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째 등판 LG의 대체 외국인 선수 릭 바우어가 6월 2일 잠실 한화전에 선발 등판해 전력 투구를 하고 있다. 바우어는 3⅓이닝 6안타 2볼넷 5실점의 불안한 투구로 4회초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 3번째 등판 LG의 대체 외국인 선수 릭 바우어가 6월 2일 잠실 한화전에 선발 등판해 전력 투구를 하고 있다. 바우어는 3⅓이닝 6안타 2볼넷 5실점의 불안한 투구로 4회초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 LG 트윈스


LG 트윈스가 6연패에 빠졌다. LG는 6월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에서 0-4로 졌다. 한화 에이스 류현진은 9이닝 동안 119개의 공을 던져 5안타 3볼넷 무실점으로 막고 시즌 7승째를 완봉승으로 장식했다.

LG 선발 투수 봉중근은 6이닝 6안타 1볼넷 9탈삼진 2실점의 호투에도 불구하고 타선의 지원이 없어 시즌 7패째를 당했다. 이날 봉중근은 LG가 6연패하는 동안 유일하게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했다.

앞선 두 경기에서 30안타를 몰아친 LG 타선은 류현진 앞에서는 무기력했다. 이틀 연속 한화에게 10-11로 패했던 LG는 점수를 비교적 적게 준 4일 경기에서도 져 투타 엇박자로 인한 고민이 커졌다.

페타지니와 바우어

6월 4일 현재 LG는 투타 불균형이 심각하다. 팀 평균자책점은 5.46으로 5.87의 히어로즈에 이어 두 번째로 나쁘지만 팀 타율은 2할9푼으로 가장 높다. 가장 많은 538개의 안타를 때리고 가장 많은 550개의 안타를 내준 점도 눈길을 끈다.

올 시범경기 때 박노준 <SBS> 해설위원은 "지난해 하위권에 머물렀던 LG와 KIA 타이거즈의 약진을 기대한다. LG는 마운드 보강이 되지 않은 게 걸림돌"이라고 내다봤다. 박 위원의 예상처럼 시즌 전부터 전문가들에 의해 지적되던 부실한 LG 마운드는 포스트시즌 진출에 걸림돌로 꼽히고 있다.

크리스 옥스프링의 오른쪽 팔꿈치 부상이 LG에 큰 타격을 줬다. 팔꿈치에 뼛조각이 돌아다니던 옥스프링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호주 대표팀에 합류하느라 보강 운동이 부족했다. 개막전부터 1군에 들지 못한 옥스프링은 5월 12일 결국 웨이버 공시돼 전력에서 이탈했다. 옥스프링은 조만간 수술대에 오른다.

옥스프링과 박명환이 복귀하는 5월까지 일단 버티고 보자던 김재박 LG 감독의 계획도 완전히 틀어졌다. 박명환은 5월 중순 정상적으로 복귀했지만 옥스프링의 공백을 대신할 선수는 없었다. LG는 팀내 최다승인 5승을 거둔 심수창의 선전으로 4선발까지는 걱정을 놓을 수 있었다. 그러나 옥스프링이 떠나면서 강점이 될 수도 있었던 선발진은 약점으로 변했다. 김감독은 6월 4일부터 대체 외국인 선수인 오른손 투수 릭 바우어(32)를 구원진으로 돌렸지만 선발진을 보강할 뚜렷한 방법이 있는 건 아니다.

LG는 2군에서도 당장 끌어올릴 만한 선발 투수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김영직 LG 2군 감독은 "신인 투수 한희와 강지광을 눈여겨보고 있다. 한희는 안정감이 돋보이고 강지광은 구속이 시속 149km까지 나와 발전 가능성이 엿보인다. 하지만 아직은 2군에서 더 경험을 쌓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한 타선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 지난해 프리에이전트로 영입한 내야수 정성훈, 외야수 이진영이 각각 3할7리, 3할3푼1리의 높은 타율을 기록하며 득점력을 높였다. 4번 타자 로베르토 페타지니도 4할9리의 타율로 타격 1위, 49타점으로 타점 1위에 오르며 확실한 중심타자로 거듭났다.

페타지니의 빛나는 활약과 바우어의 부진은 LG 투타 엇박자의 단면이다. 바우어는 3번의 선발 등판에서 9⅔이닝 동안 17안타 7볼넷을 내줘 2패 평균자책점 14.90으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고 있다.

안녕, 옥스프링

지난 겨울 LG 운영팀은 외국인 선수 옥스프링과 페타지니의 재계약을 놓고 깊은 고민을 하지 않았다. 당연히 재계약하는 걸로 여겼기 때문이다. 지난해 옥스프링은 봉중근과 함께 28번 선발 등판했고 1번의 구원 등판을 포함해 174이닝 동안 182안타 77볼넷 110탈삼진 10승10패 평균자책점 3.93의 성적을 냈다. 시즌 중반에 영입한 페타지니는 68경기 출전 7홈런 35타점 40볼넷 타율 3할4푼7리를 기록했다.

옥스프링이 3점대 평균자책점과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했고 페타지니가 3할 타율을 유지했지만 재계약을 낙관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LG는 일찌감치 그만한 선수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새로운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때 실패의 위험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내 프로야구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선수 수급이 전보다 훨씬 어려워졌다는 게 각 구단 운영팀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선수는 많다. 하지만 어느 정도 기량이 되는 선수들은 손에 꼽힌다. 종종 터무니없는 몸값을 요구하는 선수들도 있어 계약이 성사되기 어렵다"고 귀띔했다.

