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기획 아이템을 내라고 성화다. 하지만 전 언론사에 있을 때 이미 기획기사 수백 개를 썼었다. 더 이상 이리저리 묶을 것도 없다. 더 이상 식상한 아이템으로 기획기사 쓰고 싶지 않다. 그런데 국장님이 내놓으란다. 와, '죽것다'. 다시 머리를 쥐어 짜낸 결과,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예 내가 영화를 만들어보자. 내가 영화를 만들며 느낀 것을 써 보자. 독자님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최우리 최우리는 2004년 뮤지컬 <그리스>로 데뷔해 <넌센세이션>,<헤드윅>, <톡식히어로> 등에 출연했다. 최근에는 뮤지컬 <캐치 미 이프 유 캔> 여주인공으로 발탁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 최우리 최우리는 2004년 뮤지컬 <그리스>로 데뷔해 <넌센세이션>,<헤드윅>, <톡식히어로> 등에 출연했다. 최근에는 뮤지컬 <캐치 미 이프 유 캔> 여주인공으로 발탁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 샘 컴퍼니


뭐니 뭐니 해도 영화의 꽃은 관객들에게 최종적으로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들이 아닌가. 이 단편영화 프로젝트에서도 여주인공은 가장 어려운 숙제였다.

오랜 시간 마음속에 여주인공으로 점찍어둔 여배우는 여러 가지 어려운 마음의 상황과 고민들로 인해서 어렵게 이 단편영화 만들기에 참여하지 못하겠다고 밝혔다. 이후에 나는 전방위 섭외에 들어갔지만, 사실 섭외가 쉽지 않았다.

깊은 친분을 자랑하는 유명한 톱 여배우들도 없었고, 그렇다고 연기는 빼어나게 잘 하는데 어디선가 열심히 연기를 하고 있는 가능성 충만한 뮤지컬, 연극배우들을 잘 알지도 못했다.
그 동안 영화담당 기자로 많은 여배우들도 만나고 신인들도 만났는데 왜 나는 이 단편영화만들기에 첫 번째 캐스팅 후보 이후에 다른 대안은 전혀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물론 매니지먼트와의 돈독한 친분으로 인해서 어느 정도의 연기력을 갖춘 유명 여배우들의 섭외에 들어갔지만 다른 작품의 스케줄 혹은 이런 저런 이유로 고사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 상황에서 구세주가 나타났다. 황정민이 소속된 샘 컴퍼니의 배우 최우리였다. 영화 <댄싱퀸>에서 댄싱퀸즈의 멤버로 엄정화, 오나라 등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스크린에서 얼굴을 알렸다.

<댄싱퀸> 개봉 즘에 많은 배우를 인터뷰했지만 실제 최우리를 만나지는 못했다. 그런데 샘 컴퍼니의 김창섭 본부장이 여배우 섭외에 대한 고민을 토로하자 소속 배우인 최우리 양에 대한 말을 꺼냈다. 나는 무조건 도와달라고 했다.

그러고 나서 보니 나는 <댄싱퀸>에서 잠시 최우리를 봤을 뿐 그녀에 대해 아는 정보가 전혀 없었다. 인물검색을 하니 그녀는 2004년 뮤지컬 <그리스>로 데뷔해 <헤드윅><톡식히어로><넌센세이션> 등 다수의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섭렵한 뮤지컬계의 실력파 여배우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너무나도 재미있게 봤었던 <톡식히어로>의 깜찍하고 사랑스러운 여주인공이 바로 최우리였던 것이다. 너무나도 신기했다. 그때는 여주인공에 대한 정보 없이 뮤지컬 속 여주인공의 연기력과 가창력에 저절로 박수를 치며 감탄했었다. 그녀가 바로 내 단편영화의 여주인공이 된 것이다.

