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현목 감독의 <춘몽>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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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8일 오후 5시, 유현목 감독의 <춘몽> 전편(1965, 70분, 흑백)이 유실된 13분의 사운드를 복원하여 제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40년 만에 상영되었다. 7월15일 개막식에서 유실된 사운드 부분인 13분이 오케스트라가 지휘하는 음악을 배경으로 상영되었으나, 이날 70분 전편이 관객에게 처음으로 공개되어 상영된 것이다.

1965년에 유현목 감독이 제작한 <춘몽>은 13분 가량의 사운드가 유실된 것을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조성우 영화음악 감독이 영화음악을 작곡, 복원하여 이번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하게 되었다.

<춘몽>은 1930년대 독일에서 유행되었던 영화 사조인 표현주의 기법의 영화로 한 치과에서 치료를 받던 남녀가 꿈속에서 기묘한 사랑의 행각을 벌이는 모습을 환상적인 화면으로 표현한 영화다.

▲ 개막파티에서 인사말을 하는 유현목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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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든 살이 된 유현목 감독은 개막식에서 "감개무량하다, '춘몽'은 사디스트와 마조히스트인 남녀가 벌이는 사랑을 표현주의적 기법으로 꿈의 세계를 그린 것으로 관객들이 마음대로 비약하여 상상할 수 있는 영화로 40년 전 여배우의 완전 뒷면의 나체신이 있어 검열을 받아 화제가 되었던 영화"라며 "1년 반 동안 상고하였고 ‘음화제조죄’로 당시 돈으로 3만원의 벌금을 받았다"고 당시를 회고하였다.

한국영화 걸작 회고전으로 마련한 <춘몽>은 당시 실험적인 작업을 했던 유현목 감독의 작품세계를 재발견한다는 뜻으로 창조적으로 복원되어 상영되었다. 이 영화는 실험적인 스타일로 독특한 몽타주, 꿈의 논리에 따라 스토리는 없는 연상에 기초한 이미지의 연쇄로 이루어진 한국영화사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영화다.

<춘몽>은 1965년 명보극장에서 개봉된 당시 "완전 이색의 예술 명작", "방화사상 초유의 예술영화"라는 문구로 영화를 선전하였다.

그러나 정작 <춘몽>은 6초 동안 여배우의 전라 뒷장면을 촬영하기 위하여 촬영기사 등 20여명의 남자 앞에서 배우의 옷을 벗게 하여 음화를 제조하였다는 ‘음화제조죄’로 기소된 것으로 유명세를 탔다. 이때에 <7인의 여포로>가 검찰청에 용공혐의로 입건되어 반공법위반혐의로 기소된 사건도 있었다.

▲ 영화 <춘몽>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에서 유현목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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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몽>의 유현목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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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목 감독은 상영이 끝나고 관객과의 대화에서 "나도 40년 만에 처음 보았다"며 "당시는 세트 디자인에 골몰하였는데, 저렇게 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마치 타임머신 타고 다닌 것 같다"고 말했다.

"꿈이나 환상, 형식적 실험 중 어디에 중점을 두었나?" 하는 관객의 질문에 유현목 감독은 "원작은 일본의 <백일몽>인데, 거의 포르노 같은 영화로 한국에서 상영하기에는 도저히 불가능한 영화였지만 대폭 형식을 바꾸어 실험적인 형태로 만들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한 "거의 세트고, 세트 디자인에 돈이 많이 들었으며, 내용 말고 눈요기에 중점을 두었다"고 술회하였다.

유현목 감독은 "여배우 뒷 전라신은 자진삭제를 하여 상영을 하였는데, 이 건으로 제명되고 2년 동안 불려 다니며 벌금을 물었다"고 말했다.

당시 유현목 감독은 "<춘몽>은 꿈이라는 가정 위에 인간의식이 무엇을 지향하는지, 그 뒤 안의 세계를 탐구하고자 한 작품으로 통속적인 에로물이 아니라 사디즘과 마조히즘의 잠재된 현상을 파헤치는 영화로서 실험적인 자세로 작품을 다루었으며, 표현주의 경향의 수법으로 인간의 원형과 심층심리의 표현을 문제의 신에서 시도했다"고 말했다.

▲ <춘몽>의 상영이 끝나고 관객과의 대화에서 조성우 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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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녀가 치과에 가서 치료를 받기 위해 마취 주사를 맞고 누웠다. <춘몽>은 의식을 잃은 남자의 사념에 따라 꿈의 세계를 표현한 영화다. 일정한 스토리 구조는 없고 의식의 흐름을 따른다.

치과의사(박암 분)가 마조히즘적인 악인으로 등장하고, 사디스트인 여인(박수정 분)과의 기묘한 사랑의 행각을 훔쳐보는 주인공 남자(신성일 분)의 삼각관계를 몽환적 이미지의 연쇄로 표현한 작품으로 한국영화사에서 드문 표현주의적 형식의 영화다.

1920년대 독일 표현주의 형식의 일그러진 거리 세트, 층계의 차용, 삼각형의 건물들, 사선의 사용, 기묘한 가구 세트 등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거꾸로 걸린 우산 세트, 인형의 사용 등 촌스럽기는 하지만 표현주의 스타일의 세트에 공을 들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어 시각적 이미지로 꿈속의 세계를 실험적으로 표현하려 한 유현목 감독의 실험 정신은 높이 살 만하다.

▲ <춘몽>의 유실된 음악을 작곡한 조성우 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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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실된 마지막 13분의 음악을 창조적으로 복원한 조성우 음악 감독은 개막식에서 "미술이 매우 독특한 영화로 시각적 이미지가 뛰어난 영화다. 영화적인 것이 무엇인가 고민한 영화다. 뒷부분을 복원하여 재발견의 기회를 갖게 된 것을 개인적으로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춘몽> 상영이 끝나고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어 작곡을 하였느냐?"는 관객의 질문에 조성우 음악 감독은 "꿈이라는 몽환적 분위기와 긴장감을 살리려 노력하였으며, 에로틱한 느낌으로 색소폰을 사용하였으며, 앞부분의 분위기를 이어가려 했으나 앞부분과 차별성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만들었다"며 "당시와 사운드 양식이 달라 지워지거나 깨어져서 훨씬 사운드가 죽어있지만 이전 음악과 튀지 않고 이어가려 하였다"고 답했다.

<춘몽>의 이번 창조적 복원을 통한 상영은 유현목 감독의 40년 전 형식적 실험을 만나는 즐거움을 주었다. 이번 유실된 필름의 복원을 계기로 유실된 한국영화의 또 다른 복원이 진행되어 공개되지 못한 많은 영화가 빛을 보았으면 한다.
2004-07-20 14:32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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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운영위원장, 언론개혁시민연대 감사, 가짜뉴스체크센터 상임공동대표, 5.18영화제 집행위원장이며, NCCK언론위원장,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특별위원, 방송통신위원회 보편적시청권확대보장위원, 한신대 외래교수,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심의위원을 지냈으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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