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간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성장해온 부산국제영화제가 부산시의 압력으로 인해 운명의 기로에 서있습니다. 영화계는 독립성과 자율성을 외치며 결사항전 분위기입니다. 당장 올해 영화제 개최조차 점점 불투명해지는 상황입니다. 백척간두의 위기에 서 있는 부산국제영화제, <오마이스타>는 누구보다 이 사태를 애가 타며 지켜보고 있는 젊은 영화인들의 목소리를 전달합니다. 그 열아홉 번째로 <10분>의 이용승 감독입니다 [편집자말]
< 10분 >은 대학원 졸업 영화였다. 졸업이 목표였고, '부산국제영화제에 상영하면 행복하겠다' 정도의 바람 하나만 가지고 시작한 프로젝트였다. 당연히 미래는 불안했고, 앞으로 어떻게 무엇을 하며 살아야할 지 막막하기만 한 2013년 여름을 보내고 있었다.

그 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메일 한 통이 왔다. 뉴커런츠 부문 초청 메일이었다.

부산에서의 일주일

 2013년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을 당시 모습. <10분>에 출연한 배우 백종환(좌측), 그리고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이용승 감독, 배우 정희태.

2013년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을 당시 모습. <10분>에 출연한 배우 백종환(좌측), 그리고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이용승 감독, 배우 정희태.ⓒ 이용승 제공


메일을 받기 전에는 '설마 되겠어?'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메일을 받자마자 심장이 두근거려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바로 운동화를 신고 한강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한참을 걸었다. 당시 한남동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는데 양화대교를 보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설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앞으로 편집을 어떻게 고칠지 사운드 작업은 어떻게 진행할지 후반 작업 방향과 일정을 정리했다. 그제야 걱정이 아닌 계획을 할 수 있었다. 초청이 결정되자 모든 것이 명쾌해졌다. 영화제 개막 전까지 후반 작업을 마치는 것, 그렇게 두 달 간 부지런히 후반 작업을 마치고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상영을 할 수 있었다.

< 10분 >을 처음 상영했던 2013년 부산국제영화제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련하다. 첫 장편 영화로 부산국제영화제의 관객을 만났을 때 초짜답게 흥분했고, 대학원 행사와 이런 저런 영화제 일정들을 다니느라 영화제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바쁘게 보냈다.

살면서 그렇게 행복하게 웃으면서 일주일을 보냈던 적이 그 전에는 없었다. 운이 좋게 관객상과 국제평론가상을 받았고, 예전부터 팬이었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도 만나서 그의 좋은 기운도 받았다.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베를린국제영화제를 비롯한 세계 영화제로 펼쳐갈 수 있었고 극장 개봉까지 할 수 있었다.

< 10분 >을 찍을 당시에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이 부산국제영화제를 지나며 현실이 됐고, 애매하던 나의 삶에 '다음'이 생겼다. 다음 스케줄, 다음 영화, 다음 목표... 보잘 것 없는 내가 영화로 관객과 소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 다음 영화를 더 잘 찍고 싶다는 바람 등등 부산국제영화제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다. 벌써 3년여 전의 이야기가 되었다. 3년여 동안 다음 영화를 준비하며 버틸 수 있는 것도 그 시절의 소중한 경험 덕이다. 그리고 하루라도 빨리 관객들, 부산국제영화제를 만나고 싶다.

다음

 영화 <10분>의 포스터가 걸려있던 부산 해운대의 거리.

영화 <10분>의 포스터가 걸려있던 부산 해운대의 거리.ⓒ 이용승 제공


요즘 부산국제영화제와 관련된 뉴스를 접하며 부산시와 서병수 시장이 참 가지가지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치하고 납득할 수 없는 정치적 행동들을 연달아하며 부산국제영화제를 흔들고 있다는 인상만을 받고 있다. 표현의 자유는 영화제보다 위에 있는 것이고,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이슈와 담론을 만드는 것은 대중 예술의 기본이다. 그리고 영화제는 그 기본을 지켜주는 판이다.

하지만 지금 일련의 상황은 당연한 것이 녹록치 않은 상황인 듯하다. 부산시와 서병수 시장이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이렇게 움직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누구보다 부산국제영화제를 지켜야 하는 주체라 생각한다. 부산국제영화제는 20만 방문객이 영화제를 찾아와 기존 산업 시스템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다양한 영화와 부산만의 문화를 즐기는 축제다. 또한 아시아 젊은 영화인들이 다양한 관객과 영화 산업 관계자, 세계 영화제 프로그래머들에게 자신의 영화를 선보일 수 있는 검증된 창구이면서, 부산 자영업자 시민들의 비수기 대목이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의 자랑 아닌가.

"정치에 축제가 꺼져주는 것이 아니라, 축제에서 정치가 꺼져주면 안 될까요?"

선선한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부산영화제 프로그래머가 선택한 또래 신진 영화인의 패기 있는 영화를 본 후 센텀 밤거리를 걸어다니고 싶다. 지난 20년 동안 영화제 기간에 부산행 기차표만 끊으면 가능했던 일상적인 이야기가 바람이 되지 않기를. '그땐 그랬지' 류의 추억이 되지 않기를. 그렇게 되지 않을 거라는 당연함의 힘을 믿어본다.

이용승 감독은 누구?

1980년생인 이용승 감독은 단편 <덤벼라 세상>으로 데뷔했다. 2010년에 학부 졸업 작품으로 만든 <런던유학생 리차드>(2010)는 미장센단편영화제 비정성시 부문 최우수작품상을 받으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2013년 첫 장편 <10분>으로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의 초청을 받았다. 해당 작품은  당시 KNN관객상과 국제영화평론가협회상을 수상했다.


[BIFF를 지지하는 젊은 목소리]

[① 백재호] 부산시민 여러분, 부디 부산국제영화제 지켜주세요
[② 이승원] 누가 BIFF라는 오아시스를 소유하려 하는가
[③ 이근우] "저는 이 영화 부산국제영화제에 낼 거예요"
[④ 조창호] 서병수 시장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한 장의 사진
[⑤ 박석영] 저는 믿습니다, BIFF 키워온 부산 시민들을

[⑥ 이돈구] 부산국제영화제는 내게 기적이다
[⑦ 박홍민] 영화제 제1명제: 초청되는 영화에는 성역이 없다
[⑧ 지하진] 영화 속 유령들까지 부산영화제를 지킬 것이다
[⑨ 이광국] 부산시장님, 많이 외로우시죠?
[⑩ 김대환] 많이 아픈 부산국제영화제야, 내가 너무 미안해

[⑪ 김진도] 부산 뒷골목, 노숙자 같은 남자가 세계적 거장이었다
[⑫ 김진황] BIFF에 대한 믿음, 흔들리지 않게 해주십시오
[⑬ 서은영] 자부산심 : 우리는 부산을 가졌다는 자부심
[⑭ 김태용] 해외영화인들이 계속 묻는다 "BIFF는 괜찮아요?"
[⑮ 홍석재] 영화제는 꿈! 꿈은 결코 당신 마음대로 꿀 수 없다

[⑯ 정윤석] 서병수 시장님, 성수대교 참사 유가족이 제게 묻더군요
[⑰ 민용근] 부산국제영화제라는 나무를 기어코 베려 한다면
[⑱ 김동명] 거짓말 같은... 결단코, 부산국제영화제

* 우리는 부산국제영화제를 지지합니다. '부산국제영화제지키기 백만서명운동 사이트' (http://isupportbiff.com)에서 관련 소식을 접할 수 있습니다. #isupportbi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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