인연이라면 인연일까. 나의 마음은 다시 들뜨기 시작했다. 아직, 최우리가 최종적으로 단편영화에 출연하겠다는 말을 하기도 전에 나는 현재 그녀가 한창 공연 중인 뮤지컬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공연을 보러 갔다. 수백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여주인공 자리를 꿰찬 최우리는 역시나 특유의 밝고 깨끗한 음성과 가창력으로 관객석을 압도하고 있었다. 연기력도 탁월했다. 

대박! 그렇게 공연을 보고 나서 며칠 뒤에 최우리를 직접 만났다. 단편영화에 선뜻 참여를 하겠다는 확답을 받은 이후에, 그녀를 직접 만나 참여를 결심하게 된 연유를 물었다. 인터뷰를 통해서도, 어떤 사적인 자리를 통해서든 나와의 친분도 오마이스타에 대한 존재도 잘 모르는 그녀였기 때문이다.

최우리의 캐스팅 해답도 바로 '선의'였다. 최우리는 어린 시절 넉넉하지 못한 환경에서 뮤지컬 배우의 꿈을 꿨다. 어려운 환경에서 연예인의 꿈을 키워나가는 것이 만만치 않은 치열한 과정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에 뮤지컬 앙상블로도 오랜 시간을 거치며 이제는 당당히 수천 명의 관객들 앞에서 여주인공으로 무대를 휘어잡고 있는 최우리다.

최우리는 지금 자신은 아무 존재도 아닌데, 뮤지컬을 끝내고 객석에서 많은 박수를 받을 때 아직도 너무 부끄럽다고 했다. 자신이 노력한 것에 비해서 많은 박수를 받는다고.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하지만 이 무대를 세우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있는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고 했다.

"노력한 것에 비해서 많은 사랑을 받는 것은 나누는 게 당연"하다고 말하는 겸손하고 착한 최우리였다. 실제 그녀는 정도가 지나치게 독하게 연습하는 노력파 배우로 뮤지컬계에서도 정평이 나 있다.

"먼저는 좋은 배우가 되어야 하고 나중에는 제가 받은 그 무엇이든지 꼭 나눠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게 물질이 될 수도 있고 재능기부의 형태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재능기부' 단편영화만들기 취지여서 참여하게 됐습니다."

연기를 잘 하는 사람도 많고, 뮤지컬에서 내로라하는 스타들도 많다. 하지만 최우리와 이런 재능기부에 대한 선의의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마주하고 있으니 그녀가 나에게는 가장 빛나는 스타로 느껴졌다. 최우리의 선의가 그녀를 그렇게 비추게 했고, 나의 단편영화의 여주인공으로 최종적으로 픽스가 됐다.

P.S. 뮤지컬 스타 최우리와 호흡을 맞추는 남자 파트너 궁금하시죠? 조만간 알려드릴게요~~.

조경이 기자의 영화제작노트 연재기사 목록

[조기자의 영화제작노트①]남의 영화 잘 '깠던' 기자...감독하려고요!
[조기자의 영화제작노트②]킬! 킬! 그러다 여배우와 여기자 이야기로 '훅!'
[조기자의 영화제작노트③]표절? 오마주? 이러다 시나리오 산으로 가겠네
[조기자의 영화제작노트④]하정우 '오빠'에게 물었더니 "단편영화? 무조건 찍어요!"
[조기자의 영화제작노트⑤]마침내! 연예계판 도가니 <보슬아치>로 고고씽∼
[조기자의 영화제작노트⑥]단편영화 OST와 콘티작업이 단박에 오케이~!
[조기자의 영화제작노트⑦]기자가 만드는 단편영화, 창간 1주년에 '깝니다'
[조기자의 영화제작노트⑧]"캐스팅,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네요"
[조기자의 영화제작노트⑨]나의 최초 영화 콘티, 이 소녀가 그립니다
[조기자의 영화제작노트⑩]'재능기부' 단편영화에 '프로'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단편영화 최우리 댄싱퀸 오나라 캐치미이프유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