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과 2004년은 현대, 2005년과 2006년은 삼성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한 해였다. 그러나 그 4년 내내 우승의 열쇠를 쥐고 있던 것은 박진만이라는 유격수였다. 박진만이 현대의 내야를 지휘할 때는 현대가, 삼성의 내야를 지킬 때는 삼성이 우승을 했다.
무려 9차전까지 이어진 채 폭우 속에서 승부가 갈린 2004년이나 연장 15회 무승부의 혈전이 이어졌던 2006년 같은 벼랑끝 승부에서, 고비 때마다 내야안타를 병살타로 바꾸어 내며 무너져가던 투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유격수의 가치는 또렷이 드러났다. 야구경기에서 뛰어난 유격수의 가치란, 바로 그런 것이다.
그러나 그 대단한 박진만이 양준혁만큼 나이를 먹도록 지금의 활약을 더 이어가지 못하는 한, 혹은 그 이상 활약을 이어준다고 해도 영광스럽게 받아안고 있어야 하는 호칭이 있으니, 바로 '제2의 김재박'이다. 김재박은 그저 '훌륭한 유격수'가 아니라 '대한민국 명 유격수의 원형'이기 때문이다. 비틀즈나 서태지의 그늘이 그들의 전성기를 기억하지 못하는 젊은 음악가들에게도 짙게 드리워져 있는 것과 꼭 같이 말이다.
유격수의 발견, 김재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