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경
영화 속 아이들의 얼굴과 하는 짓은 어린애같은데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춘기. 아이라고 하기엔 이미 많이 컸고, 다 컸다고 하기엔 아직 아니다. '디제이'와 '차우더'는 할로윈 데이의 사탕이 이제는 조금 시시하기도 하지만 그 달콤함을 결코 뿌리칠 수 없는, 그들 자신이 '사춘기'임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아이들이다.

하긴 중 1 딸아이도 짜증을 내다가 스스로 민망해지면 말하곤 한다.
"엄마, 내가 요즘 사춘기잖아."

디제이는 앞집을 수상히 여겨 열심히 감시중이다. 앞집에 사는 '네버크래커' 할아버지는 생긴 것도 무섭고, 누가 자기 집 잔디라도 밟을라치면 소리를 지르며 난리를 피운다.

차우더의 농구공이 그 집 앞에서 사라지고, 여학생 '제니'가 괴물로 변한 그 집에게 잡아먹힐 뻔 하면서 세 사람은 한데 뭉쳐 그 괴상한, 유령의 집의 비밀을 파헤치러 나선다.      

마귀 할머니와 괴팍한 할아버지는 무서운 영화의 단골 메뉴. 이 영화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집만큼이나 괴물 같았던 네버크래커 할아버지에게 숨겨진 사랑 이야기가 있었다.

오래 전, 여자 거인 '콘스탄스'를 사랑하게 된 네버크래커는 둘을 위한 집을 짓기 시작한다. 놀리며 돌팔매질하는 아이들에게 시달리던 콘스탄스가 사고로 그만 시멘트더미에 묻히고, 집이 그 위에 완성되었던 것. 아이들을 싫어하는 콘스탄스는 집 괴물이 되어 아이들을 삼켰고, 그걸 막기 위해 할아버지는 그렇게도 자기 집 앞에 사람들이 얼씬거리지 못하게 했던 것이다.  

세 아이와 괴물이 된 집과의 싸움에 네버크래커 할아버지가 합류한다.
디제이의 말에 따른 것이다.
"콘스탄스를 이제 그만  보내주세요!"

말 그대로 '집 사람'이 완전히 폭파돼 사라진 다음, 슬퍼하며 하염없이 펑펑 울줄 알았던 할아버지가 말한다.
"45년 간 매여 있었는데, 이제 자유로워진 거야…"

아, 그렇다. 놓아주는 것이 진짜다. 보내주는 것이 맞다. 사람도, 사랑도.
죽은 사람도 놓아주고 보내주지 않으면 제대로 떠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콘스탄스는 세상에 태어나 처음 받아본 남편의 사랑을 떠나지 못해 집에 매여버렸을 것이다. 네버크래커 역시 사랑하는 아내를 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그만 산 사람마저 집에 매이고 말았을 것이다.

눈물이 조금 그렁해 보이기는 했지만 할아버지는 홀가분해 보였다.
사랑하는 사람이 이제 더 이상 집이 아니라 가슴 속에서 자유롭게 숨 쉬고 있음을 알아서였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 인사를 했겠지.
"오, 내 사랑, 잘 가!"

덧붙이는 글 | 이 글에는 영화의 줄거리가 일부 들어있습니다. 
몬스터 하우스 Monster House, 2006 / 감독 질 캐넌

2006-08-23 10:40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글에는 영화의 줄거리가 일부 들어있습니다. 
몬스터 하우스 Monster House, 2006 / 감독 질 캐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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