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계백> 초영과 마주하고 있는 계백

▲ MBC <계백> 초영과 마주하고 있는 계백 ⓒ MBC


22일, MBC 월화드라마 <계백>이 막을 내렸다. 드라마의 끝은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를 줬다. 14.9%( AGB닐슨미디어리서치)의 평이한 시청률과는 달랐다. 끝은 치열했다. 무엇보다 <계백>의 마지막은 힘없는 자의 절박함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백제의 장군 계백(이서진)에 의해 아내 초영(효민)이 목숨을 잃는 장면은 비극의 상징이었다. 그 근저에는 '패배를 예감'한 깊은 슬픔이 배어있다. 초영은 자신의 목숨을 내던지면서까지 전장에 임하는 백제군의 사기를 올리려 했다.

하지만 고육지책으로도 눈 앞의 절망을 바꿀 수 없었다. 신라, 당나라 연합군 수만 대군을 맞아, 단 5천기 군사를 가진 계백(이서진)이 승리하기란 중과부적(衆寡不敵)이었기 때문이다. 그 힘의 차이는 바꿀 수 없는 무엇이었다.

"먼저, 가 기다리겠습니다. 행복했습니다. 나의 사랑. 나의 주군이시여"   <초영의 대사>

바꿀 수 없는 운명을 예감한 듯한 초영의 마지막 대사가 유난히 귀에 와닿았다. <계백>의 최종회는 힘없는 자들의 마지막 몸부림을 보는 듯해 씁쓸하고 안타까웠다.

<계백>의 비극과 닮았던 'FTA 비준동의안 표결'의 비극

같은 날 현실에선 또 하나의 비극이 펼쳐졌다. 2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통과를 위해 여당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을 기습 점거 한 것이다. 169석의 대군을 가진 여당과, 소수의 야당(민주당87석+ 민노당 6석)이 맞붙은 국회발 '황산벌 전투'였다.

<계백>은 빈약한 전투신으로 시청자들의 질타를 받았지만, 국회에서 벌어지는 전투는 영화 '적벽대전'을 뺨칠 정도로 스펙타클했다. 이날, 여당은 <계백>의 신라, 당 연합군 뺨칠 정도의 속전속결 전법을 보여줬다. 예정에도 없던 여당의 기습작전에 상대적 소수인 야당은 속수무책이었다. <계백>의 백제 조정처럼 뒤늦게 대책을 세울 뿐이었다.

이런 비극은 우리 국회에서 반복되는 일. 일 다 봐놓고 그제야 국민여론을 살피는 여당, 된 통 다해놓고 헌법소원을 한다는 야당의 모습... 죄송하지만 '꼴값'이란 표현이 절로 든다. 한쪽은 강압적이고 한쪽은 무능했다.

민주주의의 근본이 되어야 할 대한민국의 국회에서 그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은 비극적인 일이다. 국회의원들의 진정성 없는 모습은, 지켜보는 마음을 더욱 씁쓸하게 만들었다. 22일 이후 우리 사회를 도배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통과' 뉴스는 개연성 없는 드라마의 엔딩처럼 불편했다.

MBC <계백> 마지막 방송에서의 한 장면

▲ MBC <계백> 마지막 방송에서의 한 장면 ⓒ MBC


MBC <계백> 계백이 초영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

▲ MBC <계백> 계백이 초영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 ⓒ MBC


초영의 '죽음'과 닮았던, 국회의 '최루탄'

그런 안타까움 속에 그나마 한가지 위안이 됐던 일이 있다. 일명 국회 계백(?)의 '최루탄' 사건이다. 뻔하게 전개되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기습 점거 상황 당시, 민노당 김선동 의원은 최루탄을 안고 터트렸다. 이후 한 라디오 방송(CBS 김현정 뉴스쇼)에 출연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중략) 억지로라도 대한민국 국회가 울어야 된다. 한나라당 의원들 너희들, 국민 앞에 눈물을 보여야 한다.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CBS 김현정 뉴스쇼)

그 덕분에 국회의원들은 실로 오랜만에 국민들 앞에 눈물을 흘렸다. 물론 그의 행동이 옳다, 그르다 쉽게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그의 행동이 정당성을 얻을지, 한낱 정치의 가쉽거리로 전락할지는 훗날 역사가 증명해 줄 것이다. 

하지만 행동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이날 김선동 의원의 최루탄 사건은 <계백> 최종회에서 초영의 죽음 장면 만큼이나 비장미가 뚝뚝 넘쳐흘렀다. 약자들의 절박함을 보는 듯해서 마음이 안쓰러웠다. 힘 있는 자들의 세상... <계백> 초영의 죽음이나 국회에 터진 최루탄은 그에 맞선 힘 없는 자들의 분기였다.

계백 최루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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