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 선수의 타격모습3할 이상의 타율, 20개 이상의 홈런, 50개 이상의 도루. 그리고 리그 최고 수준의 내야 수비능력. 그 네 가지를 동시에, 그리고 넘치게 충족시켰던 것은 최소한 프로야구 출범 이후로만 한정짓자면, 이종범 외에는 그 앞으로도 뒤로도 없었다.
KIA 타이거즈
'전설의 1번 타자'답게, 통산기록에서 그의 이름이 가장 높이 자리하는 부문은 도루다. 548개를 기록하며 아직도 달리고 있는 전준호에 이어 494개로 2위. 2년 늦은 데뷔와 3년간의 일본생활을 생각하면 아깝기도 하지만, 여전히 한 시즌 최다도루 기록인 84개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과, 전준호를 비롯해 200개 이상의 도루를 기록하고 있는 선수들 중 유일하게 성공률 8할을 넘어선 것이 이종범이라는 점을 덧붙여 놓는다면(통산 도루성공률 .821) '도루의 1인자'라는 표현도 틀리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종범을 전준호·정수근 같은 전형적인 1번 타자들과 단순히 비교할 수 없게 하는 것은 그들보다 한 차원 높은 타격 능력과 타점 생산능력 때문이다. 원년 백인천을 제외하고 4할 타율에 가장 가까이 다가섰던 .393의 시즌 타율기록과 아직 깨지지 않고 있는 196개의 시즌 최다 안타기록, 삼진보다 100개 이상 많은 4사구.
비록 최근 3년간 1할대와 2할대를 오가며 까먹고도 3할을 웃돌며 역대 8위에 올라있는 그의 통산 타율(.302)과 600점이 넘는 타점(637), 그것은 여느 붙박이 중심타자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 통산기록이다.
그러나 더 놀라운 것은, 그가 가지고 있던 홈런타자의 면모다. 그가 97년에 두 개가 모자라긴 했지만, 시즌 막판까지 이승엽과 끈질기게 홈런왕 경쟁을 벌이며 30개의 홈런을 날린 적이 있을 만큼 강한 타자였음을 기억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의 통산홈런은 181개에 달하며, 그의 이름은 통산홈런 순위에서 한대화, 심재학, 김성래, 김경기 같은 내로라하는 홈런타자들의 이름보다도 훌쩍 높은 곳에 걸려있다. (통산 18위)
거기에 더해, 지금에야 유연성이 떨어졌다는 둥 정면 타구에 오히려 실책이 많았다는 둥 흠을 잡는 이들도 나타나고 있지만, 그저 야구장에서 지켜보는 이들에게는 소름 끼치고 가슴 뛰게 하는 묘기 자체였던 수비. 더 세밀하게 흠을 찾아낼수록 날카로운 비평이 된다고 하더라도, 김재박·유중일·박진만을 제외한다면 누구와의 비교도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이 이종범의 유격수 수비능력이었음을 부정할 이들은 많지 않다.
3할 이상의 타율, 20개 이상의 홈런, 50개 이상의 도루. 그리고 리그 최고 수준의 내야 수비능력. 그 중의 한 가지만이라도 꾸준히 기록해줄 수 있는 선수라면 충분히 톱 클래스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네 가지를 동시에, 그리고 넘치게 충족시켰던 것은 최소한 프로야구 출범 이후로만 한정짓자면, 이종범 외에는 그 앞으로도 뒤로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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