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간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성장해온 부산국제영화제가 부산시의 압력으로 인해 운명의 기로에 서있습니다. 영화계는 독립성과 자율성을 외치며 결사항전 분위기입니다. 당장 올해 영화제 개최조차 점점 불투명해지는 상황입니다. 백척간두의 위기에 서 있는 부산국제영화제, <오마이스타>는 누구보다 이 사태를 애가 타며 지켜보고 있는 젊은 영화인들의 목소리를 전달합니다. 그 스물한 번째로 영화 <파스카>의 안선경 감독입니다. [편집자말]
 2013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 <파스카>로 뉴커런츠 상을 받을 당시 모습.

2013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 <파스카>로 뉴커런츠 상을 받을 당시 모습.ⓒ 안선경 제공


저는 2013년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 <파스카>를 상영했고, 뉴커런츠상을 수상하면서 영화제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 누구에게도 선택받지 못해 버려질 뻔 했던 시나리오를 살려 영화를 만들고 혈혈단신 낯선 영화제를 찾았을 때, 화려하게만 보였던 부산국제영화제가 이후 제 인생에 어떤 은총이 될지 알지 못했습니다.

이미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 부산국제영화제가 주는 축복을 선물처럼 받고 있습니다. 더 놀라운 건 부산을 찾았던 많은 감독들이 그것을 공감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쯤 되면 이 영화제는 단지 하나의 행사가 아닌 영화인들의 거대한 꿈이며 오아시스가 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결집

 영화 <파스카>로 2016년 3월경 크레테이 국제여성영화제 진출했을 당시 사진. 김동령 감독(왼쪽), 안선경 감독(왼쪽에서 두 번째), 배우 성호준(오른쪽에서 세번째)을 비롯해 영화제 관련 인사들이 부산국제영화지 지지 피켓을 들고 있다.

영화 <파스카>로 2016년 3월경 크레테이 국제여성영화제 진출했을 당시 사진. 김동령 감독(왼쪽), 안선경 감독(왼쪽에서 두 번째), 배우 성호준(오른쪽에서 세번째)을 비롯해 영화제 관련 인사들이 부산국제영화지 지지 피켓을 들고 있다.ⓒ 이선필


하나의 영화제가 이렇게 거대한 존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주최 측이 영화인과 작품을 차별하지 않았으며, 누구라도 진실하고 귀한 목소리를 내는 이에게 귀를 기울이고 아낌없는 후원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한 영화제 분들이 한국 영화 혹은 아시아 영화를 세계에 알리고 성장시키기 위해 지난 20여 년간 삶을 바쳐 일한 덕일 것입니다.

그들이 삶을 바쳐 키워낸 이 축제를 단지 몇 년을 풍미하고 사라질 권력들이 주저앉히려 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기가 막히고 통탄할 일이지만, 저는 오히려 이 부당하고 어이없는 싸움에서 부산국제영화제가 취하는 지혜롭고 용감한 행동에 감동했습니다. 그리고 이 투쟁의 의미를 가슴 깊이 새기고 이 현상을 더 크게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글의 제목처럼 부산국제영화제는 이미 이겼고, 앞으로도 더 크게 이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부산시와 박근혜정부가 이 영화제를 건드리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나라 안팎으로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일어나 싸우고 지지를 외치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우리가 연일 <오마이스타>를 통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절절한 연서를 보내는 일도 없었을 거고, 해외영화제에 나갈 때마다 부산의 실정을 알리고 'I Support BIFF'가 적힌 카드를 들고 시위를 하는 일도 없었을 겁니다. 심지어 엊그제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에서 부산의석의 1/3에 가까운 5개의 의석을 더민주 당이 차지하는 일도 없었을 겁니다. 선거 결과가 단지 어느 특정 요인 때문은 아니겠지만, 분명한 단 한 가지는 이 사태로 인해 부산시의 어리석은 행정이 낱낱이 알려지면서 부산 민심이 권력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게 됐다는 것입니다. 정말 너무한다는 반감에서 온 어떤 수치심이 부산민심을 건드렸을 것입니다.

이처럼 영화제에 대한 탄압은 영화인들을 결집시켰고, 영화인들 스스로가 부산국제영화제의 의미를 깨닫게 하고 있습니다. 그 의미와 가치는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영화를 만드는 이들이 자유롭게 목소리를 낼 수 없고, 작품에 대해 권력의 검열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예술적 영혼에 상처를 받는 일이며 날개가 꺾이는 일입니다. 정녕 영화인들에겐 생존이 위협당하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용감하고 지혜롭게

 1930년 전국적으로 전개된 간디의 소금행진은 인도 민족 운동이 다시 활발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1930년 전국적으로 전개된 간디의 소금행진은 인도 민족 운동이 다시 활발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얼마 전 <뉴스룸>에서 간디의 소금행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였던 시절 영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인도인들에게 모든 소금을 비싼 값에 영국으로부터 수입해 먹을 것을 강요하는 악법을 만들었습니다. 모두에게 필요한 소금이었지만, 가난한 사람은 소외받게 한 '소금법'을 만들었던 것입니다.

