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기획 아이템을 내라고 성화다. 하지만 전 언론사에 있을 때 이미 기획기사 수백 개를 썼었다. 더 이상 이리저리 묶을 것도 없다. 더 이상 식상한 아이템으로 기획기사 쓰고 싶지 않다. 그런데 국장님이 내놓으란다. 와, '죽것다'. 다시 머리를 쥐어 짜낸 결과,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예 내가 영화를 만들어보자. 내가 영화를 만들며 느낀 것을 써 보자. 독자님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단편 <취재원> <보슬아치>가 여성 비하적인 은어인만큼 다른 제목이 나을 것 같다는 의견이 지배적. 의견 수렴해서 <취재원>으로 다시 '가제' 정함.

▲ 단편 <취재원> <보슬아치>가 여성 비하적인 은어인만큼 다른 제목이 나을 것 같다는 의견이 지배적. 의견 수렴해서 <취재원>으로 다시 '가제' 정함. ⓒ 조경이


매주 한 꼭지씩 나와야 하는 연재물이건만 3주 만에 쓰게 됐다. 그 동안 영화제작노트를 쓸 수 없을 만큼 상황은 꼬이고 꼬였고 나의 마음도 머릿속도 터져나갈 것 같았다.

10분짜리 단편영화 하나 만드는데도 순조롭게 일이 진행되지가 않았고 여기저기 일은 터지고 잡음도 많이 들렸다. 이제 내가 뭘 만들고 싶은지에 대한 초심을 기억할 새도 없이 터진 구멍을 막기 급급해 휩쓸러 가고 있다. 그에 따라, 나는 슬슬 예민해지고 짜증과 히스테리를 동반 그럼에도 어디에 풀지를 못해 속병만 앓고 있다. 

"<보슬아치> 여성 비하적인 은어...제목은 <취재원>으로"

우선, <보슬아치>의 제목이 너무 여성 비하적인 느낌이 든다는 의견이 많아서 제목을 바꾸었다. <취재원>으로. 물론 이 제목도 가제다. 이후에 바뀔 수 있는 여지는 다분하다. 

<취재원>의 출연진은 여기자, 매니저, 아이돌, 스타일리스트 네 명이다. 그 중에서 매니저와 아이돌, 두 명만 캐스팅이 됐다. 흔쾌히 출연을 해주겠다는 배우가 있었고 그에 앞서 이들을 서포트하고 있는 그들의 매니저가 많은 힘을 실어 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자리를 빌어서 격하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너무너무 고맙습니다!! J 배우님과 I 이사님, A 배우님과 B 팀장님"

그러나 가장 중요한 <취재원> 속 여기자 역할을 할 배우의 캐스팅이 아직 되지 않고 있다. 아, 배우의 캐스팅이란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 것인가. 지난해부터 마음속으로 기원하고 염원했던 한 여배우에게 시나리오를 보냈다. 하지만 현재 하고 있는 작품의 스케줄과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해서 출연을 하기 어렵다는 것. 나의 마음속에 염원했던 여배우는 며칠 간의 고민 끝에 어렵게 출연을 하지 못한다고 말을 했다. 

"마음 속의 여배우 출연 어렵게 거절해...다시 전방위 섭외"

아, 어쩌나. 이제부터 다시 전쟁이다. 어떤 여배우가 <취재원>의 여주인공 캐릭터와 어울릴까. 갑자기 여기자 역할을 다시 캐스팅하려니 번뜩 누군가가 떠오르지가 않았다. 이래서 장편상업영화나 드라마의 경우에 캐스팅디렉터를 따로 두고 캐스팅을 하는 것이구나를 체감했다. 답답하고 아득할 뿐, 어느 누군가가 괜찮을지 대안이 서지 않았다.

