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준의 미소 롯데 외야수 박정준은 최근 5경기에서 1홈런 4타점을 올리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프로 데뷔 이후 가장 좋은 출발이다.

▲ 박정준의 미소 롯데 외야수 박정준은 최근 5경기에서 1홈런 4타점을 올리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프로 데뷔 이후 가장 좋은 출발이다. ⓒ 이호영


최근 롯데 자이언츠의 중심 타선에는 낯선 선수가 한 명 있다. 프로 7년째를 맞는 좌투좌타의 외야수 박정준(25)이다. 제리 로이스터 롯데 감독은 4월 30일 박정준을 1군에 올리고 왼쪽 허벅지 통증이 있는 내야수 홍성흔(32)을 2군으로 내렸다.

새롭게 1군에서 뛰게 된 박정준은 5월 15일 현재 11경기에 출전해 25타수 8안타 3할2푼의 높은 타율을 기록하며 롯데 코칭스태프의 기대에 보답하고 있다. 박정준은 5월 14일과 15일 한화 이글스와의 사직 홈경기에서 3번 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로이스터 감독은 "박정준, 이인구와 같은 선수들이 잘 치고 있어 팀을 꾸리기 쉬워졌다"고 말했다.

상승세의 박정준이지만 1군에 올라오기 전엔 부진했다. 올해 2군에서 시즌을 시작해 1군 승격 전까지 66타수 16안타 2할4푼2리의 낮은 타율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부진으로 힘들 때마다 박정준은 상무에서 보낸 지난 2년을 생각했다. 2군 북부리그에 속한 상무는 1군 경기를 하지 않는다.

조용한 성장

2006년 시즌이 시작하기 전 롯데 구단은 박정준에게 상무 입대를 권유했다. 젊은 나이에 빨리 군 문제를 해결하는 게 서로에게 좋지 않겠느냐는 판단에서였다. 처음엔 박정준도 솔깃했다. 상무에 아무 선수나 갈 수 없다는 걸 스스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정택 감독이 이끄는 상무 야구단은 프로 구단 출신 지원자들이 많아 입단 경쟁이 치열하다. 아무 때나 뽑는 것도 아니다. 정원은 35명 내외로 전역 예정자가 생겨야만 그 자리를 비집고 들어갈 수 있다. 그래서 각 구단은 군 입대를 앞둔 유망주들이 상무에 들어갈 수 있도록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다.

2005년 1군에서 91경기를 뛰며 2할5리의 낮은 타율을 기록했지만 백업 선수로 서서히 자리 잡고 있어 선택이 더욱 어려웠다. 박정준은 "상무 입단에 마음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딱 1시즌을 더 뛰어 보고 입대 여부를 결정하고 싶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박정준은 구단에 "올해 뛰어 보고 성적이 나쁘면 미련 없이 상무에 가겠다"고 말해 롯데는 1년을 더 기다렸다.

그러나 박정준과 롯데 모두 얻은 게 없었다. 2006년 박정준은 고작 34경기에 출전했고 타율도 1할9푼4리로 낙제점을 면키 어려웠다. 기량이 향상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나빠졌다. 무엇보다 2군에 있는 시간이 훨씬 많아졌다. 그해 박정준은 2군에서 48경기에 뛰면서 3홈런 20타점 2할7리의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결국 박정준은 팀 동료인 투수 이정민(30), 이정동(24)과 함께 2006년 11월 27일 상무에 입대했다. 상무에 들어간 박정준은 비장한 각오로 시즌을 준비했다.

"그때는 한 단계 더 나아져서 돌아가겠다는 생각뿐이었다."

2007년 상무에서 첫 출발은 괜찮았다. 시즌이 시작하자 박정준은 꾸준히 출전 기회를 잡았고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슬럼프가 예상 밖으로 오래가면서 경기에 나서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었다. 나중엔 백업 선수로 처지고 말았다.

전역을 하는 해인 2008년은 아예 주전이 아닌 백업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외야수는 히어로즈 출신의 유한준(28), 한화 이글스 출신의 정희상(27), 삼성 라이온즈 출신의 김종호(25)가 주로 기용됐다. 박정준은 특별히 몸이 아프지도 않았지만 대타나 대수비를 주로 했다.

