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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대한민국에는 여러 가지 일들이 많았다. 그 중에서도 우리가 눈여겨볼 만한 사건들이 몇 가지 있었다. 하나는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 철폐를 주장하며 전국 각지에서 모였던 '희망버스'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언론의 대체언론 역할을 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와 그 방송의 대전에서 있었던 토크콘서트이다.

이 두 가지 사건은 전혀 다른 성격의 사건이지만 쉽게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다. 그 공통점은 바로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이다.

사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 주목을 받았던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3년 전, 2008년 촛불집회 또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힘으로 약 100일 동안 진행됐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막으려는 의지를 담은 집회가 전국 곳곳에서 이루어졌었고, 그 당시 촛불집회는 성별, 나이, 직업과는 관계없는 '대국민 촛불'이라고 할 만큼 열기가 굉장히 뜨거웠었다.

2011년 초여름, 2008년의 촛불처럼 뜨거운 열기가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크레인 앞으로 모여졌었다. 그것이 바로 '희망버스'이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일종인 트위터에서 많은 사람들이 한진중공업 사태에 관심이 가지게 되었고, 그 관심이 희망버스로 이어진 것이다. 6월부터 한 달에 한번 꼴로 5차까지 이어졌으며, 엄마를 따라 온 3살 아이부터 한 때 노동자의 삶을 살았던 80세를 넘긴 할아버지까지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참여했었다.

희망버스는 이전까지의 노동운동과는 차원이 다른 성격으로, 노동자만의 문제로 남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와 시민과의 연대로 전개된 것이었다. 경찰 차벽으로 막힌 영도에서 살수와 최루액을 맞으면서도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구호를 외치며 연대의 힘을 보여줬었다. 또한, 희망버스 탑승객들이 함께하는 문화제를 진행하여 무거운 분위기 속이 아닌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의 연대를 보여줬다.

결국 한진중공업 사태는 희망버스나 많은 사람들의 관심의 힘으로 회사 측과 노조 측은 합의를 하였고, 어느 정도 마무리 되었다.

1만여명의 사람들이 참여해 이틀간 진행됐던 희망버스 모습
▲ 부산 영도, 2차 희망버스(2011년 7월 9~10일) 1만여명의 사람들이 참여해 이틀간 진행됐던 희망버스 모습
ⓒ 김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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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사태처럼 어떤 문제를 해결로 이끈 것은 아니지만 시민의 힘을 보여준 사례가 바로 <나는 꼼수다: 대전 토크콘서트>이다.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는 애플사의 팟캐스트를 통해 제공되는 방송으로 현재 언론이 언론다운 역할을 못하고 있는 가운데 대안언론의 역할을 하면서 600만이 넘는 사람들이 청취하는 방송이다.

나꼼수는 정치,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을 날카롭게 분석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었고 그 파장은 대한민국에 널리 퍼져있으며, 그것이 전국투어 콘서트로 이어졌다. 

서울, 일산, 대전, 양산, 대구, 광주 등에서 이어지는 투어콘서트 중 대전에서의 콘서트는 본래 카이스트에서 이루어지기로 예정됐었으나 카이스트측이 공연허가를 적극 부인하면서 취소돼 콘서트가 이루어지지 않을 상황까지 이어졌었다. 그러나 나꼼수의 멤버들과 나꼼수 토크콘서트 연출자 탁현민은 부당함에 항의하며 '지지 않겠다!'며 결국은 야외공연을 강행하기로 결심하고, 대전 유림공원에서의 콘서트를 기획했다.

2011년 11월 19~20일 대전 유림공원에서 이루어졌던 <나는 꼼수다> 콘서트 현장. 1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의자에, 잔디밭에 앉았고 더 이상 앉을 곳이 없어 많은 사람들이 줄서서 듣기도 했던 상황. 자발적 후불제로 나꼼수라는 도장이 찍힌 봉투를 사전에 나누어 주었다.
▲ <나는 꼼수다: 대전 토크콘서트> 2011년 11월 19~20일 대전 유림공원에서 이루어졌던 <나는 꼼수다> 콘서트 현장. 1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의자에, 잔디밭에 앉았고 더 이상 앉을 곳이 없어 많은 사람들이 줄서서 듣기도 했던 상황. 자발적 후불제로 나꼼수라는 도장이 찍힌 봉투를 사전에 나누어 주었다.
ⓒ 김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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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콘서트 당일 11월 19일에는 무척 추운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1만 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각지에서 모여, 야외 콘서트를 즐겼다. 각자 준비해 온 커피, 담요, 핫팩 등을 나누면서 함께 즐기는 훈훈한 분위기 속의 공연이 이루어졌다. 또한 이날 공연은 자발적 후불제로 진행되었는데 예상금액이었던 4500만 원을 훌쩍 넘긴 1억 원의 돈이 모이면서 나꼼수를 지지하는 시민의 힘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희망버스와 나는 꼼수다의 성격은 완전히 다르다. 그러나 여기서의 주체는 같다. 바로  시민이다. 강요받지 않은 자발적인 힘으로 모인 시민이다. 특정인, 특정단체가 만들어내는 힘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가 만들어내는 즐거운 변화이다. 또한 이 두 사건이 보여주는 가장 큰 힘은 '즐거움'이다. 비록 부정적인 현실에 부딪히더라도, 그 부당함을 연대와 참여로 즐거움으로 바꾸어내는 것을 보여준다. 2011년 대한민국에서는 시민이 만들어내는 즐거운 변화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태그:#희망버스, #나는 꼼수다, #시민, #자발적인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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