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 '런던보이' 뮤직비디오
물고기뮤직
가을만큼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 또 있을까. 깊어가는 이 가을,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에 불을 지피는 신곡 하나가 눈길을 끈다. 바로 임영웅의 'London Boy(런던보이)'다.
가수 임영웅이 지난 15일 발표한 더블 싱글 < Polaroid(폴라로이드) >에 담긴 'London Boy(런던보이)'는 그의 첫 자작곡이다. 직접 작사·작곡한 노래를 선보이며 뮤지션으로서 한 단계 도약해보인 임영웅의 행보에 팬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멜론 음원차트 상위권에 안착하는가 하면, 'London Boy(런던보이)' 뮤직비디오는 공개된 지 하루만인 지난 17일 유튜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 1위에 오르며 큰 관심을 모았다. 뮤직비디오에서 임영웅은 깔끔하고 댄디한 스타일로 등장해 밝은 모습으로 노래한다.
꿈에 그리던 그곳 난 여기 있어/ 저 푸른 바다 위로 널 닮은 하늘/ I'm in London oh / I'm in London, yeah
이렇게 시작하는 'London Boy(런던보이)'는 매우 경쾌한 곡이다. 임영웅은 감성적이고 잔잔한 노래들을 많이 불러왔기에 이 곡은 그 자체로 '임영웅의 변신'처럼 보인다. 임영웅은 가성과 진성을 오가며 시종일관 밝은 톤으로 이 곡을 노래하는데, 그가 그리는 런던은 트렌치코트가 연상되는 쓸쓸한 곳이 아닌 문화와 예술이 살아 숨 쉬는 역동적인 곳이다. 다음의 가사가 그걸 말해준다.
셰익스피어, 처칠, 비틀즈, 숀 코네리/ 해리포터, 데이비드 베컴 모든 게 있어/ Baby You are my London Girl
직접 노랫말을 쓴 임영웅의 과감한 시도가 돋보인다.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 정치가, 가수, 배우, 스포츠 스타의 이름, 그리고 소설명이 직접 언급되는 점이 신선하다. 평소 임영웅이 좋아하는 것들, 그의 취향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진진한 가사다. 자작곡인 만큼 자신의 이야기를 건네려는 시도처럼 보인다.
듣고 있는 동안 잠시 다른 세계로 여행을 떠나게 해준다는 게 노래가 가진 힘이라면, 'London Boy(런던보이)'는 노래의 이러한 특징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곡이라고 볼 수 있다. 여행지의 풍경을 가사로 풀어냄으로써 리스너들을 그곳으로 데려가는 것이다.
'여행을 떠나요'처럼 여행 그 자체를 노래하는 곡들도 있지만, '런던보이'처럼 특정한 지명을 지정해 노래하는 구체적인 곡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제주도의 푸른밤'이 있다. 리스너들은 이 곡을 듣는 동안 제주도를 여행하는 기분을 느끼게 되는데, 이렇듯 지명이 들어간 곡은 그 장소를 머릿속에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런던보이'도 런던이란 장소를 청자의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 넣음으로써 듣는 이와 함께 '그곳을' 여행하고자 한다.
드넓은 공원 안에 널 담은 향기/ 가는 모든 곳마다 난 네가 보여
그러나 잘 들어보면 '런던보이'는 사랑노래다. 단순히 여행지의 아름다움을 말하는 곡이 아니라, '여기 런던에서도 계속 네 생각이 난다'라고 외치는 내용이다. 멋진 장소에 가면 사랑하는 사람이 떠오르고, 다음에는 그 사람과 함께 이곳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인간의 그런 보편적인 마음이 가사에 잘 담겨 있어서 공감이 간다.
지금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곡을 듣는 것만으로도 여행기분이 날 듯하다. 4분 동안의 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