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초인>의 한 장면.
서은영
폭풍 같은 감정과 불타는 투지와는 다르게 내가 만든 건 청춘로맨스 영화였다. 이번엔 꼭 부산에 가야 된다. 난 이제 나이도 많고, 결혼도 했으며, 여자였다. 만일 무언가를 또 이루지 못 한다면 이번엔 다시 일어서기 힘들 것 같았다. 남편과 술을 마시며 과거 부산에서의 추억을 안주삼아 온 우주의 기운이 우리로 향하기를 바랐다.
"부산, 떨어지면 어떨 것 같아?""글쎄..."그리고 2015년 8월 7일. "서은영 감독님이시죠?" 내 이름을 부르는 달달한 목소리의 영화제 직원은 날 부산으로 초대했다. 그 날, 믹싱기사님과 녹음하러 온 여배우, 응원 차 들린 편집 기사님과 함께 우리 여자 넷은 충무로에서 소리를 질러댔다.
20년 동안 부산은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 전 세계의 다양한 영화들을 가득 품에 안고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동안 점차 달라진 건 나였다. 나는 영화제를 즐기는 관객에서 영화제에 참석한 감독으로 변해있었다. 드디어 내 영화를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었다. 퇴사한 후 단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는데, 부산에서는 신나게 놀 수 있었다.
부산이 대체 뭐길래누군가는 "그 영화제가 뭔데 왜 이리도 유난들이야"라고 말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제는 시스템에서 멀어져 있는 사람, 그 어떤 아는 사람도 없는 사람, 투자사 근처에는 가보지도 못한 나 같은 평범한 영화인들에겐 또 다른 기회의 상징이다.
여전히 남편과 술을 마신다. 올해 부산에 대한 우려와 걱정, 곧 개봉할 영화와 다음 영화 시나리오의 개연성을 안주삼아 씹던 그가 그랬다.
"우리가 작년이 아닌 올 해, 부산에 내려고 준비했다면 어떨 것 같아?""글쎄..."전 세계 수많은 영화인들이 자신의 영화를 갖고 부산을 방문하길 원한다. 그리고 한국의 젊은 영화인들은 그런 부산을 갖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동시에 그 역시 자신의 영화가 틀어지기를 원하고 있다. 부산은 전국의 영화인들, 영화학도의 마음에 다양한 형태의 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의 꿈이 부서지지 않도록, 우리가 사람들을 위로하는 영화를 만들 수 있도록 부산이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 뿐 아니라, 영화로 단 한번이라도 위안을 얻었던 사람들 모두 부산을 지켜보았으면 좋겠다.
서은영 감독은 누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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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를 지지하는 젊은 목소리][① 백재호] 부산시민 여러분, 부디 부산국제영화제 지켜주세요[② 이승원] 누가 BIFF라는 오아시스를 소유하려 하는가[③ 이근우] "저는 이 영화 부산국제영화제에 낼 거예요"[④ 조창호] 서병수 시장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한 장의 사진[⑤ 박석영] 저는 믿습니다, BIFF 키워온 부산 시민들을[⑥ 이돈구] 부산국제영화제는 내게 기적이다[⑦ 박홍민] 영화제 제1명제: 초청되는 영화에는 성역이 없다[⑧ 지하진] 영화 속 유령들까지 부산영화제를 지킬 것이다[⑨ 이광국] 부산시장님, 많이 외로우시죠?[⑩ 김대환] 많이 아픈 부산국제영화제야, 내가 너무 미안해[⑪ 김진도] 부산 뒷골목, 노숙자 같은 남자가 세계적 거장이었다[⑫ 김진황] BIFF에 대한 믿음, 흔들리지 않게 해주십시오* 우리는 부산국제영화제를 지지합니다. '부산국제영화제지키기 백만서명운동 사이트' (
http://isupportbiff.com)에서 관련 소식을 접할 수 있습니다. #isupportbif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