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은 섬세하고 민감해야 하는 일이다. 입양인의 평생을 완전히 뒤바꿀 가정을 새로 만들어 주는 것이니 말이다.
불행히도 한국사회에선 입양의 문턱이 매우 높다. 제 핏줄이 아닌 아이를 제 자식처처럼 기르는 일이 부담스럽고 버거운 탓이겠다. 혈연을 중시하는 전통적 기준에 더해 아이 하나 기르는 데 수억 원이 우습게 들어가는 경쟁적 교육이 부담을 더 심화하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고아 등 입양이 필요한 아이는 꾸준히 발생하는데, 입양처를 찾기가 어려워서 시작한 일일 수 있겠다. 해외입양이 세계에서 손꼽을 만큼 늘어나게 된 이유 말이다. 국가는 사회의 부담이 되는 가정이란 울타리 바깥의 아이를 그대로 남겨두려 하지 않았다. 필요하다면 국가 바깥으로 보내도 좋겠다고 여겼을 테다. 말 많고 탈 많은 현행 해외입양 체계가 자리잡기까지 정부의 역할이란 책임의 방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해외입양을 담당하는 건 국가나 공적 기관이 아닌 민간단체다. 정부와 수상한 관련성이 있는 이들 기관이 해외입양을 전담해 중개했다. 그 과정에서 막대한 수수료는 덤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일이다. 아이 하나의 입양을 성사시키면 직원 한 명의 한 해 몸값이 나오는 일이 지속됐다. 담당자는 물건을 판매하듯 서둘러 아이 입양을 원하는 해외 부모에게 맺어줬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가정, 사회, 문화에 적응해야 할 아이의 입장은 고려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