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의 역투 롯데 자이언츠 투수 이상화는 5월 6일 사직구장에서 SK 와이번스를 상대로 벌인 1군 데뷔전에서 5⅓이닝 7안타 1볼넷 2실점으로 호투하며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았다.

▲ 이상화의 역투 롯데 자이언츠 투수 이상화는 5월 6일 사직구장에서 SK 와이번스를 상대로 벌인 1군 데뷔전에서 5⅓이닝 7안타 1볼넷 2실점으로 호투하며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았다. ⓒ 롯데 자이언츠


"휴우."

5월 20일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릴 잠실구장 3루쪽 더그아웃에서 앳된 얼굴의 한 선수가 한숨을 내쉬었다. 프로 3년째를 맞고 있는 롯데 오른손 투수 이상화(21)였다. 굳은 얼굴에서 웃음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불과 며칠 전만 하더라도 "1군에서 꼭 살아남아 이상화라는 이름을 알리고 싶다"며 밝게 웃던 그였다. 무엇이 그의 웃음을 앗아갔을까.

이상화는 5월 6일 프로 데뷔 처음으로 1군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그토록 원하던 1군 선발 등판 기회를 잡았다. 이상화는 1군 등록일인 5월 6일 사직 SK 와이번스전에서 5⅓이닝 7안타 1볼넷 2실점, 5월 12일 사직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6이닝 9안타 1볼넷 2실점의 호투로 제리 로이스터 롯데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13일 사직구장에서 삼성 선동열 감독은 "이상화의 투구가 인상적이었다. 어제 던진 정도만 꾸준히 던지면 선발진에 충분히 포함될 수 있을 것 같다. 공의 위력은 대단하지 않았지만 제구력이 좋고 완급 조절도 그 정도면 수준급"이라고 평가했다. 현역 시절 최고의 투수였던 선 감독은 투수의 제구력을 유난히 강조하기로 이름나 있다. 선 감독은 "역시 투수는 구위도 중요하지만 제구력이 좋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선 감독은 며칠 전 소속팀의 외국인 선수 프란시스코 크루세타에 대해 "투구 밸런스가 맞지 않는 날은 제구가 전혀 되지 않아 투수도 아니다"고 일침을 놓은 적이 있다.

계속되는 호투에 이상화의 1군 적응은 순조로워 보였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이상화가 이만큼 하면 손민한이 빠진 로테이션에 큰 힘이 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무관 롯데 1군 타격 코치도 "이상화의 투구 내용이 꽤 안정감이 있었다. 요즘 선발진이 붕괴돼 타자들이 은근히 부담이 많다. 선발 투수가 이상화처럼만 던진다면 부담이 훨씬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코칭스태프의 장밋빛 전망과 달리 이상화는 걱정을 떨칠 수 없었다. 오른쪽 팔꿈치가 자꾸 신경이 쓰였다. 이상화는 전부터 팔꿈치 통증을 안고 있었다. 앞선 두 번의 등판에서도 이상화는 "몸을 풀 때 느낌이 썩 좋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상화는 5월 19일 잠실 두산전에 선발 등판해 5회까지 5안타 1실점으로 호투했다. 하지만 6회말 김현수에게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1점 홈런을 허용했고 이어 김동주를 유격수 실책으로 1루에 내보냈다. 다음 타자 최준석에게는 초구로 스트라이크를 던지고 볼 네 개를 연달아 던졌다. 최준석에게 볼넷을 내준 이상화는 이원석에게도 초구로 볼을 던졌다. 이때 '뚝' 하는 소리가 들렸다. 오른쪽 팔꿈치 인대가 끊어지는 소리였다. 공이 빠질 것 같아 팔을 안쪽으로 틀고 힘을 준 게 화근이었다. 결국 로이스터 감독이 마운드에 올랐고 이상화는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경기가 끝나고 김진섭 정형외과를 찾은 그는 MRI(자기공명영상촬영) 검진을 받았다. 결과가 좋지 않았다. "오른쪽 팔꿈치 인대가 70% 가량 손상돼 당분간 공을 잡을 수 없다"는 소견이 나왔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20일 잠실구장에서 로이스터 감독은 "이상화가 오른쪽 팔꿈치를 크게 다쳐 수술을 할지도 모른다. 올 시즌은 물론 내년 시즌 전반기까지 재활에 매달려야 할 것 같다. 팀 전력에 큰 손실"이라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이진오 롯데 트레이너는 "재활을 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젊은 선수라서 미래를 위해 수술을 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오른쪽 팔꿈치

이상화는 프로 데뷔를 앞둔 2006년 말 신인 캠프에 합류해 훈련했다. 그때까지는 팔꿈치 통증이라는 걸 모르고 살았다.

그러나 2007년 일본 가고시마에 차린 스프링캠프에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상화는 쌀쌀한 날씨 속에 투구를 하면서 오른쪽 팔꿈치 인대가 살짝 찢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욕심이 생겨 계속 던졌지만 며칠 못 가 팔꿈치가 너무 아파 더 이상 던질 수 없었다. 결국 이상화는 스프링캠프에서 끝까지 훈련하지 못하고 왼쪽 아킬레스건에 통증이 있던 외국인 선수 펠릭스 호세와 3월 5일 조기 귀국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이상화는 부산의 구단 지정병원에서 MRI 검진을 받았다. 병원에서는 "단순한 팔꿈치 인대의 염증으로 1주일간 쉬면 괜찮다"는 소견을 냈다. 그래도 불안했던 이상화는 아는 사람을 수소문해 다시 검진을 받았고 서울에 있는 김진섭 정형외과에서 추가로 검진을 받았다.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두 곳 모두 "팔꿈치 강화 훈련을 하고 특별히 무리를 하지 않으면 충분히 저절로 치유된다. 투수의 인대 손상은 일반인의 감기쯤 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제서야 이상화는 마음을 놓았다.

