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피겨의 미래로 주목받고 있는 최다빈 선수

한국 피겨의 미래로 주목받고 있는 최다빈 선수 ⓒ 곽진성


11월 24일-25일 경기도 고양 어울림누리에서는 <2011 회장배 랭킹대회>가 열렸다. 이번 대회는 한국 피겨의 가능성을 새롭게 발견한 시간이다. 기량이 급성장한 유망주들이 대거 출현해 어느 때보다 풍성한 대회가 됐기 때문이다.

이틀간 펼쳐진 열전 속, 우승은 여자 싱글 1그룹 박소연(14) 선수, 남자 싱글 1그룹 이준형(15) 선수의 몫이었다. 두 선수는 이번 대회 우승을 통해 2012 유스 동계올림픽 대표로 선발되는 기쁨을 맛봤다.

여자 싱글 2그룹에서는 최다빈(12) 선수, 남자 싱글 2그룹에서는 차준환(10) 선수가 우승을 차지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 메달의 꿈을 향한 유망주들의 열정이 뜨거웠다. 이제 그 현장 속으로 들어가 보자.  

나날이 발전하는 한국 피겨 미래 최다빈

25일, 남자 싱글 2그룹(우승 차준환)에 이어 열린 여자 싱글 2그룹에서 경기는 피겨 기대주 최다빈(코치:신혜숙)의 실력을 확인하는 무대였다. 한국 피겨의 미래로 주목받는 최 선수는 이번 대회에서 안정감 있는 연기로 133.47점을 받아 우승을 차지했다.

 멋진 연기를 선보이는 최다빈 선수

멋진 연기를 선보이는 최다빈 선수 ⓒ 곽진성

이 점수는 여자 1그룹에서도 포디움에 근접할만한 높은 점수였다. 이날, 최다빈의 연기는 12살 나이답지 않은 안정감이 돋보였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그랬다.

고난이도 트리플 점프(3F, 3S)를 연이어 시도한 최다빈은 어려운 점프를 깔끔하게 성공했다.

3LZ(트리플 러츠)에서는 기술적 세밀함이 조금 부족했다. 3LZ(트리플러츠)-2T(더블토) 콤비네이션 점프와 3LZ(트리플러츠)-2T(더블토)-2Lo(더블룹)점프에서 '롱에지(잘못된날을사용하여 점프)'를 받은 부분은 숙제로 남았다.

하지만 만 12살의 어린 나이를 감안할 때 자유롭게 트리플 점프를 구사할 수 있는 모습은 큰 기대를 갖게 했다.

최다빈은 훈련에서 이미 트리플 5종 점프를 모두 뛰었고, 이번 대회에서 3F(트리플 플립), 3S(트리플 살코)를 멋지게 성공시켰다. 다음 대회의 활약이 벌써부터 기대되는 이유다.

고난이도 점프 장착 김민석, 국제무대 도전이 시작됐다

이어진 남자 1그룹에서는 15살 동갑내기 라이벌 이준형(코치 지현정), 이동원(코치 신혜숙)선수가 유스 동계올림픽 출전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두 선수는 주니어 GP 무대에서도 3위(이준형), 4위(이동원)에 오르는 등 서로의 발전에 동력이 되고 있다.

이번 대회의 우승은 이준형이었다. 대한민국 피겨사상 첫 남자 주니어 GP 동메달을 따낸 그는 더욱 발전된 기량으로 176.83점을 기록, '동계 유스 올림픽' 출전의 주인공이 됐다.

이날, 두 선수와 더불어 눈길을 끈 선수가 있었다. 시원스런 3A(트리플 악셀)+2T(더블 토) 콤비네이션 점프로 관객을 사로잡은 김민석(19)(코치 지현정) 선수가 그 주인공이다. 이번 대회 참가 선수 중 가장 큰 박수를 받은 그의 연기는, 남자 싱글 2위 성적을 뛰어넘는 감동이 있었다.

 멋진 연기를 선보인 남자 피겨 국가대표 김민석 선수

멋진 연기를 선보인 남자 피겨 국가대표 김민석 선수 ⓒ 곽진성


이번 대회 클린연기가 목표였던 김민석은 24일, 쇼트 경기에서 실수 없이 깔끔한 연기를 펼쳤다. 그는 25일 프리스케이팅에서 점프들을 깔끔히 성공하며, 마지막 점프 한 개만을 남겨뒀다. 하지만 마지막 점프에서 넘어지며, 클린 연기의 꿈을 다음 기회로 미뤘다.

아쉬움이 남았지만 희망을 본 연기였다. 이번 대회에서 김민석이 선보인 고난이도 점프(3A, 3A+2T)의 우수한 질은, 피겨 국가대표 맏형인 그의 밝은 미래를 예고했다.

앞으로 목표로 하는 트리플 콤비네이션과 쿼드 점프에 성공한다면, 그의 국제 시니어 무대 상위권 진입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 20대 초 중반, 전성기를 맞이하는 남자 피겨, 김민석의 멈출 줄 모르는 성장은 반가운 일이다.  

날개 단 박소연, 상승세 조경아, 유종의 미 클라우디아 뮬러

 멋진 연기를 선보인 클라우디아 뮬러 선수

멋진 연기를 선보인 클라우디아 뮬러 선수 ⓒ 곽진성


많은 피겨 팬들의 관심을 끈 여자 싱글 1그룹 경기는, 4-10위까지의 경쟁이 피겨 팬들의 손에 땀을 쥐게 했다. 국가대표 선수를 선발(여자7명+남자3명)하는 중요성 때문이었다. 이번 대회와 2010년 1월 열린 종합선수권 대회와 합산해 국가대표를 뽑기 때문에 선수들은 좀 더 나은 기량을 펼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상위권 경쟁에서 조경아(14), 이호정(14), 클라우디아 뮬러(14) 선수의 연기는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번 대회 후, '아이스댄스 국가대표 육성팀'에 합류하는 뮬러선수는, 이번 대회가 사실상 여자 싱글선수로 출전하는 마지막 대회였다. 

