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부산 영화의전당 두레라움홀에서 열린 <세 번째 살인>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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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서 고레에다 감독은 "죄의 유무를 가리는 법정 다툼에서 오는 서스펜스의 쾌감보다는 사람이 사람을 심판하는 것, 진실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주요 캐릭터인 미스미와 살해당한 공장 사장의 딸로 등장하는 사키에(히로세 스즈 분)는 모두 베일에 쌓여있는 인물이다. 도무지 속을 알 수 없고, 거짓 증언을 일삼는다. 영화 초반에는 살인 혐의를 순순히 인정했던 미스미는 어느 순간 자신은 진짜 살인범이 아니라며, 시게모리를 혼란에 빠트린다.
미스미와 사키에, 살해당한 사키에 아버지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은 무엇일까. 영화는 너무나도 태연하게도 어느 것이 진실인지 보여주지 않는다. 과연 누가 진실이고 거짓인지는 온전히 관객의 판단에 달려있다. 고레에다 감독은 <세 번째 살인>을 두고 "진실이 존재한다고 한들 우리가 미처 모르고 지나가는 것,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행위, 모르면서도 아는 것처럼 행동하는 그 자체에서 오는 무서움이 있다"며 "그 진실을 찾기 위해 베일 속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변호사 시게모리 역의 후쿠야마는 신인 시절 그가 존경하는 싱어송라이터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언급하며 "설령 정밀히 연출된 장면이라고 한들, 사람들이 진짜라고 느끼면 그것이 진짜가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 사람이 어떠한 입장에 처해져있는가에 따라 진실도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법정은 진실을 밝히는 곳이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고레에다 감독이 <세 번째 살인> 시나리오 기획 과정에서 만나 자문을 구한 변호사가 흘린 한 마디에서 영감을 얻은 영화는 사건의 진실여부를 가리기 보다는, 법원, 검찰, 변호사 간의 이해 조정으로 이어지는 법체계의 허점과 누군가를 믿고 진실에 다가가기 어려운 인간의 본성과 악에 관한 근본적인 문제까지 제기하고자 한다. <세 번째 살인>은 진짜 살인범을 가려내고자 하는 영화가 아니다.
<세 번째 살인> 촬영에 임하면서,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여백을 두고 싶었다는 후쿠야마의 발언처럼 인간에게 숨어있는 수많은 양면성과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사람들이 진실이라고 믿는 것이 진실이 되는 실체를 찾고자 한다. 교도소 접견실 한 복판에서 대치를 벌이고 있는 두 남자 중에서 누가 먼저 권총을 빼는 가를 두고 긴장감을 조성하는 서부극 같은 영화.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세 번째 살인>을 일단 이렇게 설명하고 싶다.
▲지난 19일 부산 영화의전당 두레라움홀에서 열린 <세 번째 살인> 기자회견에서 참석, 발언하고 하는 후쿠야마 마사하루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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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지금 여기에서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