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제마다 기대작이 있다. 영화제 일정을 손꼽아 기다리는 수많은 씨네필들이 초청영화 목록을 기다리는 이유다. 수입배급사를 통해 한국에 들어오는 영화는 한 해 개봉작의 지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한국 개봉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 또 영화제는 적잖은 영화를 극장개봉보다 한 발짝 먼저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남보다 먼저,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니, 어찌 반기지 않겠는가.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여러 기대작이 있었다. 어떤 작품은 예매가 열리고 단 몇 초가 지나지 않아 예매창이 닫히기도 했다. 각별히 인기가 높은 몇몇 작품이 이번 영화제 최대작으로 추려졌는데, 그 목록 안에는 션 베이커의 <아노라>도 있었다.
<아노라>가 기대작 목록에 오른 건 자연스러우면서도 이색적인 일이다. 자연스러운 건 이 영화가 올해 칸영화제 최고의 영예인 황금종려상의 주인공이자 <탠저린>, <플로리다 프로젝트>에 이어 <아노라>까지 연달아 성공시키며 세계적 작가 반열에 오른 션 베이커의 신작이기도 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