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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은 카메라의 움직임을 통해 옥자와 미자의 이야기를 강조했는데, 끊임없이 아래로 또 아래로 향하는 둘의 여정은 그들의 스러져 가는 심정을 여과 없이 보여주었다. 마치 유토피아 같았던 행복하고 평화로웠던 일상이 무너져 내리며 타의에 의해 하산하게 되고, 탈출을 시도하며 지상에서 지하로, 다시 붙잡히며 아래로, 실외에서 실내로 그들은 끊임없이 움직임을 강제당했다.
또한, '봉테일' 이라 불리우는 봉준호 감독의 면모는 바로 '옥자' 그 자체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봉 감독이 직접 GV에서 밝혔다시피, 한 쇼트 당 웬만한 전셋값에 해당하는 특수효과 비용으로 인해, 영화 제작 전 치밀한 설정과 쇼트의 구성이 필요했다고 한다.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가 많은 참조가 되었다고 하는데, 126 쇼트만이 호랑이에 사용된 본 영화와는 다르게 영화 <옥자>의 '옥자'는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 등장한다. 더더욱 자세하고 섬세한 계획이 필요했음은 물론이고, 지정된 구상대로 제작되어야 했기에, 봉준호 감독의 디테일이 가장 빛을 발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집시 음악 같던 배경음악 또한 관객의 귀를 사로잡았는데, 에밀 쿠스트리차(Emir Kusturica)감독의 작품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봉 감독의 변처럼 영화 <옥자>의 배경음악은 영화의 완성도를 한 단계 높여주는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는 봉 감독과 영화 <해무>에서 호흡을 맞추었던 정재일 음악 감독의 참여 또한 큰 힘을 더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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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자가 옥자를 구출하는 장면과 둘이 산으로 돌아와 다시금 교감하는 마지막 엔딩 장면은 분명 많은 관객의 가슴에 두고두고 남았으리라 생각한다. 이 두 신이 유니콘, 그러니깐 유토피아와 잔인하고 냉정한 현실과의 간극을 너무나도 잘 보여준 장면인 것 같다. 둘의 몸과 마음은 현실을 알기 전과 똑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비록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이미 변해버린 그들의 심정을 직접 상상해 볼 수 있게 만든 공백 또한 인상적이었다.
관객들이 끊임없이 다양한 주제로 곱씹을 수 있게 만든, 부인할 수 없는 천재 감독 봉준호의 보물 같은 작품 <옥자>와 함께, 우정의 따뜻함을 한 조각 공유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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