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재패니즈 브렉퍼스트(Japanese Breakfast)
이현파
금요일에는 6년 만에 펜타포트 무대에 선 넬이 락 페스티벌에 어울리는 강렬한 선곡과 함께 좌중을 압도했다. '기억을 걷는 시간' 정도를 제외하면 넬 표 발라드는 선곡표에서 대거 빠졌다. 오히려 'Cliff Parade', 'Dream Catcher', 'Ocean Of Light' 등 웅장한 음압의 스타디움 록을 정면에 내세웠다. 토요일의 헤드라이너인 미국 밴드 뱀파이어 위켄드(Vampire Weekend)는 특유의 다채로운 음악 세계를 탄탄한 연주력으로 구현했다. 이들이 왜 2007년 데뷔 이후 미국 인디의 기린아로 자리매김했는지를 입증했다. 1984년생인 리더 에즈라 코에닉은 여전히 '아이비 리그 밴드'로 불리던 청춘의 얼굴을 간직하고 있었다.
마지막 날의 헤드라이너는 올해 데뷔 25주년을 맞은 밴드 자우림이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 '미안해 널 미워해', '팬이야', '샤이닝', '일탈'부터 최신곡 'Stay With Me' 등에 이르기까지, 여러 명곡이 관객을 위로하고 응원했다. 프론트우먼 김윤아의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 지난해 발표한 '영원한 사랑'에 몰입한 채 실성한 웃음을 지을 땐, 사방에서 관객들의 경탄이 들려왔다.
한국계 미국인 여성인 미셸 자우너의 밴드인 '재패니즈 브렉퍼스트(Japanese Breakfast)'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베스트셀러 < H 마트에서 울다 >의 작가이기도 한 그는, 어머니의 나라에서 첫 페스티벌 공연을 펼쳤다.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게 바치는 노래 'The Body Is A Blade'를 부를 때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공연 말미에는 새소년의 황소윤이 'Be Sweet'의 한국어 버전을 함께 부르기 위해 무대 위에 깜짝 등장하기도 했다.
스코틀랜드의 포스트 록 밴드 모과이(MOGWAI), 미국의 블랙게이즈(블랙메탈과 슈게이징 음악의 합성어) 밴드 데프헤븐(Deafheaven)의 강력한 노이즈 사운드는 마니아들에게 전율을 선사했다. 데프헤븐의 공연 말미에 잠시 폭우가 내리기도 했지만, 보컬 조지 클라크는 오히려 'Enjoy The Rain(비를 즐겨라)'라며 호기롭게 말했다.
올해 펜타포트는 국내 밴드의 세대교체를 보여줬다. 새소년과 잔나비, 아도이 등은 메인 스테이지를 장악하는 밴드를 대표했다. 백예린의 밴드 '발룬티어스' 역시 첫 대면 락 페스티벌 공연에서 록스타로 우뚝 섰다. 해서웨이처럼 팬데믹 시대에 데뷔한 밴드 역시 첫 페스티벌 공연을 펼쳤다. 한편, 한동안 대중의 시야에서 멀어져 있었던 체리필터는 '낭만 고양이'와 '오리날다' 등의 명곡을 소환하며 추억의 힘을 증명했다. '낭만 고양이'가 발매되었을 때 태어나지 않았을 팬들도 열광했다.
'나락도 락이다!'... 우리는 왜 락페에 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