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태백, 잉걸의 땅>의 한 장면.
김영조 제공
사실 부산국제영화제와의 인연은 더 오래전부터였습니다. 저는 영화제 초창기에 해당하는 제6회 부산국제영화제 기술팀에서 스태프로 일했습니다. 당시 업무는 스크린 매니저였습니다. 밤을 꼬박 새우면서 동료들과 필름을 검색하며 영화제를 준비했습니다. 혹시 생길지도 모를 영사 사고에 대비해 잔뜩 긴장한 채 일하다가 진짜로 사고가 생겨 무대로 올라가 관객들에게 거듭 사과했던 일, 때로 운이 좋을 때는 자신의 영화를 점검하기 위해 영사실을 찾은 유명 감독을 만나 성취감을 느꼈던 기억까지.
그때는 '미래의 나도 이곳에서 팬을 만나는 그런 감독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앞으로도 무엇을 하든 계속 영화작업을 하는 영화인으로 남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꾸었습니다. 내가 누리던 영화제의 순간순간이 바로 최고의 순간들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원래 공학을 전공했던 저는 뒤늦게 영화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해 다소 늦은 나이에 영화학도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그렇게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를 맞이했고, 저는 남포동 비프광장에서 보고 싶은 영화표를 구하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섰고, 행운처럼 표를 구할 때는 어린아이 마냥 기뻐 날뛰고 환호하며 아침을 맞이하기도 했습니다.
때로 표를 구하지 못하면 오기가 생겨 날밤을 꼬박 새기까지 하며 순서를 기다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영화 한 편을 보고 그 깊은 여운을 삭히지 못해 일행이었던 학우들과 선배들, 그리고 영화를 가르쳐주셨던 선생님들까지 합석해 저렴한 안주에 막걸리를 들이키며 영화에 대한 끝도 없는 대화와 분석을 열정적으로 쏟아내었던 기억의 조각들도 지금까지 선명합니다. 그때 우리 모두는 넘치는 의욕 속에서 "앞으로도 계속 영화인으로 살아남자"고 서로 다짐하였습니다.
그렇게 비난하신다면
▲2015년 부산영화제 개막식에서 개막선언을 하고 있는 서병수 부산시장
부산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는 이렇듯 제 삶의 역사이고, 오랜 시간을 함께 걸어온 친구입니다. 영화에 대한 열정으로 살아온 제 삶이 소중하듯, 제 오랜 친구였던 부산국제영화제도 그 어떤 외부 논리에 굴하지 않고 그저 자유로움과 진실함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소중한 친구로 계속 살아남기를, 지금까지 영화제가 꾸준히 노력하며 만들어 놓은 길을 계속 걸어갈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지난 3월 2일 서병수 시장은 신규 위촉된 자문위원들을 두고 "영화제 발전에 크게 기여한 적도 없는 자격도 없는 사람들"이라 비난했습니다.
저는 자격이 없는 영화인인가 봅니다.
김영조 감독은 누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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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isupportbiff.com)에서 관련 소식을 접할 수 있습니다. #isupportbi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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