이트 상대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 매너들을 비비안은 아주 빠르게 배워나간다. 비비안 자신도 몰랐던 내면의 우아함을 끌어내 주고 그녀를 숙녀로 만들어 주는 것은 극 중 남성들이다. 호텔 직원 바니는 테이블 매너를 가르쳐주고, 에드워드는 그녀와 함께 베르디의 오페라 <라트라비아타>를 관람하고(하필, 품위 있는 매춘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오페라라니), 자선행사에 대동한다.
명품 드레스를 입은 그녀에게서 '콜걸'의 이미지를 읽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에드워드의 변호사 필립이 비비안의 직업을 알고 난 뒤 그녀에게 더러운 추파를 던지는 것을 제외하면 두 사람의 신분 차이는 서로가 사랑을 느끼는 데 있어 장애가 아닌 매력으로 작용한다. 에드워드는 생전 처음 접하는, 무슨 내용인지 알지도 못하는 오페라에 진심으로 감동하는 비비안에게 빠져들고, 비비안은 에드워드의 부와 자상함에 자신이 동화 속 공주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비비안은 백마 탄 왕자가 자신을 구하러 올 리는 없다고(무엇으로부터 구한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에드워드와의 관계에 기대를 걸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다잡으며, 동화가 현실이 될 수 없음을 끊임없이 상기한다. 다행히도 에드워드는 비비안의 동화를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재력과 마음, 거기다 매력적인 외모까지 모든 것을 가진, 완벽한 남자였다. 그리고 그는 그녀의 판타지를 완전하게 충족시킨다.
리무진을 타고 와 꽃다발을 들고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리차드 기어의 모습에 1990년의 관객들이 열광했다는 것이 지금의 시점에서는 놀랍다.
▲영화 <귀여운 여인>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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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와 에드워드가 뜨거운 입맞춤으로 신데렐라 이야기를 완성하는 동안, 로이 오비슨이 부른 '프리티 우먼'과 함께 웬 남자의 독백이 들려온다. "꿈의 전당 할리우드로 오세요. 꿈이 실현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하죠. 하지만 여기는 헐리우드랍니다. 계속 꿈을 꾸세요." 이 대사는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할리우드이기에 가능한, 단지 하나의 꿈에 불과하다는 작가와 감독의 변명으로 들린다. 과연 <귀여운 여인>이 보여 준 꿈은 2018년에도 유효할까?
백마 탄 왕자님이 공주를 구함으로서 마무리 지어졌던 '신데렐라' 이야기는 서로의 선한 영향력으로 발전한 공주가 스스로를 구하는 식으로 조금씩 진화해 나가며 2000년대 후반까지 그 모습을 달리해 영화와 드라마로 계속해서 만들어지다가 최근 들어 뜸해지고 있다. 이는 '신데렐라' 이야기가 지금의 소녀들에게 더 이상 판타지를 주지 못한다는 반증 아닐까? 오늘의 젠더 의식으로 <귀여운 여인>을 감상하기엔 상당한 무리가 있지만, 이 영화를 다시 보면서 지난 30년간 무엇이 변했고 변하지 않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영화 <귀여운 여인>의 한 장면Buena Vista Pictures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 줄리아 로버츠의 존재감은 보는 사람 모두를 자기편으로 만들 만큼 빛을 발하며, 부족한 개연성마저 채워 버린다. 그녀의 밝고 건강한 이미지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아메리칸 스윗허트로서의 자격을 충족시키고, 이후 계속된 성공은 그녀를 신뢰감(투자자에게는 흥행이라는, 관객에게는 재미라는)을 주는 배우로 성장시킨다.
1990년 <귀여운 여인>으로 전 세계에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킨 그녀는 10년 후,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에린 브로코비치>로 2001년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배우로서 정점을 찍는다. 이 두 영화가 아마도 그녀의 커리어에 있어 가장 중요한 작품들일 것이다.
하지만 두 작품 속 그녀가 연기한 인물들은 서로 상반된 캐릭터로, <귀여운 여인>의 비비안이 수동적인 인물인 반면 <에린 브로코비치>의 에린은 굉장히 능동적이고 자신에게 가해지는 고정관념과 편견에 정면으로 부딪히는 인물인데 두 작품 사이 겨우 십 년의 세월이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만약 줄리아 로버츠가 2018년 신인 배우이고 <귀여운 여인> 출연을 제안 받았다면 그녀는 승낙했을까? 아니,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2018년에 <귀여운 여인>이 영화로 만들어 질 일은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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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발 든 리차드 기어에 열광... 지금 보니 너무 놀랍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