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면에서 상상을 초월한 10월이었다. 연일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일이 신문과 방송을 통해 보도됐고 관객이 된 국민은 그 참담한 수준에 아연실색하고 망연자실했다. 영화로 치면 졸작도 그런 졸작이 없었다. 그러니 망작이 돼야 마땅한데 사건은 10월을 넘어 11월까지 전 국민이 보는 스크린에 걸려 있을 태세다.
하긴 어디 좋은 영화가 살아남는 세상이던가. 좋은 영화가 스크린을 찾지 못하고 그저 그런 영화가 기록적인 흥행을 하는 걸 우리는 너무도 많이 봐온 것이다. 결코 개봉할 수 없는 수준이라 생각한 졸렬한 시나리오가 영화로 만들어져 연일 상영되는 오늘이다. 11월엔 과연 희망적인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까?
10월은 적어도 한국에선 영화의 달이었다. 전 세계에 자랑할 만한 한국 최고의 영화축제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달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그 어느 때보다 작고 초라했다. 어느덧 21살, 사람으로 치면 어엿한 성인이 되었지만 동남권을 휩쓴 태풍 차바보다 더욱 매섭고 끈질긴 부산시의 외압엔 의연할 수 없었다. 올해 부산영화제를 찾은 관람객은 15만5149명으로 지난해 22만7377명보다 27.4%가 줄어들었다. 문화가 부흥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창작과 수용, 표현과 공유의 자유라는 걸 우리는 또 한 번 아프게 깨우쳤다.
그래도 10월 극장가엔 작은 희망 하나를 찾을 수 있었다. 만년 조연 유해진의 주연작 <럭키>가 570만 관객을 모은 것이다. 조연배우 가운데선 독보적인 톱스타지만 그에게도 첫 도전은 적지 않은 부담이었을 테다. 가끔은 누군가의 성취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뜨끈해진다. 내겐 <럭키>가 거둔 성공이 꼭 그랬다.
이번 미틈달엔 어떤 영화가 희망을 싹틔울까. 동토에서도 가끔은 새싹이 핀다던데 이번 달엔 그런 영화를 꼭 만나고 싶다. 아래 미틈달 기대작 10편을 소개한다.
[하나] <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