하지만 진단에 따라 재활과 휴식을 하더라도 손상된 인대는 원상 복구가 불가능하다. 이상화는 팔꿈치 통증 재발을 막기 위해 프로 첫해인 2007년 내내 재활 훈련에 몰두했다. 오른쪽 어깨 수술로 재활 중이던 이용훈이 말동무가 됐다. 롯데 선수단에서 훈련량이 많기로 소문난 이용훈이어서 더욱 힘을 냈다. 오른쪽 어깨와 팔꿈치 재활을 한 적이 있는 손민한의 조언도 도움이 됐다.

"고교 시절에는 몸이 아프다는 선수들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직접 아파 보니 조금이나마 이해가 갔다. 팔꿈치 보강 운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수 생명에 위기감이 느껴졌다. 재활을 하면서 앞으로는 절대 아프지 않아야지라는 생각뿐이었다."

2007년은 그렇게 지나갔다. 이상화는 1, 2군에서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하고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하지만 지난해는 달랐다. 2군에서 18경기에 등판해 77이닝 동안 6승 2패 평균자책점 3.27의 좋은 성적을 냈다. 8월 17일 춘천 의암구장에서 열린 퓨처스 올스타전에도 참가했다.

그때도 오른쪽 팔꿈치가 완벽한 건 아니었다. 이상화는 "팔꿈치 상태가 전보다 나아지긴 했다. 그래도 공을 던질 때 조금 뻑뻑하다는 느낌이 있었다"고 지난해를 떠올렸다.

1군 진입을 노리던 이상화는 지난 겨울 오른쪽 팔꿈치 관리에 더욱 신경을 썼다. 틈만 나면 야간 보강 운동을 하고 얼음 찜질로 염증이 생기는 것을 막았다. 이상화는 "그 어느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했다고 장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웨이트트레이닝뿐만 아니라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훈련과 구간 반복 달리기, 잔 근육 보강에도 열을 올렸다.

이 과정에서 투구 폼도 바뀌었다. 성준 롯데 1군 투수 코치와 함께 오른팔의 스윙이 더욱 자연스러워지도록 투구 폼을 교정했다. 그 결과 시속 130km대 후반에 머물던 직구 평균 구속이 시속 140km대 초반까지 올랐다. 1군 첫 등판인 6일 SK전에 최고 구속은 시속 146km까지 나왔다.

이러한 노력도 그의 오른쪽 팔꿈치를 완벽한 상태로 만들지는 못했다.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쓰는 이상화에게 애초에 팔꿈치 상태가 호전되길 기대한 건 무리였을지도 모른다. 이상화의 슬라이더는 옆으로 꺾이기 보다 아래로 크게 떨어진다.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 팔꿈치에 힘을 덜 주고 직구와 같이 밀어던지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팔꿈치 보호는 이미 다양한 방면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또 다시 재활

앳된 얼굴 그동안 오른쪽 팔꿈치 재활 훈련을 해 왔던 이상화는 5월 19일 잠실 두산 베어스와 경기 도중 인대가 손상돼 수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수술 뒤 재활을 거치면 내년 시즌 중반은 돼야 복귀할 수 있다.

▲ 앳된 얼굴 그동안 오른쪽 팔꿈치 재활 훈련을 해 왔던 이상화는 5월 19일 잠실 두산 베어스와 경기 도중 인대가 손상돼 수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수술 뒤 재활을 거치면 내년 시즌 중반은 돼야 복귀할 수 있다. ⓒ 이호영


이상화는 조만간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게 될 전망이다.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그의 오른쪽 팔꿈치 상태를 고려한다면 피할 수 없는 수술이다.

어차피 받아야 할 수술이라면 받고 나서 재활에 매진해 재기를 노리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로 재활에 성공해 구속이 올라간 사례가 있기에 희망이 있다. 이상화는 전부터 구속에 대한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투구 폼을 바꾼 것도 구속을 높이기 위한 노력의 하나다.

"선발 투수라면 시속 140km대 중반의 힘 있는 공을 던져야 할 것 같다. 1군 타자들을 상대하다 보니 더욱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앞으로도 구속을 더 끌어올리고 싶다."

고교 3학년 때 이상화의 평균 구속은 시속 130km대 중반에 그쳤다. 최고 구속이 시속 141km밖에 되지 않아 공 빠르기로는 큰 매력이 없는 선수였다. 하지만 경기 운영 능력과 제구력이 뛰어났다.

롯데는 2007년 신인 1차 지명에서 경남고 투수 이상화와 이재곤을 선택했다. 이상화의 계약금은 2억 원으로 적지 않았다. 조성우 롯데 스카우트팀장은 이상화에 대해 "188cm, 90kg로 체격 조건이 좋았다. 큰 키에도 제구력을 갖췄고 장래성이 엿보였다. 프로 구단 코칭스태프의 지도를 받으면 더욱 성장할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이 평가는 지금도 유효하다. 롯데 주전 포수 강민호에게 이상화와의 경기에 대해 묻자 "(이)상화가 던질 때 마스크를 쓰면 편안하다. 경험이 없는 선수 치고는 상당히 안정감이 있다. 경기 운영을 할 줄 아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성준 투수 코치 또한 "이미 많은 걸 갖춘 투수다. 힘만 키우면 성공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상화는 5월 20일 1군 명단에서 빠졌다. 이상화가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생긴 선발진의 공백은 '재활 동무'인 이용훈이 메울 예정이다. 이상화는 오른쪽 팔꿈치가 완전해질 그날을 위해 다시 길고 지루한 자신과의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이상화 롯데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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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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