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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매
‘나이는 뺄셈, 행복은 덧셈’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책 <멋진 노후를 예약하라>에는 인생을 축구경기에 비교한 구절이 나온다. 25세까지는 연습 기간, 50세까지는 전반전, 75세까지는 후반전, 100세까지는 연장전이란다. 아, 그럼 나는 지금 전반전 중에서도 뒷부분 쪽에 와 있구나, 새삼스런 깨달음에 고개를 주억거려본다.

38세까지 전업주부로 지내다가 사회생활 시작. 자발적 퇴직 후 52세에 ‘행복 전도사’로 다시 시작. 지금은 전국 방방곡곡을 앰뷸런스를 타고 다닐 정도로 바쁘고 잘 나가는 강사. 저자가 중년 이후 자신의 노력으로 얻은 성취가 뛰어나고, 다가올 노년 역시 두려움 없이 맞을 자신감에 넘쳐서일까. 책 속의 노년은 그저 눈부시게 환하며 구김살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제1장 자신감을 갖고 오늘을 감사하는 나’, ‘제2장 위로와 화해, 사랑의 선물이 되는 나’, ‘제3장 지혜와 열정으로 자신을 경영하는 나’, ‘제4장 인생의 오후, 잔치를 시작하는 나’ 이렇게 모두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사실상 장의 구분은 별 의미가 없다. 저자가 일상생활 속에서 혹은 인터뷰하며 만난 노년의 이야기를 짤막짤막하게 모아 놓아 어디를 먼저 펴든 읽는데 어려움이 없다.

아침마다 약수터에서 만나는 ‘새벽 도깨비 할머니’는 쩌렁쩌렁 산이 울리도록 웃어젖히며 며느리 팬티까지 다려주는 이야기를 하시고, 어디서 만난 사람이든 그저 인생 상담 해주느라 바쁜 할머니에게는 저자가 ‘119 할머니’라 이름 붙인다. 남의 인생에 붙은 불을 끄는 소방수라는 것이다.

3대가 함께 살자는 인생철학을 가진 할머니는 3대가 함께 살아 공동생활의 기본 매너가 저절로 익혀지고 아이들 역시 예의범절이 몸에 배었다고 자랑하신다. 좌판을 벌여놓고 채소를 파는 할머니는 뭉개진 손톱도 찢겨진 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개그콘서트 이야기를 하며 웃으신다.

이 어르신들 옆에서 살아가는 자녀나 가족들, 즉 그분들의 상대역이 되어야 하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는 등장하지 않는다. 팬티까지 다려주시는 시어머니, 3대가 함께 살아가는 일에 대한 며느리의 생각 같은 것은 아예 끼어들 틈이 없다.

정말 이 책에 나오는 어르신들처럼만 산다면 앞으로 맞이할 노년이 뭐 그리 어려울까, 뭐 그리 힘들까 싶어진다. 어떤 처지에 있든 완전 긍정에 이른 분들은 감탄을 자아내긴 하지만, 그 이야기만 연속 들으니 공감 수치가 내려간다. 사는 일이 그리 만만하거나 마음 고쳐 먹는다고 문제가 하루아침에 쉽게 풀리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알만큼 알기 때문이다.

‘고독은 절대 사절! 행복만 출입 허용!’ ‘주름은 세월이 남긴 훈장, 빛나는 예술’ ‘주책 9단, 푼수 10단이 되면 행복은 저절로’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끌어가면서 한 마디씩 붙여놓은 말에서는 ‘카피라이터 최윤희 표’ 냄새가 진하게 드러나며 그 멋진 표현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을 읽는 데에는 노년에 대한 고민이나 진지함 같은 것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 그저 가볍게 전해주는 노년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거기서 각자 필요한 것을 얻으면 된다. 반면 한 편 한 편이 너무 짧아 그분들의 좀 더 깊은 이야기가 궁금하고 글 읽기에 몰입할만하면 다음으로 넘어간다는 아쉬움이 남긴 한다.

또 한 가지, 마지막 장의 ‘노화 방지 실천 7항목’ ‘치매가 도망가는 10가지 이유’ ‘치매가 사랑하는 10가지 이유’ ‘실버 창업의 3가지 유형’ 등은 독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려는 의도에서 집어넣었겠지만 저자 고유의 생각이나 사고, 경험, 독특한 글맛을 느낄 수 없어 사족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옆에서 구경한 노년을 기록하는 것에서 한 걸음 나아가, 우리들의 나이 듦과 인생의 마지막 단계에 굳이 노년이 존재하는 이유를 한 번 쯤 더 생각해볼 수 있게 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멋진 노후를 예약’해야 할 젊은 사람들에게 저자 역시 나이 듦의 또 다른 모델과 유형이 될 인생 선배가 아닌가.

덧붙이는 글 | <최윤희가 권하는 '유쾌하게 늙는 법'>
1. 누구에게나 먼저 반갑게 인사한다.
2. 웬만하면 깔깔껄껄, 하하호호 크게 웃는다.
3. 노래하듯 말하고 춤추듯 걸으며 즐겁게 산다.
4.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을 생활화한다.
5. 사소한 일에도 칭찬을 한다.
6. 욕심을 버리고 가뿐가뿐 산다.
7. 작은 일에도 감사하는 유쾌한 바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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