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당시 <프로젝트 패기> 출연배우들과 함께. 역시 배우들이라 카메라 앞이 자연스럽다. 왼쪽에서 세번째 어색한 표정이 나다.
이근우
<프로젝트 패기>는 감히 훌륭하다 말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다만 진심을 가지고 만들었다는 건 사실이다. 순도 100퍼센트의 진심이기 때문에 어디에든 그 상대치를 놓고 보더라도 적어도 뒤질 정도는 아니라고 자부하고 있다. (물론 영화제의 프로그래머가 그 실체 없는 진심이란 걸 읽고 선정을 했는지 어쨌는지는 나는 모른다. 부산에서 그 분과 만났을 때에도 왜 이 작품을 뽑았느냐 묻지 않았다. 왠지 그런 건 멋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냥 내가 내키는 대로 믿고 싶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내가 영화인으로서 살아가는 시간을 좀 더 연장하게끔 해주었다. 현 상황으로선 일단 다행이라 생각한다(고상한척 하지 않고 말한다면, 씨X! X나 다행이다).
아! 어떻든 구사일생으로 연명하는 지금 곰곰이 되짚어 보건데 배우 박종환은 내가 한창 불안해하던 시점에 이런 얘기를 했던 것 같다. "노래방의 첫 만남 다음날 시나리오를 집에서 찬찬히 읽고, 담배를 한 대 피운 뒤 이 영화를 하기로 결정해서 전화했다"고.
이종열 촬영감독님도 이런 말을 했던 것 같다. "작은 작품이지만 이 작품은 명분이 된다"고. 김우일 편집감독님은 이렇게 말했던 것 같다. "감독님이니까 한다"고. 이 작품을 계기로 처음 만난 미누 음악감독님도 이런 말을 하긴 했었다. "시나리오가 이해가 되고, 내가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한다"고.
어쩌면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하겠단 말로 저들을 설득시켰다고 믿는 건 말도 안 되는 순진한 생각인지도 모른다. 아마도 나 혼자만 그렇게 생각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이유야 어떻든 나에게 계기이자 동력이 되어준 부산국제영화제가 나날이 더욱 번창하는 모습을 나는 보고 싶다. 영화제에서 (평소 내 가치관과는 다른) 뜻밖의 작품을 만나게 되라도 나는 프로그래머에게 왜 그 작품을 뽑았느냐고 따져 묻지 않을 것이다. 내 작품이 뽑혔을 때도 안 물었는데, 그런 건 묻고 싶지 않다. 전혀 멋있지 않다.
내가 예상하지 못한 영화들을 보고 싶고, 내가 미처 볼 수 없었던 영화들을 보고 싶고, 내가 인지하거나 혹은 인지하지 못하는 그런 흐름들을 영화제를 통해 재발견 또는 발견하고 싶다. 그래서 언제나 흔들림 없는 모습으로 함께 하고 싶다. BIFF를 지지한다.
이근우 감독은 누구? |
이근우 감독은 1977년생으로 본문에서 직접 밝힌 대로 <신혼여행>의 스크립터로 영화계에 입문했다.
영화 <의뢰인> 등의 조감독을 거쳐 버라이어티 다큐멘터리 <577 프로젝트>을 통해 연출 데뷔한다. 이후 <프로젝트 패기>로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파노라마 부문'에 진출했다.
하정우, 공효진을 비롯해 다수의 조연, 단역 배우와 폭넓은 관계망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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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를 지지하는 젊은 목소리][① 백재호] 부산시민 여러분, 부디 부산국제영화제 지켜주세요[② 이승원] 누가 BIFF라는 오아시스를 소유하려 하는가※ 우리는 부산국제영화제를 지지합니다. '부산국제영화제지키기 백만서명운동 사이트' (
http://isupportbiff.com)에서 관련 소식을 접할 수 있습니다. #isupportbif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