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혼자>의 주역들. 왼쪽부터 배우 송유현, 박홍민 감독, 배우 이주원. 가운데 아이는 김성욱.
박홍민 제공
물론 영화제는 어떻게 보면 판타지입니다. 찰나의 꿈입니다. 영화제를 통해서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 똑같은 일상이 반복될 뿐입니다. <물고기>는 3D영화이지만 결국 3D가 아닌 2D로 개봉하며 실패를 했고, 저는 몇 년간 수익이 전혀 없었습니다. 사람들도 잘 만나지 않고 한동안 방에서만 지냈습니다. 제 스스로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새로운 시나리오를 위해 취재하고 열심히 글을 쓰며 2년을 보냈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투자하기 어렵다"는 이야기였고 그럴수록 점점 더 위축돼 갔습니다. 영화 작업을 너무 좋아하는데 이러다가는 평생 영화를 찍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두려웠습니다. 글을 쓰려면 주변에 대한 호기심이 있어야 하는데, 제가 힘들다보니까 주변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시야가 좁아져 있었고 어떠한 이야기도 만들어낼 자신이 없었습니다. 제가 이전에 썼던 글들도 진정성이 없어 보이고 주변을 이용해 글을 쓴 것만 같아서 제 자신에 대한 의문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광국 형님이 힘든 상황에서도 <꿈보다 해몽>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며 큰 용기를 얻었습니다. 정범 형님과 광국 형님, 그리고 함께 해준 여러 분들의 도움으로 힘을 내어 제작사를 차렸습니다. 제 물건들을 팔고 돈을 빌려 아주 작은 예산의 두 번째 장편영화 <혼자>를 연출했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만들 수 있었던 이유는 진심과 사력을 다해 연출하면 전 작품에서도 그랬듯이 이번 작품도 알아줄 것이란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고기>를 만들었을 때도 저는 부산국제영화제와 어떠한 관련이 없었고, 대외적으로 알려진 전작이나 특별한 경력도 전혀 없었는데도 초청이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만 좋다면 어떠한 편견 없이 공정하게 심사를 하여 초청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운 좋게도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 <혼자>가 초청되었습니다. 영광스럽게도 또 시민평론가 상을 받았고, 또한 주연배우이신 이주원 배우님은 올해의 배우상을 받았습니다. 너무 큰 용기를 얻었습니다. 많은 관객 분들을 만났고 많은 영화를 봤습니다. 뒤풀이 자리에서 만난 시민평론가분은 "다음 작품은 또 언제 찍으실 거냐"며 응원해주셨습니다. 왠지 제 작품을 계속 지켜봐주고 꾸준히 관심 가져주신 것 같아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영화를 또 찍고싶다는 의지가 생겼습니다. 제가 하고 있는 고민들이 그저 의미 없는 것이 아니라는 위안을 얻었습니다. 그때 이후 처음으로 서울독립영화제도 가게 되었으며 로테르담국제영화제에 또 초청이 되었고, 미네소타 미니애폴리스 새인트 폴 국제영화제도 초청되었습니다. 그 외 여러 영화제에서도 초청 이야기가 나오고 있으며 현재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다른 것 다 떠나서저는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더욱 영화를 사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많은 영화인분들을 만났고, 영화를 사랑하는 부산시민분들을 만났습니다. 이러한 관계 속에서 동력을 얻어 두 번째 작품도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확실히 결정된 것은 없지만, 다음 작품도 연출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용기를 얻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요즘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는 듯합니다. 다른 것 다 떠나서 영화제의 자율성과 독립성은 꼭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원칙이 잘 지켜져야 빽도 없고, 영화제와 관계있는 지점도 없고, 남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영화만 잘 만들면 초청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영화제가 어떤 의도나 관계성에 의해 초청이 결정된다고 느껴진다면, 그 틀에 맞지 않다고 생각되는 감독은 어차피 떨어질 것이니 영화제에 내지 않겠지요. 그러한 분위기에서는 초청된 감독들에게도 명예롭지 않을 겁니다.
'초청되는 영화에는 성역이 없다'는 쉽고 간단한 전제가 잘 지켜진다면, 영화를 만드는 누구든지 부산국제영화제에 영화를 내고 싶어 할 것입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단순히 크고 화려하기만 한 영화제가 아니라, 여러 다양한 사람들을 큰 품으로 안는 영화제가 되었으면 합니다. 자유롭게 상상하는 사람들이 가득하고, 그들이 만나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영화제가 되었으면 합니다.
때론 어떤 감독과 생각이 다를지라도, 그래서 그 감독이 설령 싫더라도, 그 사람의 창작 활동을 지지해주며 다양한 시선에 관심을 가져주는 그런 영화인들과 함께 하는 영화제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렇게 성장해가는 영화제의 모습을 꿈꿔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요즘 부산국제영화제의 모습은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박홍민 감독은 누구? |
1982년생인 박홍민 감독은 영화 <물고기>(2011)와 <혼자>(2015)로 두 차례 부산국제영화제의 초청을 받았고, 두 차례 모두 시민평론가상을 받았다.
특유의 상상력과 기존 문법을 벗어난 연출로 세계 여러 국제영화제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영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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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를 지지하는 젊은 목소리][① 백재호] 부산시민 여러분, 부디 부산국제영화제 지켜주세요[② 이승원] 누가 BIFF라는 오아시스를 소유하려 하는가[③ 이근우] "저는 이 영화 부산국제영화제에 낼 거예요"[④ 조창호] 서병수 시장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한 장의 사진[⑤ 박석영] 저는 믿습니다, BIFF 키워온 부산 시민들을[⑥ 이돈구] 부산국제영화제는 내게 기적이다추신 : 우리는 부산국제영화제를 지지합니다. '부산국제영화제지키기 백만서명운동 사이트' (
http://isupportbiff.com)에서 관련 소식을 접할 수 있습니다. #isupportbif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