뮬러(코치 이규현)는 최선을 다한 연기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1997년생 국가대표 상비군인 그녀는 다른 동갑내기 국가대표들에 비해 트리플 점프의 가짓수는 적었지만. 3S(트리플 살코), 그리고 3T(트리플 토)와 2A(더블 악셀)위주의 구성을 잘 소화해내며 클린 연기를 펼쳤다. 뮬러는 종합 순위도 6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조경아 선수의 프리스케이팅 연기

조경아 선수의 프리스케이팅 연기 ⓒ 곽진성


 조경아 선수의 프리스케이팅 연기

조경아 선수의 프리스케이팅 연기 ⓒ 곽진성

5위는 부상 중임에도 호연을 펼친 이호정(코치 신혜숙) 선수의 몫이었다. 프리스케이팅 첫 점프인 3T(트리플토)가 흔들린 점은 아쉬웠지만, 나머지 점프를 무난히 소화해내며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97년생 피겨 유망주 No1.이었던 옛 기량을 아직 찾진 못했지만, 뼛조각 수술 후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는 모습은 다음 대회에 대한 기대를 모으게 했다.

조경아 선수(코치 최형경)는 쇼트 10위에서, 프리경기의 열연으로 종합 4위에 오르는 환상적인 결과를 만들었다.

프리스케이팅 첫 점프인 트리플 러츠를, 1회전 처리해 불안한 출발을 보였지만 곧 집중력있게 경기에 임해, 4가지 트리플 점프(3S, 3Lz+2T, 3T+2T+2T, 3S+2T)를 성공시켰다.

이어진 나머지 2번의 2A(더블악셀)도 훌륭히 소화해내며 조경아 선수는 깜짝 4위를 기록했다. 앞으로 표현력과 점프의 GOE(가산점)를 높이는 요소에 집중해 훈련한다면, 또 한 단계의 발전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번 대회 3위는 최휘(14)(코치:이규현), 2위는 김해진(14)(코치:신혜숙)선수가 차지했다.

 연기에 임하는 박소연 선수

연기에 임하는 박소연 선수 ⓒ 곽진성


 은반을 가르는 박소연 선수의 멋진 스파이럴

은반을 가르는 박소연 선수의 멋진 스파이럴 ⓒ 곽진성


많은 피겨 팬들의 관심을 모은 우승 연단에는 박소연(14)(코치:지현정)선수가 올랐다. 박 선수는 주니어 GP 6차 대회 4위 입상 이후, 상승세를 이어갔다. 기량 면에서 발전도 도드라졌다. 25일, 프리스케이팅에서 3Lz, 3F, 3S등 배점 높은 트리플 점프를 훌륭히 소화해내며, '작년 시즌보다 점프를 쉽게 뛴다.'는 자신의 말을 증명해 보였다.

종합점수 152.70점으로 우승을 차지한 박소연은, 2012년 출전할 '유스올림픽' 메달 기대도 갖게 했다. 현재 몸 상태가 완벽하고, 기량 발전도 눈에 띄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성은 충분하다.

 시상식 후, 박소연 선수가 활짝 웃고 있다

시상식 후, 박소연 선수가 활짝 웃고 있다 ⓒ 곽진성


14살의 박소연 선수가 역사상 첫 번째로 열리는 '동계 유스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피겨의 이정표를 세울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시상식에서,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꿈을 향한 힘찬 발걸음을 시작했다.

우수한 인재 키워낼, '피겨전용연습장' 필요하다

 랭킹대회 포디움, 왼쪽부터 김해진(2위), 박소연(1위), 최휘(3위) 함께 1위 단상에 올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랭킹대회 포디움, 왼쪽부터 김해진(2위), 박소연(1위), 최휘(3위) 함께 1위 단상에 올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곽진성

이번 대회는 우수한 대한민국 피겨 스케이터들의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동시에 숙제도 발견했던 대회다. 좋은 실력을 갖춘 국가대표 피겨선수들이 부상으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점(이호정, 박연준)은 큰 아쉬움이다.

부상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룬련하는 현실도 한 이유가 될 수 있다. 큰 돈이 되지 않는 '피겨 팀의 빙상장 대관'은 경제논리에 밀려 대부분 늦은 밤이나 새벽에 이뤄지고 있다. 자연히 추위속에, 선수들의 피로도가 커지고, 집중력도 떨어진다. 이는 부상이 빈번한 원인이 되고 있다.

세계 주니어 상위권에 근접한 이들 유망주들이 좀 더 따뜻하고, 편한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는 '피겨 전용 연습장'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서울 특별시, 군포시를 비롯한 몇몇 지자체에서, 큰 예산이 투자되는 '국제규모의 빙상장'을 건립하려다 백지화되는 사태가 있었다.

안타까운 것은 지금 선수들에겐 필요한 것은 그런 호화빙상장이 아닌,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으로 만들 수 있는 '피겨 연습장'이라는 점이다. 정부를 비롯한 지자체에서, 이를 경제 논리 관점이 아닌, 우수한 피겨 인재를 키워내기 위한 '지원과 투자'의 개념으로 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우수한 성적은 지원과 투자없이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2011 회장배 랭킹대회>는 그 당연한 교훈을 알려준 대회였다.

랭킹대회 박소연 조경아 이호정 박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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