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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과 봉사활동 경력, 공인영어를 포함한 자격증, 공모전 수상경력, 어학연수 등등…. 엄마 친구 아들로 불리는 '엄친아'의 스펙이 아니다. 2011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20대들에게, 끊임없이 구직을 갈구하는 이들에게는 '필수조건'이다. 특히 어학연수는 최근 더 주목을 받고 있다. 잡코리아가 지난 6월 직장인과 대학생 3, 4학년 39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72.4%가 '필수는 아니지만 여건이 된다면 어학연수 다녀오는 것이 좋다-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사에서는 현재 어학연수 중인 학생 6명이 모여 나눈 방담을 담았다. - 기자 말

6명의 어학연수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신이 느낀 바를 이야기 하고 있다.
 6명의 어학연수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신이 느낀 바를 이야기 하고 있다.
ⓒ 장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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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고 이야기 한다. 누구는 열정적으로 사는 것이 청춘이라고 말한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 청춘이라는 이도 있는 반면 스펙에만 열을 올리는 젊음은 쓸모 없다는 사람도 있다.

이들 대부분은 '한때 청춘'이었다. 한국의 20대라면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보는 어학연수.
지난 11월 17일 밴쿠버 한 학원 교실에서, 현재 어학연수 중인 '청춘' 우정우(22), 김승현(23), 박세은(22), 이성현(25), 최현정(29), 이재민(22)씨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1 꿈] 그들은 왜 어학연수 택했을까

최현정(29)씨
 최현정(29)씨
ⓒ 장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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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정
: "3년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정년이 보장된 안정된 직장이었다. 주변에서 다들 말렸다. 회사(은행) 다니다보니 해당분야(금융)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고 싶어서였다. 외국 대학원을 가기로 결정하고 준비단계로 어학연수 중이다."

박세은 : "국어교사가 꿈이다. 원래는 어학연수 생각이 없었다. 임용고시 준비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지난 방학동안 학내 프로그램을 통해 시카고 등을 다녀오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어학연수가 나의 꿈과 미래를 더 살찌워 줄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김승현 : "태어난 곳(충남)에서 대학(충남대학교)까지 다니고 있다. 원하는 진로도 전공(화학)과 관련된 연구직이다. 이대로 졸업하고 취업하기에는 아쉬웠다. 영원히 일정한 테두리에서만 살 것 같았다. 전혀 다른 새로운 경험을 전혀 다른 곳에서 하고 싶었다."

우정우 : "원하는 전공(미술)에 대한 더 나은 환경을 원했다. 국내에서 다니던 대학교를 자퇴했다. 주입식이 아닌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힘을 가르쳐주는 곳을 원했다. 외국대학 진학을 목표로 한다. 토플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2 스펙] 청춘을 옥죄는 또다른 이름


이성현(25)씨
 이성현(25)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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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현
: "이공계열(산업경영)이다. 공인영어가 없으면 대부분 연봉 1800만 원에서 시작하지만 공인영어가 있으면 2000만 원 중반의 연봉을 받을 수 있다는 식이다. 어학연수는 경험과 공인영어 사이의 적당한 타협점이기도 하다."

이재민 : "지난 학기 학점이 4점대였다. 그러나 성적만으로 나의 전공분야(토목)에 취업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다른 것 없이 학점만 높으면 면접관이 '학교에서 공부만 했나 봐요'라고 물을 것 같다."

김승현 : "취업 첫 관문이 대학생활 동안 '어디를 갔다 왔고 무엇을 했다. 그것을 통해 내가 얻은 것은 어떤 것이다'라는 '자기소개소설' 같은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이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라고 권하는 사회에서 한 곳에서 지금까지 살아온 나는 재미없는 소설의 주인공일 뿐이다."

[#3 한계] 벽에 부딪치다

이재민(22)씨
 이재민(22)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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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정
: "처음 홈스테이에서 살았다. 현지 가족과 함께하며 다른 문화를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모습을 상상했다. 현실은 아주머니 얼굴 한번 보기 힘들었다. 가정형편이 좋지 않아 일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피곤한 눈치의 그녀에게 말 한번 걸기 어려웠다. 말 한번 걸기 힘든데 무슨 문화체험을 하겠나. 아침으로 시리얼, 점심 샌드위치가 이곳 문화의 전부는 아니지 않나."

