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안리백사장에서 사람들이 불꽃놀이도 하고, 사진도 찍고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있습니다.
강효원
부산은 미래도시의 화려함과 사람 사는 구수한 냄새가 함께하는 마법적 공간이다. 부산에는 구와 신, 동양과 서양, 사람과 기술이 공존한다. 부산의 현재는 과거와 미래의 충돌로 만들어졌다. 마치 <아키라>(1988)의 도쿄, <블레이드 러너>(1982)의 LA같다. 이는 부산의 지정학적 특징에서 발현한 듯하다. 부산은 바다와 육지가 함께 하는 도시이기에 양극성을 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양극이 만난다는 것은 이질감의 혼성이다. 허지웅이 자신의 저서 <망령의 기억>에서 밝히듯, 양극이 혼재된 하나의 세상은 불온한 기운을 뿜어낸다. 허지웅은 이런 종류의 세상을 섬이라 부른다. 부산은 육지의 도시지만, 그 양극의 불온함은 부산을 양쪽에 대륙을 둔 섬과 같이 보이게 한다. 그 대륙은 현재와 과거, 혹은 사람과 기술이며, 그 사이에 위치한 부산은 마성의 섬이다.
이 섬에선 러시아 영화감독, 아이젠슈타인의 충돌 몽타주 이론이 완벽히 적용된다. 부산에서는 마치 한자의 생성원리처럼 관계없는 두 개의 의미가 합쳐져 전혀 새로운 매력이 탄생한다. 부산의 마법은 이 의외성이 다분한 매력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이건 독보적인 매력, 아우라(aura)가 아니다. 부산 외의 항구도시들에도 동일한 마법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즉, 부산영화제에 가는 이유를 부산의 공간적 매력만으로는 설명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일년에 한 번, 부산에 아우라가 생기는 기간이 있다. 이 기간 동안 부산의 마성이 극대화 된다. 바로 부산영화제의 10일이다.
부산영화제의 정식 명칭은 '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바로 부산국제영화제다. 부산영화제는 새로운 작가를 발굴, 지원해 아시아 영화의 비전을 모색한다는 취지로 1996년에 시작된 국내 최초의 국제영화제다. 부산은 지금까지 총 22회 개최한 이 영화제를 통해 국내 영상 문화의 중심지가 되었고, 영화제로서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그 결과 부산영화제는 도시의 핵심 문화자산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런데 부산영화제는 외적인 측면으로 보았을 때는 여타 다른 축제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양한 종류의 부스(티켓, 상품, 이벤트 등)가 설치되고, 곳곳에 배너가 휘날리며, 가끔씩 가수들의 공연이 있다. 물론 서포트 기업이 어디냐에 따라 페스티벌의 이미지가 크게 바뀌곤 하는데, 이번 제 22회 부산영화제는 '아티스트리'라는 화장품 회사로서,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강하긴 했다. 그러나 이 모든 흔한 축제의 광경을 특별하게 하는 것이 있다. 과연 무엇일까? 바로 영화다. 마법적인 공간인 부산에 환상 재현적인 예술인 영화가 함께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부산이라는 마성의 섬에 마법이 걸리는 것이다. 이 이중의 마법은 전염성이 있어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마저도 탈일상을 살아가게 하며, 영화관에서 보던 환상을 매 순간 공기처럼 느끼게 한다.
나는 이번 영화제에서 <유리정원>(2017)과 <선창에서 보낸 하룻밤>(2017) <죄 많은 소녀>(2017)를 보았다. 이 영화들은 모두 괜찮은 작품들이었다. 모두 꿈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영화관을 나가도 그 여운이 이상하리만큼 길게 남았는데, 아마 부산영화제라는 공간의 힘이었던 것 같다. 부산영화제에선 모든 공간이 영화적 환상으로 다가온다.
이것이 내가 매년 부산에 가는 첫 번째 이유다. 배용균 감독의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1989>이 생각난다. 달마는 서에서 동으로 이동하며 태양을 역행했다. 진리를 찾기 위해서였다. 이와 마찬가지로 나는 일상을 역행하여 탈일상을 느끼기 위해 부산에 간다.
[둘] 사람: 영화라는 교집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