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브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아이브의 인기 비결을 가늠해보자면 그 중심엔 노래의 힘이 있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아이브의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그 의외성에 놀랐다. 매우 '요즘 노래'스러울 것이란 예상을 뒤엎고 의외로 뭔가 예전 K팝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4세대 아이돌 대표', 'MZ세대의 아이콘' 등의 수식어를 가진 팀인 만큼 극도로 트렌디한 음악을 보여줄 것이란 나의 생각이 빗나간 것인데, 그 빗나감이 오히려 신선하고 상쾌하게 다가왔다.
"아이브 곡들은 예전 K팝 감성과 트렌디함을 다 갖춘 것 같다"라는 한 네티즌의 댓글에 공감한 이유다. 다른 댓글도 눈길을 끌었다. "솔직히 원래 아이돌에 편견도 좀 있고 해서 다 가기서 거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이브는 이번 곡도 그렇고 이전 곡 '러브 다이브'도 그렇고 되게 고급지다"라는 의견이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이렇게 평했다.
"노래를 잘 뽑는 게 팬덤 형성에 진짜 큰 영향 미치는 듯하다. '애프터 라이크'를 들으면 노래 콘셉트나 가사, 음악이 너무 잘 어울려서 듣는데 들뜬다. 만화 주인공에 감정을 이입하게 되는 것처럼 아이브에 호감이 가게 되더라."
대중으로부터 노래 좋다는 이야기를 듣는 데 가사도 크게 작용한 듯하다. 노랫말을 들어보면, 사랑에 빠진 마음을 마냥 어린 소녀의 풋풋한 감정 정도로 귀엽게만 표현하고 있진 않다. 개인적으로 아이브 노래들의 가사에서 어딘지 모르게 성숙하다는 인상을 받았고, 이런 성숙함에서 묘한 무게감이 나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모르지 내 마음이/ 저 날씨처럼 바뀔지/ 날 나조차 다 알 수 없으니/ 그게 뭐가 중요하니/ 지금 네게 완전히/ 푹 빠졌단 게 중요한 거지
두 번 세 번 피곤하게/ 자꾸 질문하지 마/ 내 장점이 뭔지 알아?/ 바로 솔직한 거야/ 방금 내가 말한 감정/ 감히 의심하지 마/ 그냥 좋다는 게 아냐/ What's after 'LIKE'?
특히 '내 장점이 뭔지 알아? 바로 솔직한 거야'라는 부분이 좋았다. 드라마 대사처럼 느껴졌달까. 앞서 미국의 유명 음악전문 매체 빌보드의 칼럼니스트 제프 벤자민은 '애프터 라이크(After LIKE)' 가사에 대해 "자기애를 기반으로 한 자신감 넘치는 메시지가 훌륭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제프 벤자민은 아이브에 대해 "K팝의 새로운 전성기를 이끄는 이 새로운 걸그룹이 1970년대의 대표 디스코곡을 샘플링한 노래로 컴백을 했다. 이러한 샘플링을 통해 아이브는 기존 팬들뿐만이 아니라 새로운 팬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언급했듯, 예전 K팝 같은 그 느낌이 바로 새로운 팬들, 즉 나이가 좀 있는 세대들까지 아우르고 있는 듯하다. 10대와 20대에겐 가사 등에서 느껴지는 성숙한 감성이 오히려 멋있고 신선하게 다가갈 것이고, 30대와 40대 이상에겐 그 성숙함이 노래를 덜 유치하게 느끼게 하여 호감을 일으킬 것이다.
'걸그룹 전성시대'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요즘이다. 그 치열한 세계의 중심에서 당당하게 선두를 이끌고 있는 신인 아이브의 다음 노래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