"처음에는 프로 2군 경기를 치르는 상무에서도 주전으로 뛰지 못해 괴로웠다. 하지만 점점 익숙해졌다. 나를 강하게 만들 기회라고 생각하고 개인 훈련을 더욱 열심히 했다. 그동안 야구를 게을리 하진 않았지만 상무에서 있던 기간만큼 치열하게 훈련을 한 적은 없었다."

박정준은 경기가 있건 없건 배트를 휘둘렀다. 하루에 1000번 이상의 스윙을 한 적도 있었다. 손에 굳은살이 박이고 상처가 나기를 반복했다. 웨이트트레이닝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자신의 훈련량을 매일 점검하고 일기를 쓰며 스스로의 몸을 관리하는 건 과거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정식 명칭인 국군체육부대에서 알 수 있듯 운동선수 육성이 상무의 주된 임무여서 마음을 독하게 먹으면 이만큼 쾌적한 환경도 없다. 박정준은 "상무에는 (운동을 방해하는)유혹의 손길이나 사람이 없다. 운동 시설도 매우 잘 갖춰져 있어 훈련 성과가 크다"고 말했다.

새로운 출발

'거꾸로 매달아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는 말이 있다. 박정준의 국방부 시계도 2008년 11월 전역일을 알렸다.

꿈에도 그리던 전역을 했지만 그동안 남긴 성적표를 보면 마음이 무거웠다. 상무에서 2년간 2군 북부리그 86경기에 출전해 186타수 48안타 3홈런 14타점 2할5푼8리의 타율을 기록했다. 만족하기 어려운 성적이었다. 대신 박정준은 야구를 보는 시야를 넓혔다.

"그동안 세밀한 플레이에 약점이 있었다. 벤치에서 동료들의 경기를 보면서 여러 가지 상황에 따른 적절한 판단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비록 경기에 뛰지는 못했지만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게 내게는 오히려 야구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이강철 KIA 타이거즈 투수 코치는 "경기에 뛰지 않고 눈으로 보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느는 게 야구다. 베이징올림픽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의 중계방송을 보면서 한국 프로야구 선수들이 한 단계 성장했을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경기에 나서지 않고 기량이 늘었다는 박정준의 상무 시절과 통하는 데가 있다.

경기에 나설 때 자신감과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된 건 박정준의 가장 큰 수확이었다. 전역한 박정준은 1군에서 부름이 올 때까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었다. 철저한 준비로 늘 자신이 있었고 언제라도 기회가 오면 살리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4월 30일 1군 등록으로 기회는 예상보다 빨리 찾아왔다. 로이스터 감독은 5월 1일 두산 베어스와의 사직 홈경기부터 박정준을 꾸준히 경기에 내보냈다. 그는 11경기에서 5타점을 올리며 제몫을 했다. 박정준은 "야구를 시작하고 요즘처럼 타격감이 좋았을 때가 없다. 타석에서도 공을 고를 만큼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김무관 롯데 1군 타격 코치는 박정준에 대해 파악하느라 바쁘다. 같이 뛰어본 시간이 얼마 안 돼 서로를 잘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코치는 타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도자 가운데 한 명이다. 프리에이전트로 영입한 두산 베어스 출신의 홍성흔에 대해서 물었을 때도 "지금은 서로 맞춰 가는 과정"이라며 신중하게 답한 적이 있다.

호타준족 롯데 외야수 박정준은 빠른 발을 갖고 있는 왼손 타자다. 경험만 쌓인다면 정교한 타격이 빛을 볼 거라는 게 김무관 롯데 1군 타격 코치의 말이다.

▲ 호타준족 롯데 외야수 박정준은 빠른 발을 갖고 있는 왼손 타자다. 경험만 쌓인다면 정교한 타격이 빛을 볼 거라는 게 김무관 롯데 1군 타격 코치의 말이다. ⓒ 롯데 자이언츠


김코치는 박정준의 장점을 '왼손 타자'라는 단어로 대신했다. 김코치는 "(박)정준이는 타석에서 적극적이고 맞추는 데 재능이 있다. 빠른 발도 갖췄다"고 칭찬했다. 박정준은 100m를 11초대 후반에 뛰는 준족이다. 김코치는 "정준이가 아주 뛰어난 타자는 아니다. 1군에서 꾸준히 출전하면서 경험을 쌓고 시행착오를 거쳐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정준은 김코치의 도움을 받아 스윙을 할 때 오른쪽 어깨가 빨리 열리는 점을 집중적으로 보완했다.

