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서울영화집단 개소식에 참석한 정성일(평론가), 전양준(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홍기선(감독)
서울영화집단
동서영화연구회에서 활동했던 전양준은 "문화원을 다니며 가깝게 지내던 홍기선, 김동빈, 박광수, 송능한 제안으로 합류하게 됐다"며 "대학에서 영화활동을 하던 사람들이 모였고, 영화이론에 대해 토론을 많이했다"고 말했다. 전양준은 이후 1985년 계간 <열린영화>에 실린 '작은영화를 위하여'라는 글을 통해 소형영화와 단편영화로 불리는 8mm, 16mm 영화에 대해 '작은 영화'라고 정의했다.
당시 중앙대학교 학생이었던 김의석(전 영진위원장)은 "대학 휴학 중이었는데 박광수 감독과 알고 지냈다"며 "영화를 찍을 수 있는 단체를 만든다고 해서 가입하게 됐고, <장님의 거리>(8mm. 1982)를 함께 제작했다"고 회상했다. "황규덕과 문원립 등도 서울영화집단에 왕성하게 참여했었다"고 덧붙였다.
서울영화집단 회원은 아니었지만 긴밀한 관계를 갖고 개소식에서 참여했던 이정국(세종대 교수, 영화감독)에 따르면 "당시 영화 서클이 몇 개 되지 않다 보니, 프랑스문화원과 독일문화원을 다니며 서로가 다 아는 사이였고, 지속적인 교류가 진행 중이었다"고 한다.
이정국은 "동서영화연구회에서 활동했는데, 서울영화집단과 대학 영화서클 등과 함께 세미나를 갖거나, 신촌 영화마당과 막 태동하기 시작한 각 대학 영화동아리를 다니며 영화 강의를 다녔다"며 서울영화집단이나 다른 모임들이 동등한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정성일(평론가) 역시도 서울영화집단과 교류했고, 개소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중앙대 이용관(현 부산영화제 이사장)이 서울영화집단과 만난 것도 1982년 함께 세미나를 하게 된 것이 계기였다. 이용관은 "1982년이던가 당시 조경환(전 부평문화센터 관장, 문화기획자)이라는 친구가 주선을 해서 서울영화집단을 만나게 됐다"며 "함께 영화세미나를 몇 차례 했었는데, 이 자리에서 박광수를 알게 돼 친구가 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용관은 또한 "서울대 알랴성과 서울영화집단은 한국영화운동의 시작으로 큰 의미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이어 "당시 신촌 주변의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홍익대 등의 대학들을 중심으로 모이는 모임이 있었고 서울대와 고려대 쪽이 모였는데, 서울영화집단이 만들어지면서 이들과 교류를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서울영화집단은 당시 영화계의 주류로 통칭되던 충무로에 반대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영화이론 정립과 제작에 몰두했다. 현실참여에 주목한 연구작업의 성과로 책 <새로운 영화를 위하여>를 펴냈다. 또 여러 편의 8mm, 16mm 영화도 제작했다. 황규덕 감독의 <전야제>, 문원립 감독의 <결투>, 김의석 감독이 참여한 <장님의 거리>, <생활>, <그 여름> 등이 주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