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피에르 주네 감독의 영화 <델리카트슨 사람들>에 나오는 마을 사람들은 고기가 부족해 인육(人肉)을 먹는다. <얼라이브>에서 안데스 산맥에 조난당한 사람들 역시 굶어죽지 않기 위해, 사고로 죽은 이의 시체를 먹는다. <언톨드 스토리>에서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괴담 가운데 하나인 사람고기 만두 이야기를 노골적으로 해댄다.

과연 인육이 맛있을까? 아니면 정말 어쩔 수 없으니 먹는 것일까? 올해 부천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앤더스 토마스 옌센 감독의 영화 <정육점의 비밀>은 인육의 맛에 대해 대강 힌트를 던져주는 것 같다. 오래 기다려서라도 '치키위키'(영화속에서 정육점 주인이 인육을 지칭하는 말)를 사 가지고 가겠다고 줄을 서는 손님들을 통해서 말이다.

그러나 <정육점의 비밀>은 인육을 파는 정육점이라는 엽기적인 소재와는 달리 차분하고 잔잔한 영화이다. 이 영화에는 시체를 전기톱으로 자르고 피가 철철 넘쳐흐르는 장면은 전혀 없다. 영화의 소재만 보고서 피와 살이 나뒹구는 하드고어한 장면을 기대한 호러 마니아들에게는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 되겠지만 말이다.

 영화 <정육점의 비밀>의 한 장면
ⓒ PiFan

<정육점의 비밀>은 우연하게 인육을 팔게 된 두 정육점 주인 스벤과 비욘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영화는 이들의 살인행각을 엽기적으로 보여주며 관객의 쾌감을 높이지 않는다. 장사가 잘 된다는 이유 하나로 인육을 계속해서 팔고 싶어하는 스벤과 거부하다가 이내 인육을 파는 행위에 무덤덤해지는 비욘의 갈등을 보여주며, 과연 인육을 먹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묻는다.

죽은 시체를 주워왔다며 "이왕 죽은 것, 신고하느니 고기로 팔자"고 주장하는 스벤의 모습에서 나는 섬뜩함을 느꼈다. 인간이 특별한 존재라는 것은 살아있을 때일뿐, 죽으면 단지 고깃덩어리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그래도 인간을 어찌 고기로 먹느냐고 주장하던 비욘은 교통사고로 죽은 부모님과 아내의 무덤을 몇 년째 가보지도 않고, 유산을 마저 상속받기 위해 뇌사 상태인 동생의 산소호흡기를 떼려고 할 뿐이다. 그의 말과 다르게 비욘은 살아 있는 경우만 인간이 될 수 있다고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면 과연 인육은 무슨 맛일까? 이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한번쯤은 그 맛을 궁금해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의 결말을 보고 구역질을 할 필요도 없고, 더 이상 인육의 맛을 궁금해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정육점의 비밀>은 어디까지나 엽기영화가 아닌, 인육이라는 소재를 빌려서 인간의 존재에 대해 진지한 이야기거리를 던지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