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간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성장해온 부산국제영화제가 부산시의 압력으로 인해 운명의 기로에 서있습니다. 영화계는 독립성과 자율성을 외치며 결사항전 분위기입니다. 당장 올해 영화제 개최조차 점점 불투명해지는 상황입니다. 백척간두의 위기에 서 있는 부산국제영화제, <오마이스타>는 누구보다 이 사태를 애가 타며 지켜보고 있는 젊은 영화인들의 목소리를 전달합니다. 그 스물여섯 번째로 영화 < 1999, 면회 >의 김태곤 감독입니다. [편집자말]
궂은 날씨에도 부산국제영화제 찾은 수많은 시민들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일인 1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시민들이 영화제를 관람하기 위해 개막식장으로 향하고 있다.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10일까지 세계 75개국 304편의 작품이 해운대 영화의전당과 센텀시티, 남포동 등 6개 극장 35개 스크린에서 상영되며 해운대 비프빌리지와 남포동 비프광장 야외무대인사, 오픈토크, 영화의전당 두레라움광장 등 어느 해 보다 풍성한 작품과 프로그램으로 관객을 찾아간다.

▲ 궂은 날씨에도 부산국제영화제 찾은 수많은 시민들지난해 10월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일 당시 모습.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시민들이 영화제를 관람하기 위해 개막식장으로 향하고 있다. 이런 모습을 올해는 과연 볼 수 있을까?ⓒ 유성호


부산국제영화제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하지만, 점점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왜 이런 말도 안되는 비참한 현실을 맞게 되었을까?

<다이빙벨>이라는 영화의 상영이 부산국제영화제를 무너뜨렸다. <다이빙벨>은 권력자들의 입맛에 '쓴' 영화였다. 이 영화가 상영이 되자, 부산시 내부의 힘이 아닌 감사원의 특정감사가 부산국제영화제에 들이닥쳤다. 국가보조금 집행실태는 문제가 많았다. 부산국제영화제는 해명했고 이를 바로 잡기위해 노력하면 되는 줄 알았으나,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사퇴 압박 그리고 검찰 출두로 이어졌다. 영화제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행위가 영화제를 존폐의 위기로 쳐넣은 것이다.

지원금의 의미

국가보조금 집행의 문제는 부산국제영화제가 풀어야하는 숙제임에는 분명하다. 감사가 이례적이었고 가혹했던 것을 떠나, 문제가 지적이 되었다면 그것은 투명한 영화제 운영을 위한 개선의 기회로 삼으면 된다. 하지만 부산시장이 조직을 와해시키고 집행위원장을 사퇴시키려는 것은 자신들이 원하지 않는 영화를 상영했다는 것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지원금을 줬으니 돈을 준 자기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인데, 지원금은 국민의 세금이다. 사전적의미로 지원금은 '지지하여 돕기 위하여 주는 돈'이다.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그 돈의 주인인 것처럼 단체를 쥐고 흔드는 것은 명백한 월권이며, 관료주의이자 병적인 행태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주인은 부산시장도 부산국제영화제 위원장도 아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20년 동안 다양한 영화가 관객들을 만나며 자생적으로 발전되어온 하나의 유기체이며 독창적인 문화다. 부천국제영화제를 통해 학습했듯이 우리는 관료주의가 어떻게 독립적인 문화를 한 순간에 망칠 수 있는 똑똑히 보았다. 독립성을 지키는 것, 전문성을 지키는 것은 부산국제영화제의 생명줄과 다름없다. 권력에 의해 독립성이 말살된, 권력자들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만 채워진 부산국제영화제에 과연 누가 찾아올 것인가?

기억하라, 권력은 짧다

 10일 밤 서울 숭례문에서 화재가 발생해 시민들이 무너져 내리는 숭례문을 바라보며 안타까워 하고 있다.

지난 2008년 2월 10일 밤 국보 1호 서울 숭례문이 잿더미가 됐다. 당시 시민들이 무너져 내리는 숭례문을 바라보며 안타까워 하고 있다.ⓒ 유성호


 13일 숭례문 화재현장 보수작업을 위한 가림막 설치가 진행중인 가운데 검게 불타버린 숭례문을 찾아 아쉬움을 달래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화재 사흘 후인 2008년 2월 13일 숭례문의 처참한 모습. 화재현장 보수작업을 위한 가림막 설치가 진행중인 가운데 검게 불타버린 숭례문을 찾아 아쉬움을 달래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부산시는 정녕 부산국제영화제를 이런 몰골로 만들고 싶은가.ⓒ 남소연


600년이 넘은 숭례문이 한 노인의 욱하는 심정에 의해 한 순간 잿더미가 되어버린 장면이 스쳐지나간다. 자존심 상하고 괘씸해도 불은 지르면 안된다. 썩은 곳이 있거나 삐뚤어진 것은 고쳐나가면 된다. 수백억 원을 써가며 외국인의 입에 비빔밥을 넣는 것보다, 20년간 세계영화인의 박수 속에 성장해온 부산국제영화제를 살리는 것이 문화융성의 길임을 잘 알 것이다.

권력을 쥐고 있는 시간은 짧다.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앞으로 수십 년 어쩌면 수백 년을 이어갈지도 모르는 소중한 문화를 불태워 버릴 수 있다. 서병수 시장님께 부디 짧은 권력의 시간을 부산국제영화제의 미래를 위해 양보해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김태곤 감독은 누구?
올해로 서른일곱. 2006년 다큐멘터리 <할아버지의 외출>을 연출해 대학생영상페스티벌에서 대상을 받았다. 2008년 장편 <독>이 뉴커런츠 부문에 진출하며 부산국제영화제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또 다른 장편 < 1999, 면회>로 2012년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 비전'부문에 진출했다. 당시 영화는 한국 영화감독조합상·배우상을 수상했다.

현재 김혜수, 마동석 주연의 상업영화 <가족계획>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BIFF를 지지하는 젊은 목소리]

[⑪ 김진도] 부산 뒷골목, 노숙자 같은 남자가 세계적 거장이었다
[⑫ 김진황] BIFF에 대한 믿음, 흔들리지 않게 해주십시오
[⑬ 서은영] 자부산심 : 우리는 부산을 가졌다는 자부심
[⑭ 김태용] 해외영화인들이 계속 묻는다 "BIFF는 괜찮아요?"
[⑮ 홍석재] 영화제는 꿈! 꿈은 결코 당신 마음대로 꿀 수 없다

[16 정윤석] 서병수 시장님, 성수대교 참사 유가족이 제게 묻더군요
[17 민용근] 부산국제영화제라는 나무를 기어코 베려 한다면
[18 김동명] 거짓말 같은... 결단코, 부산국제영화제
[19 이용승] 정치야, 축제에서 꺼져주면 안될까?
[20 김진열] 평범한 시민들이 BIFF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21 안선경] 부산국제영화제는 이미 이겼습니다
[22 김용조] 서 시장님, 전 자격 없는 영화인인가요
[23 양익준] 씨발 진짜... 욕을 빼고 글을 쓸 수가 없다
[24 김조광수] 20년 개근한 나, 올핸 부산 갈 수 있을까?
[25 이수진] 말한다, 벽이다, 그래도 말한다

* 우리는 부산국제영화제를 지지합니다. '부산국제영화제지키기 백만서명운동 사이트' (http://isupportbiff.com)에서 관련 소식을 접할 수 있습니다. #isupportbi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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