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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목표를 단주로 삼은 이들이여, 설날에 재도전 할지어다!
▲ 호미곶 일출 새해 목표를 단주로 삼은 이들이여, 설날에 재도전 할지어다!
ⓒ 이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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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마무리를 축하하며, 축배를 들겠습니다. 앞에 있는 잔을 가득 채워주시기 바랍니다."

내 앞에 놓인 냉면 그릇만한 사발에 소주와 맥주가 쉴 새 없이 부어지고 있다. '무슨 출판 기념회도 아니고, 연재 마무리에 축배람?' 이런 의심이 들기도 했지만, 청중들의 기대어린 시선을 외면할 수 없다. 사발 가득 따라진 술잔에 입을 대고 한 모금 한 모금 목젖을 열기 시작한다. 그런데, 마셔도 마셔도 술이 줄지 않는다. 얼른 마시고 머리 위로 털어야 하는데... 도무지 바닥을 보이지 않는다.... 이런.

개꿈도 이런 개꿈이 없다. 하필 마지막 기사 쓰기 며칠 전 꾼 꿈이라니. 연재란 나름의 스트레스인가 보다. 드디어 연재의 마지막이다. 당초 10회를 구상하였으나, 필자의 글쓰기 함량 미달로 내용이 늘어져 12회가 되었다. 오늘의 내용은 단주를 꿈꾸는 분들께 드리는 단주 입문 노하우.

본 내용에 앞서, 무모하게 단주에 도전하지 말라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다. 도전 자체는 좋으나, 실패의 후유증은 재도전의 장벽을 높이기 마련이니까. 직업상 또는 환경적 요인 때문에 도저히 술을 끊을 수 없는 분들은 절주나 술을 피하는 방법을 강구하면 되지 억지로 술을 끊을 필요는 없다.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거다. 술로 생계를 유지하는 분들까지 말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런 상황이 아닌 분들 중에, 단주를 해야 하는 뚜렷한 이유가 있는 분들이나 술로 인해 본인이나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분들만 귀담아 들으시라. 또한 20~30대의 젊은 층에게도 단주보다는 음주 습관을 잘 들이기를 바란다. 필자의 경험을 비추어 볼 때, 사회 생활하는 데 술이라는 것이 일정 부분 도움이 된다는 것을 부인 할수는 없다. 문제는 알코올중독과 관련된 어떠한 징후가 보이느냐다. 폭력성이 드러난다거나, 필름 끊김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거나 등등.

본인의 음주 스타일을 빨리 파악하고, 알코올 중독의 위험군이라면 여러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단주를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일정량이나 시간을 정해 놓고 마신다거나, 횟수를 제한하는 식의 음주 조절을 권한다. 또한 술과 비슷한 혹은 그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취미 생활을 만들어서 스트레스나 여가 시간에 삶의 무게 중심이 술로 기울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술을 대체 할 수 있는 관심거리가 있다면 단주를 행하기도 훨씬 수월해진다.

'나는 중독이 아니다'... 절대 과대평가하지 말것

단주의 의지가 있다면 일단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하라. 술을 끊겠다면 자신이 사는 지역 혹은 근처 도시의 알코올상담센터의 문을 두드려라!
▲ 알코올상담센터 단주의 의지가 있다면 일단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하라. 술을 끊겠다면 자신이 사는 지역 혹은 근처 도시의 알코올상담센터의 문을 두드려라!
ⓒ 이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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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본격적으로 단주를 결심한 분들에게 몇 마디를 전한다. 그 첫번째는, 절대 자신을 과대평가하지 말 것. 나는 중독이 아니다, 혹은 아닐지 모른다 라는 생각은 애초부터 버려라. 당신이 단주를 행해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존재하다면 당신은 확률 상 알코올 중독자일 가능성이 100%에 가깝다. 알코올 중독 자가 진단은 인터넷 등을 이용해 누구든 쉽게 접할 수 있다. 만일 자가 진단 결과가 알코올 중독으로 나타난다면, 나는 알코올 중독자가 맞다는 확신을 가져라. 그것이 단주의 지름길이다(한국의 자가 진단은 외국의 그것과 비교해 덜 엄격하다).