옥스프링 가족 투수 크리스 옥스프링은 5월 12일 퇴출이 결정된 뒤에도 가족들과 잠실구장을 찾아 LG 경기를 지켜봤다. 조만간 오른쪽 팔꿈치 수술을 하게 될 옥스프링은 1년간 재활 훈련을 할 예정으로 회복되면 LG와 다시 계약할 가능성이 높다.

▲ 옥스프링 가족 투수 크리스 옥스프링은 5월 12일 퇴출이 결정된 뒤에도 가족들과 잠실구장을 찾아 LG 경기를 지켜봤다. 조만간 오른쪽 팔꿈치 수술을 하게 될 옥스프링은 1년간 재활 훈련을 할 예정으로 회복되면 LG와 다시 계약할 가능성이 높다. ⓒ LG 트윈스


옥스프링은 2월 하와이 전지훈련에서 페이스를 올리기 시작했다. WBC 호주 대표팀 합류를 위한 준비 단계였다. 그래서 옥스프링의 올 시즌이 더욱 기대됐다. 염경엽 LG 운영팀장은 "전지 훈련에서 옥스프링의 공이 상당히 좋았다. 컨디션 유지를 잘하고 있어 부상 걱정은 아예 하지 않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부상 징후가 없었고 컨디션이 너무 좋았던 게 탈이었을까. 대표적인 '슬로 스타터'인 옥스프링에게 오버 페이스는 독이 됐다. 옥스프링은 시즌 시작을 앞두고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불펜 투구를 마치면 팔꿈치가 아팠다. 구위는 훌륭했고 별다른 무리를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통증이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LG는 4월 16일 옥스프링을 재활군으로 내려보냈다. 옥스프링은 퇴출 전까지 끝내 1군에 오르지 못했다.

바우어 영입 작전

개막과 동시에 옥스프링이 1군 명단에 들지 못하자 LG 운영팀도 옥스프링 부상의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LG 운영팀 염경엽 팀장과 나도현 과장은 4월 20일 미국으로 떠나 대체 외국인 선수를 찾기 시작했다. 옥스프링이 올 시즌 뛰지 못할 걸 대비하는 사전 답사였다.

시즌 중 영입할 만한 외국인 선수는 대부분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묶여 있다. 주로 트리플A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대상이 되는데 이 선수들은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고 있어 계약이 쉽지 않다. 뛸 의사가 있더라도 고액의 이적료가 발생하고 예산이 정해져 있어 선수 몸값을 조율하는 일도 만만치가 않다.

염 팀장도 미국에서 선수가 없어 고민을 했다. 10여 명으로 후보를 압축했지만 모두 옥스프링보다 낫다고 할 수 있는 선수가 아니었다. 옥스프링의 웨이버 공시 때도 걱정이 앞섰다. LG는 5월 13일 옥스프링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독립리그에서 뛰던 바우어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염팀장은 그나마 장점이 많았던 투수여서 데려왔다고 했다.

"직구 평균 구속이 시속 140km대 중반이고 최고 구속은 시속 148km까지 나온다. 구위는 그만하면 괜찮은 수준이다. 슬라이더도 미국에서 측정했을 때 시속 138km까지 나왔다. 한국에서 와서 시속 140km까지 찍은 걸로 안다. 성격도 무난하고 성공하겠다는 욕심도 있다."

염 팀장은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보고 있다. 그는 "뚜껑은 열어봐야 알겠지만 적응에 실패해 다른 선수를 데려온다고 해도 바우어보다 기량이 떨어질 걸 감수해야 한다. 올해 유독 선수가 없고 특히 투수는 더욱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화가 수비에 문제가 있는 빅터 디아즈의 대체 외국인 선수 찾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염 팀장의 주장에 설득력을 더한다. 한화는 5월 16일 운영팀 이인영 대리와 임주택 대리를 미국으로 보내 투수를 찾고 있지만 선수가 없다는 말만 돌아오고 있다. 기량이 떨어지는 선수가 대부분이라는 뜻이다.

5월 21일 정식으로 1군에 등록된 바우어는 세 차례 선발 등판에서 각각 1⅓이닝 7실점, 5이닝 4실점, 3⅓이닝 5실점의 투구로 코칭스태프를 실망시켰다. 그래도 아직 희망을 접은 건 아니다. 바우어의 투구를 지켜본 김재박 감독은 "공은 좋다. 제구력도 아주 나쁜 것 같지는 않다. 투구 동작이 느리지만 조금 더 기다려보면서 적응할 시간을 주겠다"고 말했다.

5월 17일 사직구장에서 경기 전 제리 로이스터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바우어의 입국 소식을 듣고 말을 꺼냈다. 국내 프로야구를 1년 먼저 경험한 외국인 선배로서 한 이야기였다.

"좋은 공을 가진 투수라고 들었다. 성공 여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모든 게 자기가 하기에 달렸다. 한국에서 즐겁게 야구를 할 수 있어야 하고 의지가 강해야 성공한다."

옥스프링과 바우어의 적응을 도운 LG 김정덕 통역은 "과거 시골에서 생활했던 옥스프링이 소박하다면 바우어는 도시 생활에 익숙한 것 같다. 두 선수 모두 성격은 무난하다. 요즘 바우어가 조금씩 장난도 치고 동료들과 어울리기 위해 노력하는 게 보인다"고 말했다.

외국인 선수가 동료들에게 접근하는 건 적응을 위한 첫 단계다. 야구는 팀워크가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스포츠다. 당분간 구원 투수로 뛰게 될 바우어가 얼마나 잘 국내 리그에 적응하느냐에 따라 LG의 성적도 적잖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바우어는 5월 15일 입국 소감으로 "LG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바우어 LG 투수 프로야구 외국인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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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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