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기획 아이템을 내라고 성화다. 하지만 전 언론사에 있을 때 이미 기획기사 수백 개를 썼었다. 더 이상 이리저리 묶을 것도 없다. 더 이상 식상한 아이템으로 기획기사 쓰고 싶지 않다. 그런데 국장님이 내놓으란다. 와, '죽것다'. 다시 머리를 쥐어 짜낸 결과,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예 내가 영화를 만들어보자. 내가 영화를 만들며 느낀 것을 써 보자. 독자님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단편영화 <보슬아치> 작업 진행 중  아마도 이 <보슬아치> 시나리오는 하나님이 함께 하고 계신다는 그런 감이 강하게 든다. 내가 소속된 셀에서 나의 단편영화에 OST와 콘티작업을 할 수 있는 재원이 둘이나 있다니 얼마나 은혜로운 일이 있는가.

▲ 단편영화 <보슬아치> 작업 진행 중 그렇게 단편영화 <보슬아치>의 상영회는 2012년 8월 25일로 급작스럽게 정해졌다. ⓒ 조경이


일이 커졌다.

야근을 하고 회사 선배가 술 한 잔 하자고 하셨다. 무슨 말씀을 하실까. <오마이스타> 방향과 어떻게 하면 좋은 기사를 쓰는지 등등 조언을 하지 않을까. 나 혼자 또 나름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선배와 마주 앉아 닭갈비를 뜯었다.

이런저런 예상됐던 이야기들이 오가는 와중에 나의 단편영화 만들기에 대한 이야기까지 이르게 됐다. 선배의 팁은 바로 <오마이스타> 창간일에 나의 영화를 '까라'는 것이었다.

'대박'. 그런 생각을 하지는 못했다. 감히 <오마이스타> 창간 1주년에 내 영화를 상영하다니 이게 가능하기는 할까. 어디서 상영을 할까, 누가 와서 볼까. 나를 포함해 직원들만이 의리로 자리를 지켜주는 것은 아닐까. 푸하하하.....ㅠㅠ 

선배는 <오마이스타>니까 할 수 있는 발상이지 않냐고 힘을 북돋아 주셨다. 이런 연재물을 쓸 수 있는 판을 열어주고, 그렇게 나온 결실에 대해서 상영회를 하는 언론사라니, '대박' 멋지긴 했다. 

상상의 나래를 펼쳐 봤다. 오는 8월 25일 1주년이 되는 시점에 시사회를 한다. 상업영화 시사회처럼 주연배우들을 모시고 10여분에 달하는 단편영화 상영회를 한다. 이 상영회에는 나의 단편영화만들기 멘토인 하정우 오빠와 <댄싱퀸> 이석훈 감독도 초청해야지. 이후에는 우리들끼리 조촐한 막걸리 파티 혹은 유재석이 즐겨한다는 탄산음료 파티 및 다과회를 해도 좋겠다. 

이런 상상의 나래를 펼치니 꽤 재미난 프로젝트일 것 같았다. 그래서 바로 국장님에게 보고를 드렸다. 이러쿵저러쿵 상영회를 1주년에 한다는 어쩌구 저쩌구....국장님은 단박에 "그래, 해∼", 정말 시원하게 하라고 하시니 깜짝 놀랐다. "정말 그 날 해요?" "해∼" "아...네...".

 저예산 영화 감독의 영화 제작 과정을 소재로 한 영화 <망각의 삶>

저예산 영화 감독의 영화 제작 과정을 소재로 한 영화 <망각의 삶> ⓒ 네이버 영화정보

그렇게 단편영화 <보슬아치> 상영회는 2012년 8월 25일로 급작스럽게 정해졌다. 세상에, 마감하는 디데이가 정해진 것이다.

마감일을 정해 놓은 이후부터 나에게 이 프로젝트는 판타지가 아닌 진짜 리얼 다큐가 됐다. 마음속에 큰 돌덩이를 끌어안은 기분이다. 머릿속은 온갖 밧줄이 얽히고 설킨 기분이고 가슴은 답답했다. 세상에...나의 단편을 공개적으로 선보인다니, 일이 너무 커졌고 영화에 대한 부담과 책임은 너무 커졌다.

세상에...그 상영일이 정해진 다음에 단편영화 <보슬아치>(가제)의 시나리오를 다듬고 또 다듬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이제 누가 조언을 해주는 것이 마음 아프지도 않고 자존심 상하지도 않다. 탄탄한 시나리오만 나올 수 있다면 욕을 100번을 들어도 괜찮다. 더 나아지고, 만들고 나서 창피만 안 당한다면 어떤 조언과 충고도 받아들일 수 있다.

'대박'...마음이 점점 무거워진다.

P.S

단편영화 <보슬아치> 캐스팅 윤곽이 나왔습니다. 다음 주부터 한 분씩 공개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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