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앤더슨 감독의 <레지던트 이블>, 대니 보일 감독의 <28일 후>. 잭 슈나이더 감독의 <새벽의 저주>까지 두루 섭렵한 관객이라면, 더 이상 좀비 영화에 희망은 없다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많다. 조지 A.로메로의 시체 3부작과 <이블데드> 시리즈가 나온 후 많은 세월이 지났지만 이를 능가하는 좀비 영화는 손에 꼽을 정도이다. 최근에 나오는 좀비 영화는 더 빨리, 더 잔인하게를 외치는 것이 고작이지, 새로운 시도가 없기 때문이다.

올해 부천영화제에 소개된 마이클 스피리그, 피터 스피리그 감독의 영화 <언데드>는 신선한 좀비 영화를 찾는 관객에게는 제법 입맛당기는 성찬이 될 것이다. 좀비 영화의 전통적인 모습에 충실하면서, 서부영화와 무협영화의 장르적 특성을 끌어들인다. 그리고 영화의 후반부에는 그것으로도 모자라서 SF 영화의 설정에 외계인 신비주의까지 집어넣는다. 그야말로 호러팬이라면 마음껏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는 잡탕밥인 셈이다.

 <언데드> 영화속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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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유성이 떨어지고, 이 유성에 맞은 사람들이 좀비가 되고, 다시 좀비에 의해 죽음을 당한 사람도 좀비가 된다. 우연하게 살아남은 사람들은 미친 사람 취급을 받던 마리온에 의해 도움을 받게 된다.

신발에는 카우보이가 쓰는 박차를 꽂고, 세 개의 샷건을 한번에 연결한 총을 들고다니며 좀비를 퇴치하는 마리온의 캐릭터는 좀비를 죽이는 캐릭터 중 별난 것으로는 다섯 손가락안에 꼽힐 만하다. 특히 혼자서 총을 허공으로 던지고 다시 새로운 총을 뽑아 쏜 후 던진 총을 받는 묘기(?)는 관객의 배꼽을 빼놓는다.

영화속 좀비와의 대결도 표현수위가 제법 강하다. 몸을 통째로 날리는 것은 기본이고, 상반신과 하반신이 따로 노는 좀비는 죽여도 죽여도 되살아난다. 마리온에 의해 좀비 퇴치의 특명을 부여받은 르네가 나무막대기에 톱니를 껴서 좀비의 머리를 사정없이 날려버리는 액션 장면도, <킬 빌>의 브라이드(우마 서먼)를 연상시킨다.

여기에 마리온의 회상장면에 등장하는 좀비 물고기와의 격투장면이 더해진다. 운석에 맞은 물고기가 좀비가 되어 마리온의 얼굴을 향해 덤벼드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정말 특이한 좀비 영화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언데드> 영화속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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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으로 사건을 매듭짓는 의미로 외계인이 등장할 때 영화는 좀비 영화에서 신비주의 영화로 방향을 선회한다. 이것은 분명 좀비 영화의 새로운 진화라고 할 수 있다. 더 이상 좀비와 인간이 죽고 살리고를 놓고 다투는 게 아니라, 엑스파일처럼 좀 더 커다란,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와 대결하게 되는 것이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외계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감독의 대담한 상상력은 <언데드>의 가치를 한결 높여준다.

모든 마을 사람들이 좀비로 변하기까지는 일반적인 좀비 영화에서 많이 보았겠지만, <언데드>는 그 이후의 상황 전개에서 관객의 예측을 허용하지 않는다. 식상한 영화, 예측가능한 영화에 물린 관객이라면, <언데드>가 선사하는 독특한 재미는 분명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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