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천후 내야수 LG 내야수 윤진호는 올 시즌 신고선수로 입단해 6월 1일 정식 선수가 됐다. 앞으로 1군에 올라갈 수 있는 자격도 생겼다.

▲ 전천후 내야수 LG 내야수 윤진호는 올 시즌 신고선수로 입단해 6월 1일 정식 선수가 됐다. 앞으로 1군에 올라갈 수 있는 자격도 생겼다. ⓒ 이호영


LG 트윈스는 6월 1일 신고선수 내야수 윤진호(23)를 정식 선수로 등록했다. 다음날 아침 윤진호의 핸드폰으로 한 통의 전화가 왔다. 형의 전화였다.

"너 정식으로 등록됐다며. 인터넷으로 기사 봤다. 축하한다."
"어."
"어? 기분 안 좋아?"
"글쎄, 잘 모르겠는데."

윤진호는 구단으로부터 정식 선수로 등록됐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6월 1일이 월요일로 구단 휴무일이어서 등록이 2일에야 발표됐기 때문이다. 친형의 전화가 아니어도 구단으로부터 전달을 받았을 터였다.

전화를 끊고 한참이 지나서야 정식 선수가 됐다는 실감이 났다. 뒤늦게 기쁨이 밀려왔다. 윤진호는 가장 든든한 후원자인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고 이 소식을 알렸다. 집안은 이내 축제 분위기가 됐다. 윤진호는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열심히 하라"는 아버지의  격려를 듣고 통화를 마쳤다.

신고선수

광주일고와 인하대를 졸업한 윤진호는 고교와 대학 때 모두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했다. 스카우트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기량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 때까지 유격수를 본 윤진호는 탄탄한 수비력을 갖췄지만 타격은 상대적으로 약했다. 김진철 LG 스카우트팀장은 "뛰어난 수비력에도 불구하고 고교, 대학 시절 인상적인 타격 솜씨를 보여 주지 못해 지명을 받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 구단의 스카우트들은 야수를 뽑을 때 공격, 수비, 주루에 걸쳐 고른 기량을 갖춘 선수를 선호한다. 수비는 좋지만 공격과 주루 플레이는 평범한 윤진호는 그래서 주목받지 못했다. 스스로도 "대학 때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해 미지명을 예상하고 있었다"고 할 정도다.

신인 지명을 받지 못했지만 프로야구 선수의 꿈은 접지 않았다. 윤진호는 "어떻게든 프로 구단에 들어가고 싶었다. 모든 방법을 동원해 도전해 보고 실패하면 미련 없이 야구를 접을 생각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유일한 방법은 신고선수로 입단하는 거였다. 야구 규약 제60조 '선수 수 제한'에 따르면 한 구단은 정식 선수를 63명밖에 둘 수 없다. 대신 2군 육성을 위해 정식 선수가 아닌 신고선수를 둘 수 있게 했다. 지명을 받지 못한 선수들은 신고선수가 프로에 입문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상무와 경찰청에 입단할 수도 있지만 아마추어 선수들이 입단 테스트에 합격할 확률은 매우 낮다.

지인의 소개로 SK 와이번스의 입단 테스트에 응시했던 윤진호는 결과 발표가 늦어지자 이번에는 삼성 라이온즈의 입단 테스트에 지원했다. 하지만 두 군데 모두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지원한 곳이 LG였다.

윤진호는 원래부터 LG에 가고 싶어 했다. 수도권 팀인 데다 인기가 많은 구단이라는 점이 끌렸다. 야구 선배들이 "어느 팀에 가고 싶냐"고 물으면 주저없이 "LG"라고 대답했다. 열심히 노력하면 기회가 올 것만 같았다.

