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을 기억하는 또 다른 무현, 고 백무현 화백.
<무현, 두 도시 이야기> 배급위원회
영화는 2000년 제16대 국회의원 총선거 부산 북·강서을 선거구에 출마한 노무현 당시 후보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당선이 유력했던 종로 지역구를 내주고 모두가 사지(死地)라 했던 부산으로 내려가 낙선한 바로 그 선거다. 상대는 한나라당 허태열 후보로 박근혜 정권 초기 비서실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당시 선거 과정에서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발언을 수차례 쏟아내 논란을 빚었다.
16년 전 선거 유세과정에서도 노무현은 노무현이었다. 우리가 아는 바로 그 노무현이었다는 뜻이다. 그는 원칙을 갖고 타협하지 않으며 최선을 다했다. '바보 노무현'이란 생전 그가 가장 좋아했다는 별명과 노사모로 대표되는 강력한 팬덤을 이때 얻었다. 한국 정치 역사상 최고의 웅변가로 꼽히는 그의 유명한 연설 가운데 여럿도 이때 나왔다.
노무현이 종로 대신 부산을 택한 건 지역감정이 정치, 나아가 한국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역 구도를 깨뜨리지 않고 한국사회에 발전을 가져오기 어렵다고 생각한 노무현은 자신의 정치적 이해와 반해 부산을 택했다. 금배지에 목숨을 거는 정치인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선택을 노무현은 결행했고 기꺼이 그 결과를 감내했다.
새정치라는 구호를 들고 정치판에 등장한 안철수가 연일 야당을 향해 날을 세우다 국민의당을 창당, 전라도의 맹주가 된 것과 대비된다. 과연 무엇이 구태정치이고, 무엇이 새 정치인가. 어쩌면 새정치는 아주 오래전부터 국민 곁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 여수 을 선거구에 출마한 백무현은 안철수의 국민의당에 맞서 노무현의 뜻을 펼쳤다. 지역을 넘어 정책을, 감정을 넘어 미래를 말했다. 하지만 2000년의 노무현과 마찬가지로 역부족이었다.
"민주주의에서 국민들은 그들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