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레이시(Steve Lacy)의 정규 2집 'Gemini Rights'

스티브 레이시(Steve Lacy)의 정규 2집 'Gemini Rights' ⓒ 소니 뮤직

 
지금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노래는 무엇일까? 아마 많은 팝팬들이 스티브 레이시(Steve Lacy)의 'Bad Habit'을 꼽을 것이다. 몽환적인 기타 사운드, 스티브 레이시의 매력적인 보컬, 그리고 변칙적인 편곡까지, 쉽게 잊히지 않는다. 스티브 레이시가 6월에 발표한 'Bad Habit'은 현재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2주 연속 1위에 올라 있다. 빌보드 핫 100 차트 14주 1위에 오르며 올해를 평정한 해리 스타일스의 'As It Was'를 2위로 끌어내리는 기염을 토했다. 이와 더불어 올해 가장 오랫동안 스포티파이에서 1위를 차지한 노래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Bad Habit'이라는 곡으로 스티브 레이시를 처음 알게 된 이들도 많을 것이다. 1998년생인 스티브 레이시는 이미 음악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실력자로 소문난 존재다. 그는 '뮤지션들의 뮤지션'이다. 최근에는 칸예 웨스트가 그를 두고 '지금 지구에서 가장 큰 영감을 주는 사람 중 하나'라고 격찬했고, BTS의 RM과 타일러 더 크리에터도 지지를 보냈다. 2015년, 열일곱의 나이에 소울 밴드 디 인터넷(The Internet)의 기타리스트로 합류한 그는, 이미 10대의 나이로 그래미 어워드 후보에 올랐다.  2016년과 2018년, 디 인터넷의 멤버로서 두 차례 내한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방구석 기타리스트, 세계로 나가다

스티브 레이시는 'DIY(DO IT YOURSELF)' 정신을 구현한 뮤지션이다. 2017년 자신의 첫 솔로 EP를 발표했는데, 이 앨범은 전곡이 아이폰으로 만들어졌다. 그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음악을 만들어 나가는 아마추어리즘에 매력을 느꼈다.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와 솔란지(Solange), 뱀파이어 위켄드(Vampire Weekend), 맥 밀러(Mac Miller) 등 쟁쟁한 뮤지션들 역시 앞다투어 스티브 레이시를 찾았다. 그들과의 작업 과정에도 애플의 개러지밴드 앱을 활용했다. 개러지밴드에는 기타와 키보드, 드럼 머신, 드럼 등의 기능이 모두 탑재되어 있다.
 

▲ Steve Lacy - Bad Habit (Official Video) ⓒ Steve Lacy

 
"I wish I knew you wanted me."
(너도 날 원했다는 걸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 'Bad Habit' 중


2집 'Gemini Rights'의 수록곡인 'Bad Habit'은 스티브 레이시 최고의 히트곡을 넘어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이전에는 차트에 진입한 적이 없다. 솔로 1집 'Apollo XXI'도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대중의 관심과는 거리가 있었다. 스티 레이시가 소속된 밴드인 디 인터넷도 마찬가지였다.

'Bad Habit'은 틱톡와 유튜브 등의 플랫폼을 타고 전 세계로 퍼졌다. 발매 후 7월에 빌보드 핫 100 차트에 100위로 진입한 이 곡은 꾸준한 상승 끝에 정상을 차지했다. 캐치한 멜로디와 로파이 사운드, 그리고 멜랑꼴리한 가사가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역주행이기도 했다. 하지만 히트곡 'Bad Habit'만으로 이 앨범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 이 앨범에서 스티브 레이시는 보사노바와 펑크, 소울, 재즈, 인디 록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면서 이별의 후유증을 표현한다. Z세대의 뮤지션답게, 자신이 태어난 시대와 상관없이 모든 시대의 음악을 흡수한다.

스티브 레이시는 'Gemini Rights' 앨범을 두고 '빌어먹을 이별 앨범'이라 소개했다. 전작이 그랬듯, 이 앨범은 스티브 레이시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완성된 개인적인 앨범이다. 실제로 쌍둥이 자리(5월 23일생)인 그는 쌍둥이 자리의 속성이라 알려진 '변덕스러움', '이중성'을 사랑의 역사와 연결짓는다. 그는 '자신에게 기대지 말라(Cody Freestyle)'고 말하다가도, '너를 다시 좋아하게 될 것 같다(Sunshine)'며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한다. 불완전한 모습 역시 사랑의 일부인 것일까. 날것의 내면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모습, 그리고 다양한 장르를 결합해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든다는 점에서는 2010년대의 아이콘인 프랭크 오션(Frank Ocean)이 떠오르기도 한다.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를 차지한 이후, 스티브 레이시는 자신의 SNS를 통해 '아이폰 소년이 슈퍼스타로'라는 소감을 남겼다. 그의 말대로, 방구석에서 아이폰으로 노래를 만들던 소년은 이제 세계적인 팝 스타가 되었다. 스티브 레이시는 최근 빌보드와의 인터뷰에서 "영원히 간직될 음악의 요소는 작곡과 드럼 선택, 멜로디, 가사다"라고 말했다. 'Gemini Rights'는 대중음악의 오래된 가치를 20대 청년이 구현해낸 작품이다. 진득하고 그루비한 흑인 음악이 그리웠던 사람들에게 스티브 레이시는 의심 없는 선택지일 것이다. Z세대의 새로운 음악 아이콘이 탄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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