이 악법에 맞서기 위해 간디는 지지자들과 함께 평화의 행진을 시작합니다. 25일간 매일 60km를 걷는 동안 최초 78명이었던 동행자는 5만 명으로 늘어났습니다. 끈기 있게 걸어가 마침내 바다에 도착한 간디는 소금 한 줌을 들어올렸고, 사람들에게 직접 소금을 만들어 먹도록 가르칩니다. 물론 그는 법을 어겼기에 감옥에 갇혔습니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는 사람들로 감옥이 꽉 차고도 넘치자, 하는 수 없이 국가는 이들을 풀어 줍니다. 그리고 1년 뒤 소금법은 폐지됩니다.

마치 동화 같아 보이는 이야기에는 많은 이들의 고통과 희생이 담겨있습니다. "선한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용감하면서도 지혜로워야 합니다"라고 간디는 말합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정부의 탄압에 맞서서 매우 용감하고 지혜롭게 지지자들을 끌어모았고 정의를 지지하는 행렬을 만들어 냈습니다. 앞으로 이 사태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행렬 참가자는 늘어날 것이고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질 것입니다. 이 탄압이 더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주저앉히는 일이 생긴다면, 현 정권의 폭력성은 물론이요 사태의 시발점이 되었던 세월호 사건에 관한 진실들도 함께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진리를 수호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상황이 악화돼도 끈질기게 버티지만, 진리가 아닌 권력에 의존하는 사람들은 세상의 변화에 쉽게 태도를 바꾸기 마련입니다. 민심이 돌아선 지금 권력은 힘을 잃을 것이고, 권력이 힘을 잃으면 자연히 억압의 사슬도 풀어지게 될 것입니다. 억압의 사슬이 풀어지는 날, 부산국제영화제는 더 아름답게 부활할 것입니다.

조금 더 견뎌주십시오. 영화제가 제때에 치러지지 않더라고, 혹은 아주 소박하게 치러지더라도, 우리 영화인들과 영화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은 결코 멀어지지 않습니다. 거물들의 통 큰 지원을 받는 미국정치인 힐러리가 아닌 풀뿌리 민심이 도운 샌더스가 더 많은 지원금을 모으듯, 부산시가 외면하는 부산국제영화제는 우리 국민의 힘으로 살려낼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안선경 감독은 누구?

 안선경 감독.

ⓒ 안선경

1972년생인 안선경 감독은 연희단거리패에서 기획과 연출로 활동하다 2002년 단편 <마르타의 독백>을 연출하며 영화계에 데뷔했다. 2009년 호주 입양자의 이야기를 다룬 첫 번째 장편 <귀향>으로 관객과 만났고, 이후 2013년 두 번째 장편 <파스카>로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의 초청을 받았다. 해당 작품은 뉴커런츠상을 받았다. 

현재 그는 세 번째 장편 <나의 영화 연기 워크샵>을 만들고 있다.


[BIFF를 지지하는 젊은 목소리]

[① 백재호] 부산시민 여러분, 부디 부산국제영화제 지켜주세요
[② 이승원] 누가 BIFF라는 오아시스를 소유하려 하는가
[③ 이근우] "저는 이 영화 부산국제영화제에 낼 거예요"
[④ 조창호] 서병수 시장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한 장의 사진
[⑤ 박석영] 저는 믿습니다, BIFF 키워온 부산 시민들을

[⑥ 이돈구] 부산국제영화제는 내게 기적이다
[⑦ 박홍민] 영화제 제1명제: 초청되는 영화에는 성역이 없다
[⑧ 지하진] 영화 속 유령들까지 부산영화제를 지킬 것이다
[⑨ 이광국] 부산시장님, 많이 외로우시죠?
[⑩ 김대환] 많이 아픈 부산국제영화제야, 내가 너무 미안해

[⑪ 김진도] 부산 뒷골목, 노숙자 같은 남자가 세계적 거장이었다
[⑫ 김진황] BIFF에 대한 믿음, 흔들리지 않게 해주십시오
[⑬ 서은영] 자부산심 : 우리는 부산을 가졌다는 자부심
[⑭ 김태용] 해외영화인들이 계속 묻는다 "BIFF는 괜찮아요?"
[⑮ 홍석재] 영화제는 꿈! 꿈은 결코 당신 마음대로 꿀 수 없다

[⑯ 정윤석] 서병수 시장님, 성수대교 참사 유가족이 제게 묻더군요
[⑰ 민용근] 부산국제영화제라는 나무를 기어코 베려 한다면
[⑱ 김동명] 거짓말 같은... 결단코, 부산국제영화제
[⑲ 이용승] 정치야, 축제에서 꺼져주면 안될까?
[⑳ 김진열] 평범한 시민들이 BIFF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 우리는 부산국제영화제를 지지합니다. '부산국제영화제지키기 백만서명운동 사이트' (http://isupportbiff.com)에서 관련 소식을 접할 수 있습니다. #isupportbiff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