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건 없다. 오늘 누리는 모든 편의는 지난시대의 수고로움에 빚진 것이다. 감사할 줄 모르는 세대는 지난 이들의 수고를 당연하다 여기기 십상이지만, 그 모두가 없었던 시절을 경험하지 못한 자의 어리석음일 뿐이다. 오로지 당연한 게 없음을 아는 현명한 이만이 지난 세대의 수고에 감사할 줄 안다.
올해 열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는 하늘 아래 당연한 건 없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토록 했다. 지난 시대 공헌한 이들을 기리고 그 수고로움을 확인하는 섹션을 마련해 관객 앞에 소개한 것이다. 그 하나가 중견 감독의 신작을 소개하는 '지석', 아시아 영화가 한 단계 성장하는 데 기여한 고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의 정신을 기리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오늘의 부산영화제를 있도록 한 일등공신 김동호 전 집행위원장을 다룬 다큐의 특별상영이다.
김동호의 이야기를 만난 건 우연한 일이었다. 영화제 기간 중 상영을 놓친 작품을 보기 위해 찾은 미디어 라이브러리에서 본래 보려 했던 작품을 만날 수 없었던 탓이었다. 기대한 작품이 올라와 있지 않았던 때문에 대신 무엇을 볼까 찾던 중 이 영화가 눈에 들어왔다. <영화 청년, 동호>, 다큐멘터리란 점에서도, 지난 시대 사람을 다루었다는 점에서도 좀처럼 손이 가지 않는 영화였다. 그러나 이렇게 거듭 눈에 밟힌다면 봐야할 일이다. 그렇게 나는 이 영화와 마주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