다행히 LG와는 인연이 닿았다. SK와 삼성에서 하루 만에 끝났던 테스트는 LG에서는 1주일 동안이나 계속됐다. 테스트를 마치고 난 느낌이 어느 때보다 좋았다. 실력을 모두 쏟아 내 후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기다리던 합격 통보가 날아들었다. 윤진호는 마음을 더욱 굳게 먹기로 했다. 가족들은 "그렇게라도 선수 생활을 계속 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며 격려했다.

프로 적응

지난해 9월 합격 통보를 받은 윤진호는 10월 22일 진주에서 시작된 마무리 훈련 캠프 명단에 포함됐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나섰지만 훈련 강도가 예상보다 훨씬 셌다.

"처음에는 프로라서 편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훈련이 상당히 힘들었다. 인하대 시절은 정말 편하게 지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구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게 된 유익한 시간이었다."

윤진호는 프로의 체계적인 훈련 방식에 놀랐다. 공격과 수비, 주루 등 모든 플레이에 걸쳐 코치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신기하기만 했다. 허문회 LG 2군 타격 코치와 이동욱 수비 코치는 윤진호의 단점을 바로잡기 위해 애썼다. 허 코치는 배트에 힘을 싣는 법을 익히도록 했고 이 코치는 보다 여유 있게 타구를 처리하도록 지도했다. 조정희 LG 2군 트레이너는 웨이트트레이닝 프로그램을 건넸다.

윤진호는 프로에 오기 전 체력이 약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지만 지난 겨울 생각을 바꿨다. 프로에서 뛰기엔 힘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더욱 열심히 훈련했다. 윤진호는 "지금은 시즌 중이라서 기본 근력만 유지하고 있지만 지난 겨울에는 무거운 역기를 들었다. 프로 입단 전보다 힘이 많이 붙었다"고 말했다.

윤진호의 훈련을 지켜본 조 트레이너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조 트레이너는 "(윤)진호가 지난 겨울 주어진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매우 성실한 선수라는 인상을 받았다"며 "어깨 근력이 좋다. 강한 어깨를 살리는 유격수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진호는 2군에서 올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2군에서도 기회가 잘 오지 않았다. 6월 15일 현재 40경기를 치른 LG 2군에서 윤진호는 31경기에 나왔다. 주로 대타, 대수비, 대주자로 뛰어 타석 수는 54타석밖에 되지 않는다. 원래 신고선수에게 주어지는 기회는 적다. 몇 번 되지 않는 기회를 잘 살리는 게 신고선수에게 주어진 과제다. 1군에서 뛰는 신고선수에게 '성공 신화'라는 말이 괜히 붙는 게 아니다.

김영직 LG 2군 감독은 "최대한 많은 선수들을 경기에 내보내려 하고 있다. 그래도 주전과 비주전의 출전 기회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많은 선수를 키우기 위해 욕심을 부리다 보면 모든 선수가 실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진호의 수비 위치인 유격수는 2009년 신인 1차 지명 선수인 오지환(19)이 주전이다. 2루와 3루도 지난해 지명한 신인 선수 정주현(19)과 문선재(19)가 가로막고 있어 기회를 잡기 어렵다. LG 2군 코칭스태프는 고졸 신인 선수인 정주현, 오지환, 문선재를 키우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윤진호가 설 자리는 그만큼 좁다.

타격 보완

교육 수료 LG 윤진호(오른쪽)가 지난해 12월 12일 경기도 이천 LG 인화원에서 열린 신인선수 교육을 마치고 강사로 나선 복싱인 홍수환 씨와 기념 사진을 찍었다.

▲ 교육 수료 LG 윤진호(오른쪽)가 지난해 12월 12일 경기도 이천 LG 인화원에서 열린 신인선수 교육을 마치고 강사로 나선 복싱인 홍수환 씨와 기념 사진을 찍었다. ⓒ LG 트윈스

LG에서 윤진호에게 기대하는 건 1군에서 뛸 수 있는 내야 백업 선수다. 윤진호는 내야 전 포지션의 수비를 볼 수 있다. 초등학교 5학년, 중학교 2학년 때 2루수로 뛴 적이 있고 가끔 뛴 3루수는 금방 적응했다.

