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나비 정규 3집 <환상의 나라>
페포니뮤직
그룹사운드 잔나비는 지난달 28일 정규 3집 앨범 <환상의 나라>를 발표하면서 이런 소개 문구를 선보였다.
'환상의 나라로! 여전히 꿈과 희망, 사랑과 우정, 성실과 용기가 넘쳐흐르는 곳!'
눈을 감고 노래를 들으면 새롭고 완벽한 세계가 펼쳐질 것만 같은 기대를 주는 그런 소개다. 실제로 그렇다. <환상의 나라>에는 타이틀곡 '외딴섬 로맨틱'뿐 아니라 수록곡 '용맹한 발걸음이여', '비틀 파워! 등 제목만으로도 동화 같은 환상을 주는 13개의 트랙이 실렸다.
앨범 전곡을 작사·작곡한 잔나비의 최정훈은 "재미있는 앨범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이 앨범은 한숨에 이어간다. 타이틀곡 듣고 좋으셨다면 눈을 감고 처음부터 끝까지 한숨에 즐겨달라"고 전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전곡을 한번에 쭉 들으면 가장 좋겠지만 여의치 않다면 타이틀곡 '외딴섬 로맨틱' 한 곡만 들어도 괜찮겠다. 왜냐하면 이 한 곡에 이미 가장 진한 환상이 응축돼 있기 때문이다.
"어느 외딴섬 로맨틱을/ 우리 꿈꾸다 떠내려 왔나/ 때마침 노을빛이 아름답더니/ 캄캄한 밤이 오더군
이대로 이대로/ 더 길 잃어도 난 좋아/ 노를 저으면 그 소릴 난 들을래/ 쏟아지는 달빛에/ 오 살결을 그을리고/ 먼 옛날의 뱃사람을 닮아볼래 그 사랑을"
매번 느끼지만 잔나비는 '결정적 단어'를 구사해 노랫말을 짓는 것 같다. 이번 곡에선 '뱃사람'이란 단어가 노래 전체의 분위기를 압도하는 힘을 품고 있는데, 우리가 흔히 아는 보편적인 뱃사람의 스토리가 겹쳐져서 그럴 것이다. 배를 타고 한 번 떠나면 오랫동안 연인 혹은 가족을 만날 수 없는 사람, 무사하게 돌아와 사랑하는 이와 재회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사람, 그리움과 기다림의 상징인 사람. 이것이 뱃사람이 가진 스토리다. 이 곡이 환상 속에서도 묘한 슬픔을 뿜어내는 건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듣는 이는 뱃사람 홀로 쏟아지는 달빛을 받으면서 노를 저어 가는 외딴섬을 머릿속에 그리게 된다. 그 풍경이 마치 각인처럼 청자의 마음에 아로새겨지면서 이 노래는 완성된다. 시간 배경은 밤, 장소는 외딴섬, 주인공은 뱃사람이니 이 조합이야말로 얼마나 로맨틱한 합인가. 그리고 얼마나 쓸쓸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