그때 나와 절친한 B 매니저가 조언을 했다. 이렇게 넋을 놓고 있을 게 아니라 여러 군데 다 백방으로 뛰어야 한다고. 지금 뭐하는 거냐고!!! 그렇다. 이렇게 안 된다고 넋을 놓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여기저기 연기 좀 하는 여배우들, <취재원>의 여기자 캐릭터를 잘 소화할 수 있는 분들에게 시나리오를 돌려야 한다. 이제 전방위로 나서야 한다. 왜냐하면 촬영이 5월 말에는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 단편영화만들기 프로젝트에 가장 먼저 출연을 해주겠다고 흔쾌히 오케이를 한 J배우님이 5월 마지막 주에만 시간이 가능하다고 했기 때문이다. 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3주 정도 남았다. 초조하기만 하다.

"촬영 스태프 꾸리는 것 도움 주시겠다던 제작사 대표님도 거절..직접 꾸려야"

발등에 불은 떨어졌고, 준비되지 않은 것은 너무 많았다. 초반에 스태프 구성을 도와주시겠다는 제작사 대표님은 갑작스럽게 이러저러한 상황으로 인해서 본인이 나서서 스태프를 꾸려주기 어렵다고 거절을 하셨다. 다른 좋은 피디분을 소개시켜주신다고. 오 마이 갓이다. 

10분짜리 단편영화를 만드는데도 이런 다이내믹한 여러 상황들이 펼쳐지는구나. 마음속의 여배우도, 처음부터 스태프를 꾸려주시겠다던 대표님도 이제 다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그렇다고 주저앉을 수는 없다. 무조건 고! 가야만 하는 것이다. 마감이 있지 않은가. 크랭크인은 5월 말, 개봉일은 8월 말이다.

 김창섭 이사
나는 매니저다

▲ 샘 컴퍼니 김창섭 본부장 지난해 <오마이스타>의 '나는 매니저다' 코너로 인터뷰할 당시의 김창섭 본부장과 회사 풍경. ⓒ 민원기


"촬영 장소 어렵게 섭외..황정민 소속 샘 컴퍼니 오케이"

장소섭외도 해야 한다. 한 친한 매니지먼트 사무실을 마음속에 두고 그에 맞는 시나리오를 썼었다. 돌이켜보니, 순서가 잘못되었다. 시나리오를 다 쓰고 나서 장소 제공에 대해 문의를 하러 가니 소속사 대표님이 어려울 것 같다는 반응을 나타내셨다. 아차 싶었다. 처음부터 장소 오케이를 확실히 받고 그 공간에 맞는 시나리오를 쓸 걸. 좌충우돌이다. 

다시 장소섭외에 나섰다. 일이 꼬이는 것만 같았다. 마음은 초조해져갔다. 하지만 무조건  파이팅을 외쳐야만 하는 상황이다. 다시 전방위로 장소 섭외에 나섰다. 가만히 앉아 있다고 '감'이 떨어지는 게 아니다.

나무를 흔들어 댔다. 이제 어쩔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무조건 도와 달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흔들어대니 장소 제공의 '감'이 툭 떨어졌다. 오 지저스. 샘 컴퍼니(SEM Company)가 흔쾌히 와서 영화를 찍으라고 허락을 해주었다. 샘 컴퍼니는 황정민·강하늘·박정민·안남희·정재헌·이원석·최우리 등이 소속된  회사다. "샘 컴퍼니 김미혜 대표님, 황정민 배우님, 김창섭 본부장님 감사합니다.!"

이제 촬영 스태프 꾸리기다. 믿고 있었던 제작사 대표님의 스태프 구성의 서포트도 날아갔다. 다른 피디님을 소개시켜준다고 하지만 믿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직접 뛰고, 직접 섭외를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촬영감독님이다. 너무 너무 중요한 촬영감독님. 어디 계신건가요?

P.S. 다음 편에는 가장 어려운 숙제인 제작비에 대한 좌충우돌기다. 거액 투자자 한 분과 소액 투자자 세 분이 우선 나타났다.

단편영화만들기 보슬아치 취재원 샘컴퍼니 황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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