윤진호는 "유격수 출신이어서 그런지 2루와 3루를 보는 게 크게 어렵지 않다. 2루와 3루는 유격수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수비하기 편하다"고 말했다. 김영직 감독은 윤진호에 대해 "유격수뿐만 아니라 2루수와 3루수까지 제대로 볼 수 있는 내야수는 흔치 않다. 타격 실력이 늘게 되면 쓰임새가 많을 선수"라고 칭찬했다.

야구 규약 제106조 '지명'의 1항에 의하면 2군 육성을 위한 신고선수는 6월 1일부터 정식 선수로 전환이 가능하다. LG가 신고선수였던 윤진호를 정식 선수로 등록한 건 1군 승격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신고선수는 정식 선수가 될 경우 1군에서 뛸 수 있다. 대수비 요원인 윤진호는 올 시즌 중으로 1군 승격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있다. 이동욱 수비 코치는 "진호는 1군에 올리더라도 손색이 없을 수비를 한다"고 평가했다.

기회를 잡아 1군에 올라가더라도 제 기량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다. 관중석이 거의 비어 있는 2군과 달리 수많은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중압감을 이겨 내고 경기를 해야 한다. 한 번의 실수로 그 자리에서 2군행을 통보받을 수도 있다.

"1군 승격 통보를 받으면 정말 기쁠 것 같다. 하지만 1군 경기에 나선다면 긴장해서 수비 솜씨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까 봐 걱정도 된다. 진정하려고 애쓰겠지만 경기에 나가면 엄청 떨릴 거다."

타격은 아직 더 갈고 닦아야 한다. 허문회 타격 코치는 "공을 때릴 때 힘이 분산되는 경향이 있다. 배트 스피드를 늘리고 더 좋은 타이밍을 잡을 수 있도록 반복 훈련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허 코치는 윤진호가 1군에서 2할대 중반의 타율을 올릴 때 수비력이 더욱 돋보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윤진호도 타격 훈련의 필요성에 대해 절실히 느끼고 있다. 윤진호는 인하대 시절 공익근무 중이었던 강혁(전 SK)의 말을 기억하고 있다. 당시 강혁은 윤진호에게 "수비를 잘하면 야구를 오래한다. 그리고 방망이까지 잘 치면 돈도 많이 번다"며 타격의 중요성에 대해 말했다고 한다.

윤진호는 "대학 시절에는 시속 140km대 초반의 공만 봐도 빠르다고 생각했는데 프로는 더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즐비하다. 그래서 적응이 쉽지 않다. 요즘은 투수가 공을 놓는 순간 타격 타이밍을 잡는 훈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식 선수가 된 윤진호에게 2군 코칭스태프의 관심은 더욱 커졌다. 언젠가는 1군에 올라갈 선수라는 판단에서 훈련이 더욱 혹독해졌다. 그래도 윤진호는 그저 즐겁다. 가끔 피로를 느낄 때도 있지만 일찍 잠자리에 들어 체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애쓰고 있다.

"매일 정식 훈련 전후로 보충 훈련이 있다. 코치님이 훈련을 많이 시켜 몸은 힘들지만 충분히 견딜 수 있다. 다 나를 위한 일이 아닌가. 앞으로 타격 실력을 키워 공격과 수비 모두 잘하는 내야수로 이름을 알리고 싶다.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약점인 타격에 눈을 뜨는 날이 올 거라 믿는다."

윤진호 프로필

생년월일│1986년 6월 23일
신체조건│177cm, 75kg
수비위치│내야수
투타│우투우타
학력│광주 화정초-충장중-광주일고-인하대
경력│2009년 LG 신고선수 입단-2009년 6월 LG 정식 선수 등록

윤진호 LG 프로야구 신고선수 유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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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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