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세라핌 'ANTIFRAGILE'
쏘스뮤직
에스파, 아이브, 르세라핌 등 최근 데뷔한 걸그룹들을 보면서 느낀 점이 하나 있다. 걸그룹이 전하는 메시지가 점점 진화하고 있다는 것. 사랑받아 행복하고, 사랑밖에 난 몰라 일색이었던 과거의 가사들은 남자에게 먼저 대시하는 당돌함으로 변하더니, 다음엔 "난 나야"라며 주체성을 외치는 당당함으로 진화한다. 그리고 다음은 단단함이다.
르세라핌(LE SSERAFIM)의 신곡 'ANTIFRAGILE(안티프래자일)'을 들으면서 단단함이라는 진화된 가치를 발견할 수 있었다. antifragile은 '충격을 받으면 깨지기 쉬운'이란 뜻의 'fragile' 반대 의미로, 충격 혹은 변화로 인해 강해지는 성질을 뜻하는 단어다. 힘든 시간을 성장을 위한 자극으로 받아들이고 그 과정에서 더 단단해지겠다는 르세라핌의 각오가 이 곡에 담겼다. 당돌함에서 당당함, 그리고 단단함으로. 광야에서 싸우는 에스파처럼 르세라핌도 강인함이라는 메시지를 말한다. 특히 내면의 강인함을.
이렇듯 르세라핌은 데뷔 앨범 < FEARLESS >부터 통일된 서사를 자신들의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데뷔곡 'FEARLESS'는 가요계에 첫 발을 내디디는 상황에서 두려움 없이 자신만의 길을 가겠다고 외치는 선언이었고, 이번 곡 'ANTIFRAGILE'은 데뷔 후 높은 기대치와 차가운 시선이라는 시련이 있었지만 그 역경을 역전시켜 오히려 더 단단해지겠다는 선언이다.
가시밭길 위로 riding/ you made me boost up/ 거짓으로 가득 찬 party/ 가렵지도 않아/ 내 뒤에 말들이 많아/ 나도 첨 듣는 내 rival/ 모두 기도해 내 falling/ 그 손 위로 I'mma jump in
가사는 쾌감을 줄 만큼 세다. 자극적이라는 의미로 세다는 게 아니라, 단단함의 정도가 세서 듣는 이로 하여금 알 수 없는 힘을 내게 한다. 다 덤벼봐, 같은 느낌이다. 모두 나의 몰락을 기도하지만 나는 그 기도하는 손 위로 점프하겠다는 가사가 백미다.
이런 강인함의 메시지는 뮤직비디오를 통해 잘 시각화됐다. 뮤비 내용은 대략 이렇다. 어느 날 갑자기 운석이 지구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는 속보가 뜨자 사람들은 패닉에 빠진다. 하지만 르세라핌 멤버들은 전혀 개의치 않고 자신만의 하루를 보낸다.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버스킹에 나서고, 낙하하는 운석을 배경으로 초연하게 요가를 하는가 하면, 카트를 타고 운석을 향해 정면으로 돌진하는 멤버도 있다. 충격이 가해질수록 더 강해진다는 메시지를 운석 충돌을 활용해 표현한 것이다. 폐허가 된 곳에서 다섯 멤버가 신나게 추는 춤이 인상적이다.
독특한 후렴구도 킬링포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