이재민 :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지 않나. 영어 하는 만큼 느낄 수 있는 현지 문화의 깊이가 달라지는 것이 어학연수인 것 같다. 현지 친구가 '다시 돌아가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다주기 힘들다'고 말했다. 말이 잘 통한다면 마음을 열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나. 반대의 경우 누릴 수 있는 문화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불행히도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연수생들은 영어를 더듬거리는 수준이다."

이성현 : "현지인들을 만날 수 있는 눈에 보이는 기회와 정보가 많이 않으니 한국 커뮤니티에 많이들 의지한다. 그러면 한국인이 좋아하는 곳에 가게 되고, 그곳에 익숙한 사람들과 어울리게 된다. 주로 한국인이다."

[#4 초조] 어학연수를 덮치다

박세은(22)씨
 박세은(22)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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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현
: "대학생으로는 적지 않은 나이(85년생)다. 초반에는 영어를 공부의 관점에서 접근 안 하려고 했다. 몸으로 느끼려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초조해졌다. 취업준비 때문이다. 캐나다에서 조차 '토익 점수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들 때가 있다."

우정우 : "또래들은 4학년이 되었다. 그에 비해 나는 이제 대학진학을 다시 준비하는 입장이다. 늦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조급함을 느낀다. 온전히 즐기기에는 내 미래가 아직 불투명하니까."

이재민 : "군 전역 후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왔다. 이제 고학년이고, 내세울 만한 것은 별로 없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한국에 있는 친구들의 소식을 접한다. '자격증을 땄다', '취업했다', '토익 몇 점이다'라는 글들을 보면 축하하면서도 초조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5 희망] 한계를 대처하는 방법

우정우(22)씨
 우정우(22)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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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민
: "홈스테이에서 살다가 현지 대학생들 2명이 사는 집으로 옮겼다. 나 역시 홈스테이 가족들과 이야기 한번 나누기 힘들었다. 학원에서 토플 수업을 듣고 있다. 귀국 후 대학교 교환학생 프로그램에도 지원할 생각이다."

우정우 : "현지인을 만나기 위해 노력한다. 매주 한번 씩 언어교환 프로그램에 가서 이곳 대학생들을 만난다. 외국인들과 어떤 모임이 있을 경우 대부분 참석하려고 노력한다. 토플을 준비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조금 어려운 느낌이 들어 ESL반으로 옮긴 상태다. 몇 개월 후 다시 들을 생각이다."

박세은 : "최대한 내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주변 환경을 만들었다. 그리고 심각해지지 않으려 노력한다. 나는 책에서 보지 못한 것들을 배우고 느끼기 위해 이곳에 왔다는 점을 늘 생각한다. 워킹비자 신청도 했다. 이곳에서 일을 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고 느꼈다."

[#6 부모] 마음을 다잡는 이유

김승현(23)씨
 김승현(23)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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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현
: "부모님께서 '하고 싶은 것은 다해봐라'고 하셨다. 문제는 돈이다.(웃음) 부모님께 늘 감사함과 죄송한 마음이다. 한국보다 전반적으로 물가가 비싸기에 한 푼, 두 푼 아끼려고 노력한다."

이재민 : "환율에 민감해진다. 송금을 받을 때면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한다. 원래 어울려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인데 자연스레 술이 줄더라."

이성현 : "어학연수를 오고 싶어도 여건상 불가능한 사람들도 많다. 늘 축복 받았다는 생각을 가지며 살아간다. 부모님 돈을 펑펑 쓰는 것이 유학생의 이미지 중 하나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다. 나뿐만 아니라 다들 이 돈이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알고 있다."

[#7 정의] 어학연수는 ○○○다

김승현 : "어학연수는 '변화의 시기'다. 한국에서 여러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본의 아니게 자신을 가둔 틀을 깰 수 있는 기회인 것 같다."

이재민 : "어학연수는 '술'이다. 술은 종류가 다양하지 않나. 기분도 좋고(웃음), 술을 마실 때 항상 자기절제를 해야 하듯 어학연수 역시 항상 자기절제가 필요하다."

최현정 : "어학연수는 '첫단추'다. 이곳 생활을 바탕으로 한국에서의 가능성을 높이고 싶다."

우정우 : "어학연수는 '물음표'다. 사람마다 꿈꾸는 삶은 다른데 자꾸 '20대는 어떻게 살아야한다.'고 세상은 말한다. 어학연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각자 꿈과 목적이 다른 만큼 정의를 내릴 수 없는 것 같다."


태그:#어학연수, #대담, #밴쿠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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