당장은 모르지만 발전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게 롯데 스카우트팀의 평가다. 2002년 경남고의 박정준은 부산고의 전병두(25,SK 와이번스)를 제치고 2003년 롯데 신인 1차 지명 선수가 됐다. 외야수 치고는 많은 2억1000만 원의 계약금을 받았다. 이 소식을 듣고 무뚝뚝한 아버지는 내색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박정준 자신은 선수로서 가치를 인정을 받아 기분이 좋았다. 앞으로 구단이 자신에게 거는 기대를 실력으로 보여 주고 싶어 한다.

조성우 롯데 스카우트팀장은 박정준에 대해 "고교 시절 호타준족의 외야수였다. 키 185cm, 몸무게 80kg으로 체격 조건이 좋았고 송구도 잘했다. 투수를 겸할 정도로 어깨가 강했다"고 말했다. 당시 경남고에 타격 인스트럭터로 있던 이종운 현 감독도 "그때는 고교 수준에서 최상의 선수였다. 타격에 대한 재능이 남달랐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그러나 지금은 송구 능력을 자랑하지 못한다. 박정준은 2003년 8월 7일 서울 김진섭 정형외과에서 왼쪽 팔꿈치 골성유리체 제거 수술을 받고 재활한 뒤 강한 송구를 하지 못하게 됐다. 조성우 팀장은 "고교 시절에도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잘 모르지만 왼쪽 팔꿈치에 통증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수술을 하면서 송구 능력이 떨어지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송구 능력이 좋지 않은 외야수가 1군에서 살아남기는 쉽지 않다. 외야수는 동료 외야수뿐만 아니라 내야에서 전향하는 선수들과 타자 전향을 고려하는 투수들과도 경쟁을 해야 해 더욱 주전 도약이 어렵다. 박정준은 풀 시즌을 주전 외야수로 뛴 적이 없어 자신이 수비가 아직 부족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송구 능력이 뛰어나지 않다는 것도 항상 의식하고 있다.

박정준은 수비 훈련을 꾸준히 하고 경기에 나서면서 감각을 키우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하고 있다. 대신 타격에서 만회를 하겠다는 생각이다.

주로 좌익수로 나서는 박정준에게 가장 큰 경쟁자는 프로 3년째 외야수인 손아섭(21)이다. 4월 22일 2군에 내려갔다 5월 8일에야 다시 1군에 등록된 손아섭은 최근 컨디션이 좋지 않아 경기에 거의 나오지 못하고 있다. 손아섭은 "지금은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나중에 스스로 만족스러운 스윙을 하고 컨디션이 올라온다면 경쟁에서 이길 자신이 있다. 정준이 형의 선전은 나에게 큰 자극이 된다"고 말했다.

박정준은 손아섭과 경쟁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그는 "(손)아섭이를 좋은 경쟁자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많은 경기를 뛰면서 자신의 실력을 보여 주기도 했다. 선의의 경쟁을 하겠다"고 말했다.

박정준은 5월 15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홈경기에 3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1회말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상대 선발 투수 안영명의 5구째를 받아 쳐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20m의 선제 1점 홈런으로 연결했다. 프로 데뷔 7년 만에 처음으로 1군 무대에서 날린 홈런이었다. 롯데는 박정준의 홈런을 시작으로 10안타 3볼넷의 활발한 타격을 해 7-1로 한화를 손쉽게 이겼다.

경기가 끝나고 라커룸으로 향하던 박정준은 "프로 첫 홈런이라 기쁘다. 직구를 노리고 있었는데 그게 한 가운데로 들어와 때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안)영명이가 동갑내기 친구라서 홈런 한 개를 선물로 준 것 같다. 운이 좋았다"며 미소를 머금었다.

박정준 프로필

생년월일│1984년 6월 26일
신체조건│185cm, 80kg
수비위치│외야수
투타│좌투좌타
학력│마산양덕초-경남중-경남고
경력│2003년 롯데 자이언츠 입단(1차 지명)-2006년 상무 입대-2008년 11월 롯데 자이언츠 복귀

박정준 롯데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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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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