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를 부른 하이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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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키 네 멤버 서이, 리이나, 휘서, 옐은 데뷔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멤버들 모두 현재 소속사가 첫 회사가 아니다.
서이는 YG에서 데뷔를 준비했고, 연습생 기간이 6년인 리이나는 WM엔터테인먼트 소속이었지만 회사 사정으로 데뷔하지 못했다. <프로듀스48>에 출연하기도 했지만 당시 주목받지도 못했다. 휘서는 무려 9년 반 동안 연습생 생활을 했다. 그는 더블랙레이블, 쏘스뮤직, FNC, YG 등 대형기획사에서 연습생 생활을 했지만 데뷔가 무산되는 등 뜻대로 되지 않았던 것. 막내 옐은 현대무용을 전공했고 JYP 공채 오디션 15기에서 최종 1위를 한 실력자지만, 역시 JYP에서 데뷔하지 못했다.
어렵게 세상에 나왔지만 데뷔 후에도 시련은 있었다. 멤버 시탈라가 개인 사정으로 탈퇴하면서 3인조로 재편되었다가 휘서가 합류하면서 다시 4인조로 조정하는 시기를 겪은 것. 그야말로 악착같이 버텨 데뷔와 지금의 역주행을 이뤄냈다고 볼 수 있겠다.
"내가 원해서 여기서 나왔냐고/ 원망해 봐도 안 달라져 하나도/ 지나고 돌아보면/ 앞만 보던 내가 보여/ 그때그때 잘 견뎌냈다고/ 생각 안 해 그냥 날 믿었다고"
'내가 원해서 여기서 나왔냐고'라는 구절이 인상적이다. 모든 장미가 정원이라는 화려한 무대에서 피어나길 바랄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는, 심지어 사람들이 짓밟고 지나가버리는 건물 사이의 작은 틈에서 피어나는 장미가 더 많다. 꼭 인간의 삶과 비슷하다. 대형 기획사에서 데뷔해서 나오자마자 대중의 큰 사랑을 받고 싶고, 돈 많은 집안에서 태어나 가난하지 않게 살고 싶고, 이런 바람들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원한다고' 거기서 피어날 수는 없기에 더욱 가사가 공감되고 짠하다. '그때그때' 잘 견뎌냈다는 표현도 우리네 이야기 같아서 마음을 울린다.
왜 하필이면 난 건물 사이에서 피어났을까 하고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대신 이 곡의 화자는 이렇게 외친다. "나는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 삭막한 이 도시가/ 아름답게 물들 때까지/ 고갤 들고 버틸게 끝까지/ 모두가 내 향길 맡고 취해/ 웃을 때까지"라고. 굳건하고 긍정적이다. 그리고 또 이렇게 말한다.
"쓰러지지 않아 난/ 어렵게 나왔잖아/ 악착같이 살잖아"
건물 사이에서 피어나는 것 또한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어렵게 나왔잖아' 뒤에 이어지는 '악착같이 살잖아'라는 구절이 그래서 더 와 닿는다. 이렇게 가사의 힘으로, 노래의 힘으로 역주행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인기는 특별하다. EXID의 '위아래'가 하니의 직캠으로, 브레이걸스의 '롤린'이 위문공연댓글 영상이 주목 받으며 역주행한 걸 떠올려보면, 하이키는 그런 경우와 조금 다르다. 물론 조력자는 있었다. 하이키와 접점이 없는 러블리즈 미주가 노래가 너무 좋다며 공개적으로 여러 번 추천했고, 이 힘을 크게 받은 것.
숨은 명곡이라고 입소문을 탄 이 곡을 들은 음악팬들은 "가사가 너무 눈물 나요", "'고갤 들고 버틸게 끝까지' 이 한 마디가 되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진짜 긍정적인 힘이 되어주는 노래다" 등의 댓글로 호응을 보내고 있다. "더 떴으면 좋겠다"라는 응원글도 많았다. 이처럼 음악팬들은 힘들고 삭막한 세상 속에서도 악착같이 아름답게 피어나려는 모든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이 노래에서 많은 위로를 받은 듯하다. 감동적인 가사와 하이키의 실제 서사가 맞물렸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를 부른 하이키.G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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