세상의 모든 질병은 조기 발견과 정확한 진단에 따라 예후가 달라지게 마련이다. 스스로가 알코올 중독임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조기 발견을 불가능하게 할 뿐더러, 진단 자체를 흐리게 만든다. 본인이 끝까지 안 아프다는데, 어떤 의사가 청진기를 들이밀 수 있으랴.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몸에 이상이 생기면 바로 병원을 찾지만, 알코올 중독자들은 대부분 물리력에 의한 강제가 아니면 병원에 가지 않는다. 다행히도 스스로가 알코올 중독자임을 느꼈다면, 주변의 시선 따위 개나 줘버리고 기꺼이 받아들여라. 본인 스스로 알코올 중독임을 인정한다면, 단주의 절반은 성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둘째, 내가 알코올 중독자임을 깨달았다면, 반드시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라. 인근 지역의 알코올 상담센터나 알코올 전문 병원에 가서 진단과 상담을 받아야 한다. 이 부분에서는 진정한 용기와 실천력이 필요하다. 알코올 중독은 이미 뇌 손상이 진행 중인 신체적 질병이므로, 의지만 가지고 해결할 수 없다. 주변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고, 그 첫 걸음은 바로 저를 도와주십시오, 라고 용기 내어 소리치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조언과 도움이 시작되면, 본인의 음주 형태와 음주 후 보이는 행동 양상 등의 분석을 통해 확실히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다. 그렇게 자신에게서 한발 빠져나와 자신을 바라보게 되면, 그 자리에 음주로 인해 망가진 정신 세계와 육체를 지닌 낯선 이방인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셋째, 주변의 끈질긴 유혹을 이겨내야 한다. 술 자체만으로도 견디기 힘든 유혹이지만, 평소 술자리를 함께 하던 지인들의 집요한 공세는 뿌리치기 어렵다. 술자리는 어떻게든 피하는 게 상책이고, 어쩔 수 없는 자리라면 인연을 끊을 각오로 방어선을 사수해야 한다.

알코올 중독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방법은 없어

단주 1개월 후, 그리고 매 1년마다 단주상을 수여함으로써 상담자들의 단주의지를 고취시킨다.
▲ 단주상 단주 1개월 후, 그리고 매 1년마다 단주상을 수여함으로써 상담자들의 단주의지를 고취시킨다.
ⓒ 이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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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이 넘은 지금도 호시탐탐 치고 들어오는 이들이 있다. 지극히 사소한 일에도 의미를 부여하는 '그렇다면 한잔해야지'의 은근 설득형 부류. '평생 끊을 있을것 같아? 얼마나 오래 살려고 그래'의 협박형 부류. 그리고 '당신이 술을 안 마시니까 분위기도 안 살고, 그냥 모이지 말자'의 죄의식 유발형 부류에 이르기까지 상상을 초월하는 권주가들이 많다는 사실을 늘 명심하고, 항상 조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단주 모임의 참가를 적극 추천한다. 사실, 처음 단주 모임에 나가면 조금은 이질적인 분위기에 움츠러 들기도 한다. 미국에 사는 독자 중 한 분도 단주모임에 한 번 나갔다가 어색한 분위기 때문에 다시 나가기를 망설이고 있다는 메일을 보내오기도 했다. 모임의 기류를 파악할 때까지, 그리고 본인의 단주 의지를 시험해 볼 겸, 적어도 다섯번 이상은 모임에 지속적으로 나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지난 3개월여의 단주 기간 동안 단주의 의지를 유지시키는 데 일등공신은 단연 단주모임이었다. 나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서, 소위 인생의 밑바닥까지 가본 분들의 경험담과 회복 과정을 듣고 있자면 절로 단주에 대한 의지가 넘쳐난다.

이상으로 단주 입문자들을 위한, 겨우 반 보 앞서간 사람의 부족한 몇 마디 조언을 마친다. 그와 동시에 연재도 마친다. 나의 알코올 중독 탈출은 현재 진행중이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진행될 것이다. 알코올 중독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방법은 없다. 운전대를 꽉 잡고 차선을 유지하지 않으면 언제 벼랑길로 굴러떨어질지 모르는 고약한 외길인 것이다.

"알코올 중독의 치료방법은 우선적으로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다(미국의학협회)"라는 짧은 글로 연재를 마무리한다.

덧붙이는 글 | 부족한 글 읽어주신 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고개숙여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재미있고 여운이 남는 글 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태그:#단주 입문, #알코올중독, #단주모임, #A.A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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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위주로 어줍지 않은 솜씨지만 몇자 적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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